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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ul 09. 202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2022)>

방송사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채널 ENA’ … 이번에 처음 들었다. 박은빈 배우의 출연으로 시청 대기 목록에 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방송된다던 채널 ENA은 내게만 생소한 채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드라마의 1회 시청률은 고작 0.9%였다. 하지만 단 1회 방영만에 채널에 대한 인지도가 바뀌었다. 2화의 시청률은 1.8%, 3화는 4.0%, 4화는 5.2%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영우>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시청 가능하다. OTT 플랫폼 가입자가 상당히 늘어난 지금, 시청률이 절대적인 지표는 될 수 없지만 상징하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이번처럼 인지도가 낮은 채널에겐 꽤나 의미 있는 지표다. <우영우> 대사를 올린 게시글에는 가입한 인터넷 망에 따라 다른 ENA채널 번호를 묻고 알려주는 댓글들이 달렸다. 드라마를 제작한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주식도 다시 상한가란 소식도 보았다. 사실 나는 인지도가 낮은 채널보다 접근이 용이한 소위 말해 유명하다는 tvn이나 jtbc 같은 채널에서 방송되길 바랬다. 그러니 드라마를 향한 화제성이나 시청률 등의 수치는 채널의 덕 없이 오직 이야기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결과라고 본다(심지어 이를 제작한 제작사의 주가가 다시 상승세가 되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모든 이야기는 이야기 그 자체로 주목시키는 힘이 있어야 한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사실 그게 전부다. 하지만 일 년에 수십 편의 드라마를 (꽤 진지하게) 소비하고 있는 나는 힘 있는 이야기를 만난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  재미있게 보지만, 드라마는 그래야 하고 그런 부분도 있어야 하지만 뭐랄까 엄청 단 음료를 연거푸 마시는 기분이랄까? 마시는 순간의 즐거움이 오래가지 못해 질린다. 느끼해지고 다른 맛들까지도 무감하게 만든다. 보기에만 좋은, 시선만 사로잡는 이야기의 홍수 속에 <우영우>는 한 사람의 인생을 천천히 들려주며 우리에게 묵직한 맛을 느끼게 한다. 자신은 물론 주변과 자신이 사는 사회까지 이야기를 보는 이들이 스스로 확장시키게 만든다.


작품 소개 글을 빌러 정리하자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이다. 소개글에서 나는 드라마 <굿닥터(kbs, 2013)>가 떠올랐다.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주인공이 갖고 있는 장애 때문이다. 가끔 드라마 <굿닥터>를 다시 보고 싶었지만 2회를 넘기지 못하고 멈춘 건 시온(주원 분)의 장애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오래, 길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영우>를 기다리면서도 조금 긴장했다. 이번 주인공은 또 얼마나 험란하게 세상과 씨름할까, 그들 안에 들어가기 위해 인정받아야 하는 스테이지가 몇 스테이지로 끝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1회 초 영우를 팀원으로 받게 된 시니어 변호사 명석(강기영 분)은 영우의 이력서에서 2번째 장이 뜯겨 나간 사실을 알게 된다. 영우가 자신의 이력서가 총 2장이며 2번째 장에는 자신의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명석은 바로 대표 한선영(백지원 분)을 찾아가 항의한다. 하지만 내가 걱정했던 우려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명석은 영우의 변호사 자질을 테스트하기 위해 공익 사건 하나를 맡긴다.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남편을 70대 아내가 다리미로 때려 뇌출혈이 생기게 된 사건으로 이 사고로 남편은 전치 20주 진단을 받는다. 검찰은 아내를 살인 미수죄로 기소했다. 보통 이 정도 무거운 죄라면 구속해 수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검찰은 피고인 아내가 고령이고 상황이 딱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불구속하였고, 노련한 변호사 명석은 이를 통해 검사가 형을 세게 내릴 의사가 없음을 짚어낸다.


변호인이 옆에만 있어도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사건이라 판단,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영우가 의뢰인과 법정에서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확인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우는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인 의견서를 가지고 온다. 영우는 피고인과의 대화 가운데 피고인에게 남편을 죽일 의사가 없음을 알았고, 이 사건을 형법이 아닌 민법 1004조에 근거하여 무죄를 주장하기에 이른다.


쉽고 편하게 간다면 집행유예도 나쁘지 않다. 고령의 피고인에게  법정 공방은  자체로 무리가  테니까. 하지만 ‘고의로 직책 존속, 피상속인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수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상해하거나 사해하려는 자는 상속을 받을  없다  민번 1004조에 의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에, 만약 남편이 피고인인 아내보다 먼저 사망할 경우 아내는 남편의 재산을 하나도 상속받을  없게 된다. 현재  부부의  수입원은 남편의 공무원 연금과 남편 명의로  빌라의 월세였다. 물론 그런  알리 없는 피고인이겠지만 민법 1004조는 피고인이 남편을 죽일 경우 입게  경제적 피해를 생각해볼  이는 피고인이 남편을 죽일 계획이 없었다는  반증하게 된다. 그게 아니더라도 살인미수죄의 집행유예는 안될 일이다. 그래야 할머니의 경제적 장래가 안전하기 때문이다. 영우는 살인미수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상해죄에 대해선 집행유예를 받겠다고 정리한다. 명석은 노련했지만 그래서 간과한 점을 영우는 명석하게 찾아냈다.


