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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ul 05. 2022

징크스의 진짜 연인은?!

<징크스의 연인> (KBS, 2022)


"아주 먼 옛날에"라며 동화책을 넘기듯 시작하는 드라마 <징크스의 연인(KSB, 2022)>은 손에 닿는 사람의 가까운 미래를 보는 '예언의 무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여인들은 미래를 알려주고 불운을 피하게 하며,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을 불러오는 존재들로 행운의 속성을 지닌 듯 보이지만 꽤 오랜 시간을 타인에 의해 구속된 삶을 살아왔다.

드라마는 예언의 무녀 슬비(서현 분)가 철옹성 같은 선삼중 회장(전광렬 분)의 호텔 꼭대기층, 비밀의 공간을 탈출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슬비는 태어나면서부터 엄마 무기(윤지혜 분)가 갇혀 지내던 선삼중 회장(전광렬 분)의 호텔 맨 꼭대기 층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호텔을 벗어나면서 수광(나인우 분)을 만났고 그와 반나절의 시간을 보내며 평범한 순간을 경험한다. 슬비가 내내 꿈꾸던 '평범함'. 그래서 다시 호텔로 돌아왔을 때 슬비는 선 회장이 보는 앞에서 수광의 손을 꼭 잡는다. 마치 나는 엄마처럼 당신, 선삼중 회장을 위해 살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말이다.


그날이 슬비에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신의 인생을 선택한 날이었을지 모르지만 수광의 입장에선 불행이 시작된 날이다. 슬비의 예언 능력을 알았을까, 그래서 슬비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힌 선 회장은 탐욕에 눈이 멀어 수광과 수광의 엄마를 사고사로 위장해 죽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수광은 목숨을 건졌고, 그를 살린 시골 어부의 죽은 아들 신분으로 새 인생도 살게 되었지만, 그때부터 수광에게 불운이 꼬리처럼 따라붙었다. 그가 지나가면 마늘 하늘에서도 벼락이 떨어졌고, 멀쩡한 물건이 고장 나는 등 사소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불운들.  


죽을 줄로만 알았던 수광이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 슬비는 엄마의 도움을 받아 선 회장의 호텔을 탈출한다. 수광과 재회한 슬비의 얼굴엔 행복한 표정이 가득했지만, 수광은 아주 큰 불운을 마주한 듯 한 표정을 짓는다. 슬비에게 있어 수광은 자신을 이 저주에서 풀어주고 평범한 인간의 삶을 가져다 줄 동화 속 왕자님 일지 몰라도, 수광에게 슬비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행운의 여신으로 불리던 슬비가 불행의 시작이라니.




드라마는 예언의 능력을 이어받은 슬비가 진실한 사랑을 통해 인간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한, 평범한 삶을 한 편의 동화처럼 들려준다. 그러나 그 여정은 동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첫 시작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여인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것은 이 드라마가 반복해서 행운과 불운이 혼재한 상황을 보여줄 것이라는 걸 암시한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등장인물들의 삶에서 행운과 불운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를 통해 '행운'과 '불운'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가 맞는지 물음표를 던진다.


사고로 엄마를 잃고 자신의 인생도 빼앗겼는데 불운까지 몰고 다닌다면 삶을 비관해 제대로 살 수 없을 것만 같은데 수광은 엄마가 하시던 생선가게를 닮은 가게를 차리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의 불운 때문에 시장 상인회 사람들은 퍽하면 그를 구박도 하고 슬슬 피하기도 하지만 수광의 얼굴엔 그늘이 없다. 심지어 슬비를 납치해간 조직원들에겐 자신을 잘못 건드리면 어떤 불행이 찾아갈지 모른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불운을 자신의 무기로 삼는 수광을 보면 불운이 불행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선 회장은 슬비가 사라지면서 사업이 곤두박질치며 불운 속에 놓이게 된다. 언뜻 보면 행운의 여신이 사라졌기 때문처럼 보이지만 문제를 타게 할 방법을 찾는 신 회장의 아들 민준(기도훈 분)과 달리 슬비만 찾는 그를 보면서 슬비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신 회장에겐 행운이 독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슬비의 엄마 무기가 능력을 쓰는 것이 불운을 피하고 행운을 가져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불운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안에 쌓이는 것이라면서 능력을 사용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 적 있다. 그렇다면 신 회장은 그동안 미뤄 놓은 불운과 마주한 게 된 건지도 모른다. 과연 신 회장이 이제까지 누린 게 정녕 행운이 맞을까?


이제까지 행운은 당연히 좋은 거고 불행은 피하고만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행운을 기다리기만 하는 선 회장을 보면서 불운 속에 있는 행운을 발견하며 살아가는 수광이가 훨씬 강하고 단단하며 심지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불운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더욱이 드라마 제목에서 '징크스'가 불운을 뜻하는 수광을 상징하고, 그의 연인이 행운을 상징하는 슬비로 본다면 불운과 행운은 함께 있다. 우리 삶이 행운만 가득하지도, 불행만 넘실거리지도 않은 것처럼, 이 둘은 함께 있다. 심지어 제목엔 불행이 행복 앞에 놓였다. 마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오히려 ‘불운’이라는 듯. 행운만 기다리느냐 피하고 멀리한 불운 속에 사실 그토록 기다리던 행운 있다면 이제 불운을 맞는 태도가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불운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서 드라마는 행운에 대해서도 한 발 더 앞으로 나간다. 슬비는 자신의 능력을 선 회장이 아닌 자신을 위해 그리고 주변에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한다. 그러다 곤경에 처하고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선한 마음은 좋은 인연을 만들고 계속해서 좋은 운을 순환시켜 간다. 기훈은 행운으로 찾아온 기회를 노력해서 잡아 행운을 일회적으로 증발시키지 않고 계속된 행운으로 이어간다. 행운은 이렇게 나로부터 시작될 수 있고, 나로 인해 길게 이어져 나갈 수 있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불운이라 여기는 순간에도 행운이 함께 있다며 우리를 응원하는 동화 같은 드라마는 그래서 보는 내내 좋은 기분을 들게 하는 것 같다.


동화 같은 남녀 주인공의 비주얼로 드라마의 '동화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한, 보면 기분 좋아지는 드라마 <징크스의 연인>는 오직, 웨이브에서만 시청 가능합니다.


징크스의 연인 16부작

제작사 빅토리아 콘텐츠 연출 윤상호 극본 장윤미

원작 만화 징크스의 연인 한지혜, 구슬

서현, 나인우, 전광렬, 기도훈  등 출연


본 원고는 wavve 리뷰단 활동의 일환으로 ‘웨이브(wavve)’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주관적  평가를 포함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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