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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Feb 27. 2023

서서히 스며들어 마침내 사랑이라 말하게 되는,

디즈니 +의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 리뷰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나는 알 것 같은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엔 언제나 '상황'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먼저였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는 복수에 호기롭게 뛰어든 여자 ‘우주(이성경 분)’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동진(김영광 분)’.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사람의 감성 로맨스 물이다. 복수하러 온 사람과 복수의 대상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 건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천천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감정선을 쌓는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는 자연스레 저들이 주고받은 이해가 무엇인지 알게 한다. 그리고 서서히 두 사람의 이해가 맞닿을 곳으로 시청자를 이끈다.

출처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년 동안 살아온 집을 빼앗긴 날 우주는 복수를 다짐했다. 집을 빼앗아간 사람은 이미 오래전 우주에게서 아빠를 빼앗아 갔다. 그리고 이제는 우주에게서 집 마저 빼앗는다. '집'을 빼앗겼다는 건 그 집에 깃든 가족과의 추억이라든가, 안락한 가정에서 키워 왔을 꿈과 미래까지 전부 빼앗은 걸 의미했다.


그런 우주의 복수는 동진에게 향한다. 자신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간 여자의 아들. 그는 엄마가 가져온 돈을 회사 투자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그 돈이 어떤 돈인지 알았다면 받을 수 없었을 텐데, 냉큼 받은 동진은 집을 빼앗은 그 여자와 다를 게 없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그 여자가 끔찍이 아낀다는 단 하나뿐인 아들이었으니, 이보다 좋은 복수의 대상이 어디 있으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딱 기막혔던 만큼만 돌려주자’ 다짐했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고 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복수는 우주의 체질에 맞지 않았다. 2개월을 기다려 동진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단기 알바로 취직하지만, 어설픈 미행은 바로 꼬리가 잡히고 급기야 회사 기밀을 외부에 유출한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면서 해고를 당한다.


체질에 맞지 않는 복수를 결심했기에, 이대로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을 다시 붙인 건 이번엔 동진이다.


동진에게서 해고 통보를 받은 우주는 술에 취해 그가 퇴근길이면 들르는 편의점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리고 아주 모진 말을 쏟아내고 가버린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을 몰래 미행하고, 회사에서도 수상한 행동을 해오던 우주가 불쾌했던 동진은 3개월만 지나면 우주를 해고할 참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그녀를 해고한 이유는 그녀가 범인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동진의 전 여자친구는 1년 동안 동진 몰래 다른 사람을 만났다. 엄마는 아니라지만, 자꾸만 남자가 바뀌는 엄마에게서 동진은 애정 어린 마음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이미 충분했다. 그래서 오래 같이 일한 사람들을 의심하는 것보다 안 지 얼마 안 된 우주에게 실망하는 편을 택했고, 그런 이유로 그녀를 해고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우주에게 그는 꽁꽁 숨겨왔던 비겁함을 단번에 찔리고 만다.


그 덕분에 동진은 진짜 범인을 찾는다. 그리고 우주에게 사과하러 간 자리에서 오히려 우주의 도움을 받게 된다.

출처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우주는 정말로 동진을 싫어하는 걸까?

싫어해야만 하는 걸까?


화가 나서 못되게 말했지만 우주의 뼈 있는 말은 동진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지 않게 해 주었다. 곤경에 처한 그를 도운 것도 복수를 결심한 사람의 행동이라 보기 어렵다. 동진은 우주가 자신을 복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지만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을 의심하고 그래서 해고시킨 대표를 예기치 못 한 상황에서 돕는 건 쉽게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자신을 도운 그 순간, 동진은 우주가 왜 그렇게 했는지 알 듯했다.


“저의 단점은 제가 말을 좀 막 할 때가 있습니다. 그건 딱 두 가지 경우인데 그 사람을 너무 아끼거나 싫을 때입니다.”


