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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un 24. 2023

[대사. ZIP] 낭만닥터김사부 시즌3 2.

SBS 금토 드리마 <낭만닥터김사부(2023)>

차진만을 통해 전달하는 주제는 하나가 아니었다. 평생 수고하여 일궈온 자리에서 내려오는 일 외에도 오랜 경험과 경륜을 가진 리더의 역할 또는 책임 그리고 의료계의 현실까지. 특정 직업, 지위, 연령에 국한되지 않고 각자의 삶에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여러 주제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여러 가지 주제는 하나의 단어로 연결된다. “사명감“

 
"사명감" 요즘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 꼰대라고 하더라. 어느 사이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은 이용당하기 쉬운 호구의 상징이 되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사명감은 대의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잘 지켜고, 키워간다면 살면서 생긴 여러 고민들 가령 차진만을 통해 보여준 고민들도 지혜롭게 풀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의 영리와 안전을 위해 그 마음을 지키는 일이 고단하지 않게, 애쓰는 이들이 지쳐 사명감을 잃어버리기 전에, 알아주고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누리는 안락함은 소수의 사명감만으로는 절대 유지될 수 없으니까.

세대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강동주 선생의 등장을 보면서, ‘서로 다른 세대’가 아닌 같이 일하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노력에 관한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세대가 달라도 잘 맞는 사람이 있고, 세대가 같아도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세대론이 아닌 다른 사람, 그러니까 나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잘 모르는 이와 함께 일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사실에 의해 단정 짓기보다, 그 사람을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가족처럼 직장 동료도 내가 선택할 수 없다. 설사 내게 사람을 뽑을 권한이 있다 해도 몇 장의 서류로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다. 결국 서로를 경험하며 알아가는 것뿐.


차진만은 결국 돌담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떠나는 발걸음이 쓸쓸해 보이진 않았다. 그는 이곳에서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딸이 사명감을 가진 어엿한 서전으로 자랐고,  서우진 선생을 통해서는 나약하다 생각했던 지금 세대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강인한 모습을 보며 지금의 세대를 조금 알게 된 듯하다. 오랜 라이벌 김사부와의 협업은 차지만의 인생 후반전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뛰게 할 것 같다. 어쩌면 차지만이 이곳에 내려온 건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김사부, 그가 궁금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이곳, 돌담에 와서 시간을 보내고 경험하며 넓어진 이해의 폭, 나는 이것이 차진만이 찾은 그만의 낭만이라 생각된다.


우린 서로 달라서 더 나은 나를, 우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같다. 마음이 통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지만 이런 노력이 김사부가 추구하는 낭만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낭만이기도 할 테고.


너무 멋지지만, 사람들에게 이런 기대감과 존경을 받는다는 건 정말 무거울 듯하다. 그런 김사부의 외로움을 알아주는 할머니 때문에 너무 찡했는데, 홀연히 떠나시는 바람에 울컥하고 말았다는. 스승에게도 격려는 필요한 일. 김사부 잘하고 있어요

시즌3에서 김사부의 수술 집도가 적고 환자보단 내부 이야기가 많아 지루하단 반응을 보았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의 이야기가 추가하는 바는 일관되다. 여전히 김사부는 돌담의 중력으로 모두를 끌어당기지만, 한 사람의 돌담이 아니고 한 사람의 꿈이 아닌 모두 그리고 각 자의 돌담과 꿈으로 시즌을 만들어 왔다. 시즌3에서 김사부는 현장에서 한 발자국 뒤에 떨어져 있다. 대신 모두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수 샘은 김사부와 함께 선생님들을 돌봐주었고, 우진과 은재는 자신들이 받은 믿음과 사랑으로 동화, 선웅 샘을 이끌었으며, 사라지지 않는 빌런인가 싶었던 박 원장도 돌담 원장의 자리에서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여 외상센터를 지켜낸다. 또 다른 꿈을 갖고 돌담으로 돌아온 강동주 그리고 돌아오는 윤서정이 보였다. 외상센터와 돌담응급실의 든든한 두 기둥으로 선 인수, 아름 샘은 물론 영미, 현정, 은탁 샘, 원장님과 실장님까지 모든 구성원이 돌담을 사랑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음이 뚝뚝 묻어 나왔다.


김사부를 영웅이나 완벽한 인물로 만들지 않는 낭닥의 이야기 방향은 각 사람의 역할과 책임, 노력을 상기시키며 함께하는 리더십의 필요를 느끼게 해 주었다. 비단 의료계만 아니다. 우리의 일-삶을 살아가는 모든 순간-은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기에. 나는 이번 낭닥의 낭만도 앞선 시즌만큼 좋았다.

이선웅 선생은 낭닥 이번 시즌 나의 최애캐다. 열악한 해군 함정에서 환자를 포기하지 않던 돌담 팀이 보여준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놀라울 정도의 수술 실력에 이선웅은 돌담에 지원한다. 저들과 같은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이 심겼다. 직접 마주한 선배들의 실력은 훨씬 뛰어났고 부담을 느낀 이선웅은 초반 본인의 실력보다 더 엉망인 솜씨를 보이고 만다. 그가 가진 약점이 그를 더 움츠러들게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에 솔직했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했다. 편견 없이 자신을 받아준 이들이 지켜준 기회를 소중히 여겼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런 열심은 자연스럽게 티가 난다. 혹여 폐를 끼칠까 봐 염려하는 마음마저 예뻤다. 기특했다. 차지만에 대한 미움으로 그릇된 행동을 하지만, 그 행동을 부끄럽고 불편하게 여기며 누위치고 반성하는 모습도 기억난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순간에 곁에 언제나 김사부가 있었다.


