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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Mar 06. 2023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

tvN 토일 드라마 <일타스캔들>

"그래도 수학은 명쾌해요. 답이 딱 있거든요."


치열(정경호 분)은 연평균 1조 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유명 수학 일타 강사다. 그가 많은 과목 중 수학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수학이 좋았다. 정확히는 수학이 가진 명쾌함이 좋았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건 인생과 닮았지만, 인생에는 없는 답이 수학엔 존재했다.


그는 이름처럼 치열하게 수학 문제를 풀 듯, 인생에서도 ‘정답’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불안했다. 열정적으로 강의를 마치고 홀로 있으면 뭔가 중요한 걸 놓친 것 같은 불안한 기분이 들었고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악몽을 꿨다. 답을 모르는 인생은 어떤 풀이도 불완전할 뿐이었다. 이렇게 잘 먹지도 잘 잘 수도 없는 그의 일상에, 서울로 가듯 위쪽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 속 홀로 다른 방향을 향해 걷는 ‘남행선(전도연 분)’이 나타난다.


숨겨진 사연이 많은 치열 못지않게 행선의 인생도 신파극 몇 편이 뚝딱 나올 정도다.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미혼인 그녀가 조카 해이(노윤서 분)의 엄마 역할을 자처하며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커리어를 포기한 선택은 다른 이들에겐 오답처럼 보였다. 하지만 행선은 그런 자신의 삶을 불안해하지 않았다. 코트 위를 누비던 선수 시절, 이 각도에서 던져 노골이 되면 다른 각도로 던지고, 이 근육이 약하면 다른 근육을 쓰며 성공률을 높여갔던 경험으로 인생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설령 틀릴 때도 정답에 가까워지는 중이라 여겼기에 행선은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결정했으며 그 선택에 최선을 다했다.



tvN 토일 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일타 강사 최치열과 국가대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남행선 사장의 로맨스를 중심에 두고,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녹은로 학원가를 배경으로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는 다양한 삶의 풀이 과정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다.


정답. ‘정해진 답’의 줄임말처럼 보이지만 사전적 의미는 ‘옳은 답’이다. 어쩌면 자신만의 방향을 갖고 달려가는 남행선에게 ‘정해진 답’의 존재는 무의미했을지도 모른다. 대신 ‘옳은 답’을 찾으려 했기에 오답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풀이를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찾은 그녀의 모범답안은 사랑이었고, 그건 곧 책임이었다. 그녀의 삶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치열도 마침내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모범답안을 하나 발견한다. ‘정해진 답’을 찾던 치열은 그래서 흔히 ‘정답’이라 불리는 돈과 명예가 가득했지만, 죽고 싶은 순간마다 그를 살린 건 임용고시 시절 먹었던 밥에 대한 기억이었다. 섭식장애가 생긴 그가 행선의 음식만 먹을 수 있던 건 행선이 이모님의 딸이라 같은 맛을 냈던 이유도 있지만, 어려운 그의 사정을 알고 넉넉히 베풀어주셨던 이모님의 마음이 담겼던 한 끼 식사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었다. 사람과 온기. 그건 ‘정해진 답’과는 멀어 보여도 자신만의 풀이로 치열이 찾은 그에게 딱 맞는 모범답안이었다.


정답이라 생각하며 오답을 붙들고 있던 치열과 옳은 답을 찾아 행동하는 행선의 모습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들이 지난 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모범 답안을 쌓아가며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내게도 ‘정답’의 정의와 방향을 다시 살피게 했다. 인생이 낸 문제의 범위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면, 이 문제를 푸는 공식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가장 잘 풀 수 있는 것 또한 ‘나’이다. 그러니 불안해 하기보다 ‘옳은 답’을 찾기 위한 나만의 모범답안을 쌓아가야겠다. “더듬더듬거릴지라도.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위 글은 고려대학교 학보사 고대신문 '타이거쌀롱 1968호'에 게지한 글입니다(타이거쌀롱 글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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