솔직하게 적은 우주의 이력서에 따르면 동진은 우주에 싫은 사람이다. 하지만 도움을 받은 순간에는 어쩐지, 우주의 아끼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주의 이력서는 동진이 우주라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큰 계기가 된 듯하다. 그렇다면 우주는 언제부터 동진을 이해하기 시작한 걸까? 개인적인 추측은 동진을 미행하면서부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느 시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고 용서하고 싶고 또 사랑하고 싶다면 가는 그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라고. 그렇게만 한다면 공연히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려 애쓸 필요 없이 그의 외로운 그림자가 어느새 당신을 울리고 있을 거라고. 맞아요. 누군가의 외로움을 헤아리는 것, 저는 이게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우주는 사무실에서도 시선을 동진에게 고정했고, 동진에 대한 모든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를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우주는 동진의 뒷모습을 가장 오랫동안 본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3화 예고편에 자신과 같은 상처가 동진에게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장면이 나왔다. 다들 그가 모든 걸 다 갖춘 완벽한 사람이라고 말했고, 우주도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지켜본 그의 뒷모습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싫고 미운, 복수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뒷모습에 묻어난 외로움을 헤아리다 어느 순간부터 그를 아끼게 된 것이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라고 말했지만 그 순간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말하기 힘들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우주의 시선에 자연스럽게 동진이 있었고, 동진의 관심에 우주가 있었다.


이처럼 디즈니+ 의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는 멀지 않은 거리에서 뒷모습을 바라보고 마주 보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해되지 않았던 상황이 그 사람 하나로 설명되는 순간에 이르는 우주와 동진을 통해 천천히 스며드는 사랑을 잔잔하게 담아낸다.


출처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좋아하는 마음이 언제 사랑으로 바뀐 건지 모르게 스며드는 사랑은 우리가 하고 있고 한 번쯤 해본 적 있는 사랑이다. 꼭 이성이 아니더라도 가족과 친구와 쌓은 사랑도 이런 모습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복수로 얽힌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게 된 과정을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나는 주인공들이 '이해'나 '헤아림'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서사에 언제나 마음을 빼앗기는 타입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외면하고 싶은 외로움이나 상처를 보고 오히려 상대를 이해하게 된 두 사람의 사랑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감과 섬세한 연출 속에 담겨 어떤 위로를 전해줄지 궁금해졌다.


아직은 제대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동진에게 큰 상처를 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어떠한 이유인지 다시 나타난 동진의 전 여친 민영(안희연 분)과 우주의 키다리 아저씨로 그녀를 또한 오래 봐온 윤준(성준 분), 그리고 상처로 마음을 둘둘 싸매고 사는 우주에게 보란듯 진실한 사랑을 찾는 언니 혜성(김예원 분), 이 세 사람이 보여주는 사랑이 우주와 동진의 이야기에 어떻게 녹아들어 ‘사랑이라 말하는 순간’들에 깊이를 더해줄지 기대를 높였다. 특히나 프레임 속에 적절한 여백을 사용하면서 유리나 창문, 벽면 등에 비친 모습으로 인물이 가진 고독과 외로움을 전달하는 시리즈만의 연출은 두 사람의 로맨스를 이전에 없던 분위기로 담아 고유한 빛깔로 전한다.


로맨스 장인이라 불리우는 김영광 이성경 배우의 비주얼 케미는 물론 현실감 있는 연기로 설렘과 공감을 안겨줘 한 순간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장르에서 색다른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였던 두 배우들이 <사랑이라 말해요>에서 보여주는 감성 열연은 올봄 우리 마음을 설렘으로 가득 차게 할 것 같아 앞으로 남은 다음 회차들이 더욱 기대된다.




디즈니 +의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의 이야기는 매주 수요일 디즈니+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https://www.disneyplus.com/ko-kr/series/call-it-love/3IR3Vo2mCd4s



본 포스팅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로부터 소정의 비용을 받아 작성됐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의견을 반영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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