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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Dec 01. 2022

구하고자 하는 같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끈끈한 공조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차서(SBS, 2022)>

꼬들꼬들한 라면의 식감이 살아있는! 그 순간을 기다리다 이제 막 젓가락을 떼려는 했는데... 울리고야 말았다. 소방의 출동을 알리는 “뻐꾹” 소리가. 빨간 팬티를 입고 먹으면 출동이 안 뜬다는 전설마저 깬 출동 사인은 납치. 경찰, 소방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현장 중 최고단위 위험단계, Code Zero 사건이었다.


출동한 현장은 천 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상황이다. 경찰 진호 개(김래원 분)는 범인 몰래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 신고자와의 대화를 통해 몇 가지 단서를 찾았고, 이를 토대로 납치 장소를 특정해 나간다. 경찰은 경찰의 방법으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었고, 구급대원 송설(공승연 분)은 부상을 입은 신고자를 진정시키며 계속해서 신고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나갔다.


골든타임이 줄어들면서 신고자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납치되었을 거라고 예상한 집들에서는 모두 허탕을 치고 말았다. 진호개는 최후의 수단으로 불을 질러 열감지 센서를 통해 신고자가 납치된 집을 찾자고 말한다. 화재 시 발생하게 될 위험과 변수가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 모르는 거냐며 소방관 봉도진(손호준 분)은 진호개와 부딪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닿자 봉도진은 신고자에게 불을 만들어내는 방법과 그 불을 피해 있을 방법 등을 알려주었고, 신고자는 갇혀있던 방에 불을 내고 그 옆 화장실로 피한다. 그리고 이 무모한 작전은 다행히 성공해 신고자인 실종자를 무사히 구조하고, 납치범을 체포하기에 이른다.


무모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진호개가 이런 방법을 떠올리고, 구조와 체포 모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 현장에 소방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됐다. 불에 대해 잘 알고, 불의 위험으로부터 구해줄 전문가를 향한 믿음. 이렇듯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SBS, 2022)>는 소방과 경찰의 ‘공조’를 다룬,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최초 대응자’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의 매 회차 부제는 소방과 경찰이 공조 출동하여 대응해야 하는 상황의 코드명이다. 1화 ‘Code Zero’는 강력범죄가 발생 시 즉시 공조로 출동하여 최단시간 대응이 요구되는 최고단위 위험단계를 뜻 한다. “즉시”, “공조”, “최단시간 대응”. 앞서 드라마 소개에 적었던 ‘최초 대응자’란 바로 이런 뜻이다. 재난, 사고, 범죄 발생 시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


진호개와 봉도진, 송설은 서로를 '경찰'과 '소방'이라고 부르며 티격태격하지만, 드라마에서 갈등 요소로 자주 쓰이는 힘 겨누기라던가 불필요한 견제 같은 건 없다. 이들의 영역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출동하는 현장은 언제나 자신의 생명을 내놓아야 위험한 곳이다. 더욱이 이들은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며 서로를 향해 등을 돌리기보다, 경찰과 소방이 갖는 각 각의 탁월함을 서로의 지혜로 삼아 등 뒤를 맡기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바람직한 공조의 모습을 보인다.


특히 3화 [Code Yellow:행방불명되었을 때 발령되는 응급 코드]에서는 방화 사건으로 종결되었던 사건에서 살인의 단서를 찾아낸 진호개로 인해 방화 사건이 밀실 방화, 밀실 살인 사건으로 재수사가 시작되었다. 밀실 방화는 봉도진이, 밀실 살인은 진호개가 수사해 증거를 찾았고, 범인을 잡는 완벽한 공조 수사를 보여준다.


3화  Code Yellow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경찰의 역할은 다각도로 그려졌다. 증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완벽한 범죄 현장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사건을 쫓아 범인을 잡는 경찰의 모습이나 흩어진 퍼즐 조각을 하나씩 모아 사건을 풀어가는 수사 과정은 긴장감을 유발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를 즐기기게 하면서 동시에 간접적으로 경찰이 하는 일을 알아가게 된다. 가장 바쁜 지구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라이브(tvN, 2018)>에서는 경찰의 ‘역할’에 집중된 시선을 옮겨 경찰을 또 다른 ‘감정노동자’로 해석하면서 이들에게 사명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의 자세는 어때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다. 당시 경찰 처우 개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사회 가운데 논의되었던 게 기억난다.


