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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Nov 19. 2022

‘강함’에도 여러 형태의 모양이 있다

드라마 <약한 영웅 class 1(Wavve, 2022)>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힘겹게 싸운다."

드라마 <약한 영웅  class 1(Wavve, 2022)>은 성장에 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헤르만 헤세의 고전 소설 [데미안]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공부 외엔 관심 없는 시은(박지훈 분)은 항상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닌다. 자발적 아웃사이더로 주변과 선을 긋고 공부만 한다. 그런 시은을 견제하며 괴롭히던 2등 전영빈(김수겸 분)으로 인해 모의고사를 망친 시은이 폭발한다. 싸움 같은 건 해본 적 없는 범생인 줄 알았는데, 시은은 물리 법칙과 중력에 관한 이론 등을 토대로 전영빈 무리와의 싸움에서 이긴다. 하지만 시은은 영빈이 데려온 힘센 형, 적석대(신승호 분)와 붙게 되면서 위기에 처하는데, 그때 수호(최현욱 분)와 범석(홍경 분)이 시은을 도와준다. 세상에 담을 쌓고 홀로 머물던 시은의 세계에 누군가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와주는 손을 마주 잡고 일어서는 법이나 자존심 상하는 말인 줄 알았던 '미안하다'는 사과에 고마운 마음이 담기기도 한다는 건 교과서에선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다. 시은을 감싸던 두터웠던 알의 표면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드라마는 주인공의 성장을 알렸다.



시은은 수호와 범석과 지내며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느끼게 된다. 수호는 좋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긍정적이었고, 알바를 여러 개씩 하면서도 개근상과 졸업장은 꼭 받아오라던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드리기 위해 자더라도 학교에서 잔다. 의리 있는 수호의 가장 큰 매력은 누가 시비를 걸어오든 카운터 한 방으로 끝낼 수 있는 '강함'을 갖고서도 이를 강함이라 생각하지 않는 자세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수호가 시은에게 변환점이 되어주었던 걸까 시은은 소위 말해 센 녀석들을 이겨나가고, 반 친구들에게 관심도 받지만 더 잘 싸우고, 이기는 방법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반면 범석은 자신처럼 약해 보이는 시은이 강자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맞서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학교 폭력을 피해 학기 중에 전학 온 범석은 동경하는 마음으로 시온과 수호와 친해지지만, 여전히 무력하고 주눅 들어 있는 자신이 이들의 들러리란 생각에 괴로워지면서 폭력적으로 변한다.


범석이 폭력적으로 변한 건 싸움을 잘하는 게 강한 거라고 생각해서 일지 모른다. ‘강함’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물리적으로 힘이 센 모습’이다. 우리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강함’에 대한 이미지는 범석이 가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범석이 추구하는 ‘강함’은 두 사람과 다른 방향이었다. ‘강함’에도 여러 형태의 모양이 있었다.


‘강함’의 사전적 의미에는 ‘수준이나 정도가 높다’는 또는 ‘무엇에 견디는 힘이 크거나 어떤 것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다른 뜻도 있다. 시은에게서 느껴지는 강함은 범석이 바라던 물리적인 힘이 센 그런 강함도 아니었고, 수호가 갖고 있는 ‘수준이나 정도가 높은’ 강함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무엇에 견디는 힘이 크거나 어떤 것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강함에 가까웠다.


시은은 자신을 괴롭히고 약한 애들을 때리며 자신의 위치를 높이던 영빈 같은 애들이나, 힘으로는 이길 수 없을 석대나 부끄러움이 뭔지 모르는 잘못된 어른들 앞에서도 물러남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시은의 싸움이 사람과의 싸움이 아닌 [데미안] 속 문장처럼 ‘알을 깨고 나오려는 힘겨운 싸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시은이 생각하며 추구하던 ‘강함’이 ‘강함’에 대한 마지막 정의와 같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약한 주인공이 각성 후 점점 강해지면서 나쁜 센 놈들을 이기는 이런 류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준다. 그러나 더 센, 더 강한 자극을 쫓느냐 ‘강함’과 ‘폭력’이 같은 거라 혼동하게 만들 수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시은과 범석의 끝은 달랐다. 나는 이들이 추구한, 생각한 ‘강함’의 차이라고 여겼다.


드라마에 크리에브디렉터로 참여한 한준희 감독은 집단 속에 있는 개인을 비추기 원했다고 했다. 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D.P>가 군대라는 집단을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약한 영웅 class 1>에선 학교라는 집단 속 아이들, 개인을 비춘다.


청소년 시기는 가족이나 부모님보다 또래 친구들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그래서 총 8부작인 드라마가 초반 4회까진 시온이 알을 깨고 나오는 이야기를 담았다면, 후반 4회에서는 범석이란 인물을 대척점에 두어 우정 속에서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며 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주목하게 한다.


 ‘영웅’이란 단어가 ‘강한’이란 단어와 더 잘 어울림에도 불구하고, 반대되는 개념의 ‘약한’이란 단어를 붙여 제목으로 삼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가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았다.


마지막 8회가 끝나고 나오는 쿠키 영상에선 연합후보던 강우영을 잡았다는 시은에게 관심을 갖는 쎄-보이는 미지의 인물이 나타난다. 쿠키 영상은 자연스럽게 시즌2를 기대하게 했더. 그땐 제목 뒤에 붙은 class 1이 class 2로 바뀌겠지. 한 학년 성장한 시은의 변화된 모습에선 그가 추구하던 강함이 좀 더 다져진 형태로 나와,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많은 드라마나 영화들처럼, 우리에게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했으면 좋겠다. 그때는 영이와 석대도 그들의 세계에 지지 않은, 강함으로 알을 깨고 나온 모습이길 바라는 바람도 살포시 담아본다.


“상위 1% 모범생 연시은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 범석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 약한 영웅 class 1은 오직 웨이브에서만 보실 수 있습니다!



약한 영웅 class 1 총 8부작 채널 Wavve

제작사 플레이리스트, 쇼트케이크

제작진 CP 한준희, 연출/극본 유수민

원작 서패스, 김진석 <약한 영웅>

박지훈, 최현욱, 홍경, 이연, 신승호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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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웨이브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 받아 주관적 평가를 포함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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