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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Feb 18. 2016

, 착한 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랑을 죽을 만큼 한적 있나요?


드라마에서 물었다.

아니. 없다. 요즘 누가 다른 사람을 위해, 아무리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대신 죽어줄 수 있을까?

그 정도의 희생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비록 시궁창 같은 삶이었지만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살았다. 수려한 외모와 총명했던 두뇌로 주목받는 의사로서  그곳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이전보다 더 한 시궁창으로 돌아간다. 똥 멍청이 바보, 강마루는

오직 그녀, 한재희를 위해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난 이유가 안돼요? 나도 지난 13년 동안 그 끝도 모를 시궁창 속에서 한재희가 켜준 등불 하나 보고  살아왔는데... 나 같은 놈은 한재희가 살아야 할 이유가 안돼요?


이 남자는 내가 죽였어요! 누난 모르는 일이야! 빨리 여기서 나가요!
그러지 마, 싫어, 네가 왜!
난 의사 아니어도 상관없지만 누난 누나 꿈 없인 못 살 것 같아요. 마음 병나서 시름 시름 앓다가 죽어버릴 것 같아서...  


강마루는 그때 알았어야 했다. 그녀에 삶에 강마루가 더 이상 일 순위가 아니었다는 것을..

아니 알았어도 그는 그녀를 위해 살인자란 누명을 어김없이 썼을 것이다.

그녀를 다시 만나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 조차 사랑 고백으로 들리던 건, 자신이 잃은 미래가 아니라 누나, 한재희가 파멸하게 될 미래 때문에 시작된 복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니 목적이 뭐야! 대체 뭘 하자는  거야!... 혹시 니 목적이 복수니? 너 배신했다고 유치하게 복수하려는 거야?......
누나 미쳤어? 그래서 내가 누날 다시 찾아올 생각이야. 누나가 있는 그 세상이 얼마나 화려하고 근사하고 대단한지 모르겠지만... 거긴 누나가 있을 대가 아니야. 누나 같은 사람이 있을 대가 아니야. 누나 같은 사람이 거기 계속 아무렇지 않게 있으면 세상에 정의가 무너지고, 희망이 무너지고, 질서가 무너지고, 꿈이  무너져... 누나 같은 사람이 계속 거기 있으면.  누나가 못 내려오겠다면 내가 올라갈게.  올라가서 내가 누나 데려 올개. 세상에 폐 그만낄치고 내가 데리럴 갈 때까지 짐 잘 싸놓고 있어.


복수극 드라마에 당연히 등장하는 또 다른 소재,

복수를 위해 이용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남자 주인공의 마음.

서은기를 꼬실 때에도 강마루는 몇 번이고 그 마음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랬기에 모든 사실을 안 후에도 서은기는 강마루를 찾아왔었다. 네가 아니면  안 된다고.

그런 그녀를 모질게 밀어낸 것도, 다시금 그녀 곁에 서서 그녀를 도운 것도 서은기를 향한 진심 때문이었다.

설령 마음을 이용한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받는다 할지라도 말이다.


강마루는 점점 세상과 마음의 문을 닫는다.

밝았고 상냥했던 얼굴은 핏빛이 사라진 하얀 얼굴이 되며, 사랑스러웠던 웃음은 사라지고 큰 눈을 깜빡일 뿐.

말도 많지 않고 표정이 변화 조차 없어지는 마루는 그 어느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위해 살지 않았다.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그보다 더 사랑하는 여자 한재희를 위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한 서은기를 위해 살았다. 그렇게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내어준 강마루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다.


그리고 등장하는 또 다른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박변과 안변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기보다는 직책으로 불리는 그들은 태산 그룹의 한 부분일 뿐, 가족이 될 수 없다.

그 둘도 평범한 꿈을 꾸던 사람들, 그러나 각자가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마음으로 이 둘은 다른 길을 걷는다.


한 번도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킨 박변.

어느 때라도 은기를 향한 마음을 드러내고 그 옆으로 갈 수 있었지만 욕심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그녀가 행복했으면 하는 것이 박변의 삶의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행복해하는 곳이라면 자신의 곁이 아니어도 괜찮다, 했다. 그가 바른 마음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바라본 여자, 서은기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를 위해 헌신적으로 자리를 지킨 박변도 사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인 셈이다.


꼭 가져야 합니까. 사랑하면? 내가 꼭 가져야 합니까? 전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요.
등신같은 놈.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같은 길에서 선배님을 한재희를 만난거고 전 서은기를 만난거죠. 그게 우리를 다시 만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길로 접어들게 만든거구요. 좀 더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손에 쥐려고 했던게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는걸 느끼게 될 때쯤이면 우리도 다시 같은 길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선배님?


욕심을 부린 안변. 그러나 어떤 면에선 강마루보다 더 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다.

자신이 사랑한 여자를 그녀가 원하는 자리에 올려주기 위해 그녀가 악해지는 것보다 더 악해져야만 했던 안변 역시 사랑에 미친 한 남자이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역시 자신이 아닌 그녀를 위함이었다.


한 번만 말씀드릴 테니까 잘 들으십시오. 이 모든 건 처음부터 태산을 가지고 싶었던 저의 야망과 탐욕 때문에 시작된  겁니다.... 사실 제가 가지고 싶었던 건 한재희가 아니라 태산이었습니다. 한재희는 아무것도 모르고 다만 안민영한테 이용만 당했던  겁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이봐요. 안변! 안민영!
안민영이 태산을 가지려고 하는데 결정적인 방해가 되는 서은기까지 없애려고 한 것입니다. 잘 숙지하고 계시다가 경찰에서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하십시오.


궁지에 몰린 그녀를 위함이기도 하였겠지만, 어쩜 안변의  마음속에는 한재희가 그만 이 악한 행동을 끝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을지도.



사랑, 배신, 음모, 기억상실 등  드라마의 뻔한 전개 요소들을 이렇게 지고지순하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감당하는 세 남자들에 의해  일분일초도 긴장을 풀지 않고 보게 만들었다. 시리도록 차갑지만 너무나 뜨거운 사랑의 모습들은 가슴 아프게 했지만, 기다리게 했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불지만 어느 사이 따뜻해진 햇살처럼, 곧 봄이 올 거라고.


그렇게 차갑운 격정이 몰아첬만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봄을 맞이 한다.

비록 그 자리가 모두가 원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질척거리며 그 끝을 더럽게 만들지 않아 더 좋았던 것 같다.


과연 내게도 사랑을 죽을 만큼 하는 날이 올까?


착한남자OST, 사랑은눈꽃처럼, 준수, 양보손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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