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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Oct 31. 2018

유유상종이 건네는 위로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성격이나 성품을 가진 무리끼리 모이고 사귀는 모습을 뜻한다. 옛 말 하나 틀린 게 없다. 내 친구들은 참으로 나와 닮았다.


  외근을 나갔다 점심시간이 되어 근방에서 일하는 동생을 만났다. 분식을 먹으며 소소한 수다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는데 동생이 내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나는 언니가 좀 더 편해졌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강아지 같은 눈망울로 나를 다독이던 그녀의 손을 나의 다른 손으로 포개며 말했다.


"나한테는 네가 그래. 너야 말로 좀 내려놓고 편해졌으면 좋겠어."


jtbc 뷰티인사이드 중에서


  그녀를 알게 된지도 어언 10년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긴 시간 동안 그녀는 변함이 없었다. 집안에서 막내였지만 그녀의 언니가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한 탓에 결혼해서 한국으로 돌아왔음에도 그녀가 집안의 맏이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속해 있는 곳들은 솔선수범하며 알아서 행동하는 그녀 덕분에 언제나 편했다. 그녀는 책임감으로 똘똘 뭉쳐있었고 성실했으며 불평불만이 없었다.


  그에 비해 나는 십 년이란 시간 동안 많이 게을러졌고 불평, 불만을 쏟아내며 대충 살자를 모토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변치 않는 그녀가 대단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안쓰러웠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제 그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들을 내려놓고 편안해졌으면 한다는 말을 건네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나의 말에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자기는 괜찮다며 언니인 내가 더하면 더했지 자긴 아니라고 아주 손사래를 쳤다. 편안해졌고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눈에는 나도 여전했나보다. 어쨋든 훈훈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서로를 향해 어이없다는 웃음을 날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코코카피탄 전시 중




  비슷하다는 건 어렵게 맞춰가야 할 게 없어서 좋다. 하지만 약점도 같기에 서로를 위로하는 일이 쉽지 않다. 약점마저도 서로 닮아, 상대방을 위로한다는 건 셀프디스를 하는 거나 다름없다.  


  재미난 건 인스타의 팔로우들의 성향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피드를 보면 대부분 일중독에 계획적이며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렇기에 나의 글에 공감하며 팔로우를 신청했겠지만:-P


  오늘 나의 짧은 글에 한 팔로우가 댓글을 달았다. 그분의 인스타에 들어가 보니 리포스트 된 글에 자신에게 야박한, 그래서 스스로에게 미안하고 맘처럼 되지 않는 일에 속상하다는 내용의 글이 담겨 있었다.


"스스로를 안아준다는 건 어렵죠. 주변을 챙기다 보면 자신을 안아 줄 힘이 남아 있지 않기도 하고, 자신의 실수를 자신에게만은 감추기 너무 어렵죠. 그럴 땐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아보세요. 약하다고 생각할 사람 아무도 없더라고요. 부디 오늘 위안이 되는 밤이 되시길. 오늘 하루 참 수고 많았습니다."


  톡톡 자판을 두드려서 댓글을 달고나니 어디선가 "너나 잘해"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어쩌면 '너부터 먼저'라는 댓글이 달릴지도 모르겠다. 그 날 동생과 헤어질 때도 우리는 서로에게 "너나 잘해"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한참을 서로의 손을 잡은 채로 웃었다.


  사실 그 웃음소리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해준 긴 위로였을 것 이다. 그렇기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좋았다. 따뜻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하지만 여전히 위로는 어렵고 서툴다. 나도 못하는데, 내가 이런 소리를 해도 되나 고민될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마음과 어떠한 이유로 자신을 괴롭히는지 조금은 더 알기에, 비록 나부터도 그렇게 살지 못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을 또한 알기에 나는 오늘도 서툰 위로를 건넨다.


  그 위로가 메아리처럼 내게 다시 돌아와 나를 위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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