김사부가 이선웅에게 해준 대사에 몇몇 분이 프로필 사진으로, 자신의 인스타로 가져가도 괜찮냐는 댓글이 달렸다. 우리 모두 약점과 결핍을 갖고 있다. 부정하고 싶고 외면하고도 싶지만 결국 이를 끌어안고 더 노력하는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우리에게도 김사부의 위로가 필요하다.  나도 잘하지 못 하지만, 그래서 의식적으로 셀프 칭찬을 해줄 때가 있다. 열심을 알아봐 준, 나를 잘 아는 이의 칭찬을 거절하지 않고 마음 깊이 받기도 한다. 김사부의 말처럼 내가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방법이다. 그럴 때 약점과 결핍은 더 이상 마이너스적 요소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동안 들인 너의 노력을 믿어봐. “

사회면이나 뉴스를 보다 보면 누가 우리에게서 사명감을 빼앗아 갔냐고 묻던 드라마 #라이브 대사가 떠오를 때가 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자비하게 타인의 희생이 당연하게 된 걸까. 나는 혹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돌아보게 한다.



어떤 꿈은 혼자 이룰 수 없다.

외상센터의 초석은 김사부 혼자 세웠다. 시작은 이처럼 김사부의 끌어당김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사부를 스쳐간 사람들이 모두 그의 곁에 남은 게 아니기에 생각해 보면 돌담벤져스는 김사부와 결이 같은 사람들이다. 꿈을 꾸고 이뤄가는 사람들. 그렇게 김사부에서 시작된 꿈은 서우진, 강동주로 이어지며 확장되어 간다. 자신만의 낭만대로, 꿈을 키워나간다.


꿈이 이뤄지는 순간은 아주 짧고 찰나다. 그렇지만 한번 꿈을 이뤄본 사람들은 방법을 알기에 어떻게든 그 현실을 뚫고 나가며 계속해서 꿈을 꾸고 키워나가고 마침내 이뤄낼 것이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기에 바턴을 이어받으며 함께 꿈꾸는 이들이 만들어갈 미래가 어디까지 펼쳐질지 알 수 없다. 역시 꿈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꿈. 내가 좋아하는 단어.

지난 십 년은 가슴을 요동하게 하는 꿈이 있었는데 요즘은 현실에 파묻힌 기분이다. 다시 가슴이 설렌다는 서우진이 부럽더라. 꿈을 꾸는 사람 곁에 있는 함께 꿈꾸는 사람들. 그런 드리머들이 많아져 더불어 가슴 설레는 시간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즌1부터 3까지의 인물들이 한 장면씩 나올 때 … 울컥했다는!


동경하는 마음은 그 사람처럼 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김사부를 만난 이들은 그처럼 되고 싶어 했다. 좋은 롤모델이 가진 함정이란 생각이다.

다행히도 김사부는 제자들이 자신의 뒤꽁무니만 쫓아오도록 두지 않는다. “너답게” 살라고 한다. 자신도 자신답게 행동할 뿐이라고. 그의 곁에서 같은 방향을 보며 걷지만 각자의 속도로 넓게 펼쳐져 여러 곳을 아우르는 발걸음을 갖도록 제자들을 이끌었다. 그렇게 강동주와 서우진은 레벨 원의 외상센터가 되는 확장된, 자신들만의 꿈이 생겼다. 김사부가 바라던 진정한 낭만의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꿈을 가지라는 말은 추상적으로 들린다. 그래서 답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답이 없는 게 인생이다. 대신 “내가 좋아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키가 될 수 있다. 이런 고민을 해본 적 없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장동화 선생은 타인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워라밸을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가치인 것 마냥 추구했던 것 같다. 워라밸에 대한 고민 없이 그 모양만 따라 하던 장동화 선생은 그 가치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어정쩡하게 응급실을 떠나지도 안에 있지도 못하던 그의 모습이 소위말해 고구마였는데, 고민이었구나 시즌이 끝나갈 무렵에 비로소 장동화 선생을 이해하게 됐다.


부르게 확신을 내리기보다 아직은 잘 모르겠으니까 알아보고 싶다며 한 텀 더 이곳, 돌담에 남기로 한 장동화 선생이 무척 귀엽 기특했다. 시즌4에서도 보고 싶어짐. 우리 금쪽이한테도 너무 정이 들어버렸어!


강은경 작가 인터뷰 글을 보았다.

시즌3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의료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7년 전 시즌1을 준비하는 취재 과정에서 이미 바이탈과 지원자들의 부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7년이 지나는 동안 그 현실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 불편하고 답답한 지점들이 분명 있었겠지만, 이러한 현실을 두고 더 이상 낭만만 얘기하고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게 시즌1,2 때 받았던 사랑을 갚는 방식이라 여겼다는 작가의 인터뷰에서 ‘낭만닥터 김사부’를 향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


위로는 언제나 현실에서 와야 한다. 쉽지 않은 인생살이는 그렇기에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 안에서 낭만을 이야기하는 김사부식의 낭만이 시즌4, 5로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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