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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un 19. 2023

[대사.ZIP] 낭만닥터김사부 시즌3 1.

SBS 금토 드리마 <낭만닥터김사부(2023)>

노력과 헌신은 어느 순간이 되면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때부터 진흙탕이 될 거라고.

김사부의 "낭만"은 외상센터를 세우는 데 있지 않다. 그렇기에 외상센터장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는 것처럼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열심을 다한 일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가 추구한 삶의 목표가 외상센터 설립여부와 관계없이 말이다. 드라마는 김사부라는 인물을 통해 생을 다해 쏟아부은 노력과 헌신이라도 내려놔야 순간이 있고 그럴 때 맑은, 초심을 지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힘든 현실에 드라마 속 김사부는 그자체로 낭만이다.


김사부의 내려놓음은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함이다. 더 큰 가치를 바라보고 있기에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 사실, 노력과 헌신이 무언가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되는 것이 아님에도 우린 자주 그 사실을 잊고 목소리를 높여 처음의 열정을, 순수함을, 본연의 가치를 잃는다.


사명을 잃지 않고 지켜나가는 김사부 모습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김사부의 '낭만'을 기다려왔다. 더욱이 시즌3은 시즌2의 멤버가 조주연 상관없이 모두 재 출연한다. 그 모습도 김사부가 늘 말해오던 것처럼 ‘각자 하던 대로 자기 자리 지켜주’는 돌담의 정신을 보여주는 것 같다. 돌담스럽게 돌담다움으로 말해주는 낭만을 다시 들을 수 있어 참 좋다.



김사부의 호통은 언제나 그렇듯 날카롭다. 그래서 깊이 박힌다. 잘 뽑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호통이 아픈 건 그곳이 상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아주 바보가 아닌 이상 안다. 외면하고 싶은 내 모습을. 김사부의 꾸지람은 그 부분을 콕 찌르고 그래서 직면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매우 잔인한 듯 하지만, 썩어져 가는 곳을 도려내 새 살이 나도록 하는 의사다운 그의 처치다.


경쟁 사회에서 의사가 되는 목표만 있었을 뿐, 왜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장동화 선생은 김사부를 만나 비로소 ‘낭만’을 알아가게 될 것이다. 시즌3의 금쪽이 1호는 어떤 의사가 될까. 모난돌들의 성장이 오늘 나를 또 한 번 돌아보게 한다. 불평만 하지 않았는지. 나의 책임은 다 하였는지. 배우려는 마음을 잃진 않았는지.

시즌2에서 차은재 선생의 아버지로 등장했던 차진만은 시즌3에선 김사부와 대립 구조를 갖는 인물로 재 등장했다. 차진만은 이전 시즌에서 병원 운영 방법을 두고 정치질을 하던 도윤완 이사와 다르다. 차진만은 서전이다. 그가 고수하는 원칙주의는 틀린 방법도 잘못된 접근도 아니다. 그렇기에 김사부와 마찰은 있겠지만 환자를 살리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는 일로, 김사부에게 새로운 자극점이 되어줄 것 같다.


다만 보통 <김사부>에서 내레이션을 한 인물이 그 시즌의 주인공이란 설이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1-2회에서 이선웅이 3–4회에선 차진만이 내레이션을 한다. 그래서 차진만도 김사부의 '모난 돌 프로젝트' 속 모난돌로 생각됐다.


차진만에게 ‘꿈’은 중고등학생 시절로 국한해서 직업을 정하는 용도였다. 그렇기에 의사가 됐고 실력 있는 의사로 인정받지만 차진만에겐 더 이상 이룰 꿈이 없다. 자신을 증명하는 것 밖에 남지 않은 그의 지난 시간들은 꽤나 피로했을 것이다. 이곳 돌담으로 온 것도 은퇴할 나이가 되었으나 아직 건재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사부에게 ‘꿈’이란 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되는 일이다. 김사부의 꿈, ”무조건 살린다 “는 완벽히 이뤄질 수 없는 꿈이지만, 그렇기에 이를 위해 매일, 매 순간 김사부를 김사부답게 살아있게 한다.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 않았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답게, 감사하며 사는 인생을 모두 주목하고 있다.


