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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Apr 15. 2016

어쨌든, 태양의후예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회사 동료는 너무 유치하다고 하는데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말장난을 좋아한다.


가벼운 듯 보이지만 왠만한 힙합씬이 아니고서야 만들어 낼 수 없는 환상적인 라임은 인정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언제나 복선이 담겼고 메세지가 있었다.


<태양의 후예>가 방영되었을 때에는 기대가 너무 높아 아쉬움도 많았었다. 시트콤처럼 매 회 사건 사고가 펼쳐지는데 여자 주인공이 그걸 다 이겨낸다. 그 어떠한 트라우마도 없어 보인다. 극 후반에 몰아쳐진 PPL도 눈살이 찌푸러지긴 했다.


그래놓고서 나는 이 드라마를 두번, 세번을 넘어 부분 회차 다시보기를 포함하면 열댓번도 넘게 봤다. 툭 하면 봤고 퍽 하면 봤다.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 <도깨비>도 퍽하면 봤다. 그럴 때마다 주인공에서 서브로, 그 주변 인물들로 시선이 옮겨갔다. 이로써 모든 캐릭터가 밉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극을 풍성하게 하는 것도 김은숙 드라마의 매력이란 생각이 든다.




유대위와 강모연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와 책임을 아는 사람들이였다. 생사를 오가는 상황 속에서도 침착할 수 있었던건 이들이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였을까 싶다. 매 사에 용기를 내야하는 이 둘은 상황을 피하거나 도망치려하지 않았다.


대게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 할 수 없을 때, 사랑은 하지만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 헤어짐을 생각한다. 유대위도 묻는다. 그래서 나와 헤어지고 싶냐고. 여자 주인공의 고민이 시작된다. 헤어질 것인가 말 것인가. 헤어지지 않는다면 참고 살아야겠지. 불안감을 안은 체로. 사랑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그렇게 자신을 이해시키며.


하지만 유대위의 질문에 강모연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남자가 맞나, 하는 생각?" 애시당초 그녀의 선택지에 헤어짐은 없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서로 타개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서로가 납득할 방법을 찾는다.  어쨌든 강모연은 불안에 떨어야 할 날이 많겠지만, 서로가 신뢰를 쌓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은 사랑하는 사이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상사와 윤중위도 그랬다.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는 장면은 드라마에서 흔하다. 특히 재벌이 집안을 버린다고 말한다. 그럴때마다 생각한다. 그 뒤 그들은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일말의 원망도 없이 평생을 사랑할 수 있을까?


서상사가 윤중위의 청으로 윤중장에게 결혼을 허락받았을 때 서상사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해가 아니라 인정을 받아야 하거든. 내 딸이 원해서가 아니라 나라서 나이기 때문에 사령관님이 날 선택했으면 했어. 근데 사령관님의 허락이 단지 죽어가는 딸의 소원이라면 나 너랑 시작 안해."


유대위와 강모연이 달달한 커플이었다면 서상사와 윤중위는 슬픈 커플이였다. 도망치고 전화를 받지 못하는 모든 상황이 서로를 향한 배려였으나 서로를 찌르는 상황이기도 했다. 군인커플이라는 설정이 내 현재와 거리감은 있었지만 주고 받는 대사에서 남녀의 심리가 잘 표현돼 무슨 말인지, 어떤 마음인지 알 것만 같았다. <상속자들>의 영도와 탄이 오빠처럼 <태양의 후예>에서는 다시 볼 때마다 이 커플에게 마음이 더 갔다.


그리고 이들은 그모든 순간에도 말을 예쁘게한다. 이미 힘든 상황, 적어도 말로는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듯 감정을 표현하지만 문제를 벗어나 공격하지 않는다. 물론 대사가 이미 다 정해진 드라마이기에 가능하지만, 이럴 때 나는 드라마처럼 살고 싶다.



드라마 태양의후예, 극본 김은숙 김원석, 양보 손글씨




군인과 의사.

두 직업의 특징을 로맨스에 완전히 녹여버렸다. 아는거 1도 없지만, 개인적으로 느낄 때 김은숙 작가는 평범하고 익숙한 것들 속에서 다름의 한 끗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듯 하다.


여러번의 다시보기를 통해 이전에 쓴 글이 너무 정신이 없다는 결론이 나서, 몇 장면의 대사를 옮겨 쓰며 이전 글을 정리해보았다. 그래도 정리가 안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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