특히 사건과 결과만 보지 않고 피고인 삶을 들여다보았다는 점에서 명석은 영우에게 변호사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인정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과 가까이에서 지내지 못해 말에 실수가 있기도 했지만 명석은 빠르게 자신의 실수를 사과한다. 영우를 신입 변호사로 존중한다. 나중에는 그녀의  해석을 조금 기대하는 눈치도 보인다.


처음 명석이 영우를 반대했을 때 그는 영우의 두 번째 이력서를 두고 말했다. 영우를 채용하고 그의 팀에 보낸 한 대표는 영우의 이력서 첫 장을 두고 말했고. 영우의 이름은 아버지 광호(전배수 역)에겐 “꽃처럼 예쁜 복덩이”란 뜻이지만, 살면서 영우가 느낀 자신은 “영리하고 어리석은” 우영우였다. 그리고 영우가 맡은 첫 번째 사건은 형법으로 풀면 풀리기는 하나 민법으로 볼 때 더 적합한, 훌륭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1화의 모든 이야기는 시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니까 작품은 우리가 ‘어떤 시선’을 갖고 있는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물어온다. 드라마 제목이 ‘이상한’ ‘변호사’라는 점도 이런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본다.



4회까지 진행된 이야기 속에서도 영우를 향해 나뉘는 ‘시선 계속된다. 2 재판에 등장한 판사는 영우를 ‘법을 사랑하는 변호사 보았으나, 3 재판에 등장한 판사와 검사는 영우의 자폐와 피고인의 자폐가 무엇이 다른지 보지 못했다. 영우와 같이 일하는 동료 신입 변호사 수연(하윤경 ), 민우(임성재 ) 영우를 자폐가 있어 도와야  사람이 아닌 오히려 자신들보다 강한 사람, 경쟁자로 대하지만, 3화에 잠깐 스치듯 지나간 준호(강태오 ) 대학 후배는 주변 소음에 불편한  귀를 막고 있던 영우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영우를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으로 대한다. 대학 후배의 행동에선 영우보다 자신이 낫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러한 장면은 이야기 속에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장애가 있는 자신의 무게라고 영우는 말했다.  다만 드라마는 영우가 겪는 어려운 상황이나 편견 어린 시선, 불합리한 대우의 장면을 길게 가져가지 않는다. 앞서 잠깐 말했지만 나는 불필요한 갈등이 길게 이어지는 상황을 싫어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류의 불편함을 느끼고 싶지 않으나, 주인공의 장애를 그런 식으로 소비하는 드라마들이 있어왔다. 하지만 <우영우> 그런 불편한 감정조차 영우에게 닿지 않게 하려는  싹둑, 끊는다. 그리고 아주 일상적인 상황들을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스스로 느끼고 선택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초반 명석이 영우가 자신과 다르다고 말할 때  “뭐가 다르지?”라고 반문하던 한 대표의 대사는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기억에 남았다. 바쁜 대표는 시니어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내내 서류를 보고 있었지만, 명석이 자신과 영우가 다르다고 말할 때 대표는 시선을 들어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면서 몸을 의자에 기대며 반문했다. 정말로 의아하다는 듯(그러니까 도대체 뭐가 다른데?!). 그 순간 한 대표가 멋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나만 이었을까? 반면 준호의 후배를 보며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우의 장애를 제대로 볼 줄 모르고, 고정된 시선에 갇혀 심신 미약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던 3화의 검사나 판사를 보면서도 멋지다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무례에 대신 창피해하던 시청자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할지 이미 정했을 것이다.


드라마는 자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장애를 주요 갈등 원인으로 삼는 대신 인정할  밖에 없는 멋진 태도를 보여줌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삶의 태도를 지닐지 생각하게 하고, 스스로 정하게 만든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tvN, 2022)>에서 장애를 가진 이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사회, 학교, 가정에서 배운  없다던 우리가 배워야  자세에 대해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고, 그러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영화 <증인> 집필하기도  문지원 작가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 커서 변호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드라마를 썼다고 한다. 드라마 속에 담긴 성숙하고 배려된 시선과 표현들에선 작가의 고민이 충분히 느껴진다. ‘힐링드라마라는 표현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지만, <우영우> 보며 힐링을 느끼는  이런 부분 때문인 듯싶다. 드라마 자체에서 느껴지는 존중이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소모되는 감정을 빼앗아 가는  아닌 오히려 채워지는 느낌이 들게 하기에.


가볍게 소비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인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주변으로, 사회로 확장된 시선을 갖게 하는  있는 이야기엔 언제나 목말라 있다. 들을 귀가 준비되어 있다. 그렇기에 누가 시키기도 않았음에도 사람들이 <우영우> 입으로, 입으로 리트윗과 리포스트로 알리고 있는  아닌가.


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란 소개에서 나는 그녀가 여러 시선 속에서 자신을 ‘이상하지만 영리한우영우가 아닌 ‘예쁜 복덩이 바라보는, 그런 류의 ‘생존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시선을 갖고 볼지에 대한 이 이야기는 영우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도 적용될 이야기라 생각한다. 특별한 누군가에 이야기로도   있지만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6회까지 아직 해야  이야기가 많지만 어떻게 풀릴지 전혀 불안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시선에 대해 사랑스러운 영우를 통해 들을  있어 행복한, 감사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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