차진만이야 말고 경쟁사회와 실력중심의 사회에 갇혀 산 인물이다. 시즌1의 강동주, 시즌2의 서우진 이들이 돌담에 와서 ’낭만‘을 경험하며 의사로, 한 사람으로 성장했듯 차진만의 세상에선 볼 수 없었던 '낭만'을 겪으며 그도 '나다움'을 찾아갈 것이다. 성장도 꿈과 마찬가지다. 어느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연령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 의사들에게 국한되었던 성장을 이번 시즌에서는 차지만을 통해서도 들려주려 하는 <김사부>의 시선이 고맙다. 우리 모두에게 ‘꿈’을 돌려줘서, 다시금 ‘꿈’ 꿀 수 있게 해 줘서.




최근 직장에서 힘겹게 느껴지는 일들이 많았는데 '실체 없는 불만과 핑계'가 만든 '옹졸하고 편협한 마음'이 만든 것이었구나. 개인적으로 현재 내게 가장 와닿은 대사였다.




차진만은 위기의 순간 환자보단 의사를, 김사부는 환자를 더 중요시 여긴다. 차진만과 김사부 모두, 오랜 시간 말로 다할 수 없는 여러 일을 겪으며 의사로 정체성이 생겼다. 대립구조는 자칫 한쪽이 옳고 반대쪽은 틀린 것처럼 생각되기 쉽지만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모른 채 극단적으로 한 사람의 가치관을 옳다, 그렇다 말할 수 없다. 그건 위험한 일이다.


차지만도 그만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차진만을 알기에 김사부는 돌담으로 부른 듯하다. 한때는 라이벌이었던 그의 실력을 존중함이 있고 그를 통해 돌담도, 돌담을 통해 그도 새롭게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렇기에 차진만 또한 김사부의 가치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 직군에서 오랜 경력이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쉽게 말하면 꼰대력이겠고 길게 말하면 고집부림이 심해진다. 차진만은 김사부와의 부딪힘 속에 타인의 의견과 방법에 귀 귀울이 유연함까지 갖게 된다면 돌담은 정말 무서울 게 없는 병원이 될 것 같다.


5화에서도 느꼈지만 김사부는 차진만을 존중하고 있다. 그의 실력뿐 아니라 그가 살아온 시간에 깃든 노력까지 존중하고 있다. 그렇기에 차진만이 한 말을 귀담아들으며 자신은 미처 하지 못 하고, 보지 못했던 입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시즌2에서 김사부에게 병이 발견됐고 이를 치료해 나가며 돌담 시스템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됐다. 김사부의 역할을 돌담 식구들이 각자의 상황과 형편에 맞게 조금씨 가져가며 김사부의 부담을 덜어가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이는 시즌3에서도 이어지고 있고, 그 중심이 이번엔 김사부 본인도 있는 듯 보인다.


차진만을 외상센터장으로 부른 것도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리더십을 건강하게 분산하기 위함이고, 내게는 김사부가 ‘조심히 내려가는 길’로 삼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권력이 집중되는 자리에 있으면 유연하게 다른 생각을 수용하기 쉽지 않은데, 열린 자세를 가진 김사부는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차진만도 돌담 외상센터의 센터장으로 온 것은 그가 선택한 '내려가는 길'이지만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는 마음에서 두 사람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틀린 게 아닌 다름. 두 자강두천의 싸움은 그래서 다툼이나 갈등이 아닌 조화와 연합, 상승을 향한 이해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경영 아저씨가 빌런보다 또 다른 금쪽이로, 지금의 나를 투영하게 되는 마음 쓰이는 인물이 돼버리고 있다. 서브남도 아니고.. 이경영 아저씨에게 마음 쓰일 날이 올 줄이야�

"이상한 어른들, 그리고 엿 같은 나의 현실. 나는 과연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처음 돌담에 왔을 때 우진은 세상을 향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탄하지 못했던 과거가 가진 것보다 잃은 것, 갖지 못한 것에 초점을 두게 했고 우진에겐 독만 남았었다. 하지만 우진이 돌담에 와서 낭만을 이야기하는 사부님을 만나고, 어른으로서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하는 수 샘과 실장님, 돌담의 어른들을 만나면서 그는 닮고 싶은 모습과 살아가고 싶은 인생이 생겼다.