그래서 소방관에 대한 이야기도 드라마에서 많이 볼 수 있길 바랬다. 방송사의 의도 있는 편성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방서 옆 경찰서> 방영을 앞둔 그 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SBS)>에서는 ‘홍제동 화재 사건’이 다뤄졌다. 요구조자를 구하려다 여섯 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이 사건은 방화 사건이 일어난 사건 자체로도 이미 처참한 마음이 들게 했지만, 그보다 더 마음을 무너트리고 분노하게 한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불을 꺼야 하는 소방관들이 방화복을 사재로 구매해야 했던, 당시 소방관의 처우다.


뜨거운 불길을 향해, 그 위험 속으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위 사건으로 소방관의 처우가 개선되었다고 하나 아직 멀었다. 소방관의 평균 수명은 70세로 공무원 중 가장 짧다. 강도 높은 야간 근무에 화재 현장 진압 시 유해물질 흡입이 짧은 수명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리고 소방관의 자살 현황은 최근 10년간 97명으로 평균 수명도 짧은 직종이지만 자살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위험수당으로 한 달에 받는 돈은 고작 월 6만 원이라고 한다.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또 화마에 소방관 3명 잃어.. 2022 1. 7자, 취재기자 정성엽. 시빅뉴스 참고).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는 이미 시즌2 편성이 확정되었다. “매 년마다 경찰서에 접수되는 신고 건수는 약 1300만 건, 소방서에 접수되는 신고 건수는 약 1000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 그 수많은 출동의 순간이 존재하는 한 시즌제로서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하다.” 는 작가의 인터뷰는 시즌제 결정에 동의하게 한다. 더불어 작가는 “그 수많은 사건들 속에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 욕망, 애정, 증오 등등 다양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관들은 그 순간에 대응하고, 사건을 해결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라고 말하며, 사건을 함께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더 긴 호흡으로 시즌제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는 우리 삶에 가장 가깝고도 친밀한 '이야기'로 간접적이지만 여러 상황을 경험하게 한다. 그 과정 속에 주인공과 함께 고뇌하며 평소엔 하지 못 할 생각과 감정 등을 갖게 하며 삶에 대한 이해의 지경을 넓히게 돕는다. 지금까지 드라마 속에서 소방관의 모습은 들것에 구조자를 싣고 지나가는 정도였다면 이 드라마에서는 소방관의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화재 진압 정도로 알고 있던 소방관의 역할에 대해 더 깊이 알게 한다. 또한 1, 5화에 등장해 자신의 편의와 이익만을 권리로 주장하며 긴급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관에게 항의하는 이기적인 민원인들을 통해선 현장에서 겪는 억울함과 느꼈을 무기력함 감정들을 시청자들로 하여금 함께 느낄 수 있게 했다.



전작 <검법 남녀(MBC, 2019)>에서 검찰과 법의학자 간의 공조를 보여주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수사물의 쫀쫀함과 긴급한 소방의 구조가 이뤄지는 공조를 통해 시청자를 이야기 가운데 몰입하게 하는 동시에 이처럼 소방관과 경찰관의 역할과 현장의 노고도 놓치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의 시즌제 소식이 반가웠다. 작가는 이 작품이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매일, 24시간 빈틈없이 발로 뛰어다니는 소방관분, 경찰관분들의 가슴 벅찬 활약으로 기억되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 바람에 동의하며 나의 바람을 얹자면, 드라마를 통해 소방관과 경찰분들을 향한 꾸준한 관심이 쌓이고, 이어져 필요한 변화가 실질적으로 현장에 생길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같은 마음이 만드는 경찰과 소방의 끈끈한 공조를 다룬 <소방서 옆 경찰서>는 오직 Wavve 시청 가능합니다.



소방서 옆 경찰서 12부작 SBS

CP 박영수 연출 신경서 PD 故이힘찬, 박상진 극본 민지은

김래원, 손호준, 공승연, 서현철, 강기둥, 지우, 우미화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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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웨이브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 받아 주관적 평가를 포함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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