시즌2에서 시즌3으로 지나오면서 우진은 여러 방면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수술 실력은 물론이고 삶을 향한 자세까지. 극악한 상황 속에서도 부정적인 생각에 동화되지 않고,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신이 받은 사랑과 믿음을 흘려보내는 사람으로 자라고 있다. 자신의 아픔에 갇히지 않고 타인의 상처에 공감하며 그러나 결국, 앞으로 나아감으로 자신을 통해 누군가 ’낭만‘을 발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우진의 단단함은 오랜 시간 수고하며 일궈온 그의 것이다. 없는 것에 집중하며 원망하고 남을 탓하고 미워하는 대신 그는 자신을 단단하게 채우고 있었다.


그를 보며 내가 살아가고 싶은 인생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되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기울인 노력과 인내의 시간은 헤아리기 쉬운


드라마이기에 주인공이 어떠한 노력을, 인내의 시간을 보내왔는지 우린 보다 쉽게 헤아릴 수 있다. 이런 헤아림을 현실에도 적용해 본다면 우린 세상을 불공평하다며 원망하는 일에서 조금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우진이 닮고 싶고, 살아가고 싶은 인생이 있던 것처럼 내게도 그리는 이상이 있다.

타인의 삶을 무너트릴 못된 심산으로 만들어지는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때. 이제는 어떤 소식을 들어도 이게 진짜인지 의심부터 하게 된다. 의도적인 악의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은 상심하고 무너진다. 하지만 그건 선량한 마음을 가졌기에 거기서 오는 잠시의 좌절일 뿐 그 사람의 존재까지 무너트리지 못함을 은탁 샘을 통해 보여줬다.


가짜와 거짓에 무너질 만큼 허투루 살아오지 않았다는 은탁 샘의 대사에서 평소 그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정직과 성실의 품위가 어디에 근간을 두는지 알 수 있었다. 인내의 시간이었을, 고난의 시간이었을 그의 지난 10년이 단단하고 강인하며 따뜻한 지금의 은탁 샘을 만들었다.


어떻게 그 시간을 이겨내 왔는지 모르는 이의 말은 힘이 없다. 은탁 샘의 저 친구도, 우진 샘에게 총을 겨눈 군인도. 그러니 지금 나의 시간도 소중히, 성실히 다시 한번 살아내야겠다.


라떼의 낭만은 이런 거였구나 :)

꼰대의 잘못된 유물로 해석되던 '라떼'도 다른 면을 갖고 있었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이 만든 단단함에 대해 이야기하던 8화!

<김사부 시즌3> 9-10화에서는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책임을 성실히 해 온 이들에게만 있는 ‘단단한 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우진과 탈영병을 통해서는 세상이 불평등하다고 해서 누군가 죽도록 힘겹게 이뤄놓은 걸 쉽게 거저 얻었다고 속단해선 안되고, 은탁과 옛 친구를 통해서는 오늘의 내가 되기 위해 기울인 열심은 거짓에 쉽게 흔들리지 않음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때론 오해와 편견 속에 진심이 왜곡되어도, 성실히 자리를 지켜온 김사부와 정인수를 통해서 그동안 우리 삶에 ‘성실의 가치’가 얼마나 간과되고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 어쩌면 이 단단함이 가진 멋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 우리 사회에서 잊혔기 때문은 아닐까.


잃어버린 낭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낭만은 또한 낭만인지라, 절대로 사라지지 않고 이처럼 삶에 마주했을 때 강한 이끌림을 선사한다. 진짜, 의미 있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들을 향한 소중한 갈망이 생겨나서 나를 지키고 우리를 지켜는 길로 인도해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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