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저 이번 달 말에 일본에 가요!”
신이난 그녀를 보며 늦은 휴가를 가나 싶었다. "좋겠네" 라며 소소한 리액션을 해주고 있는데, 그녀의 일본 여행은 사업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일본에 가게를 내기 위해 앞으로 자주 일본을 다닐 거라고 했다.
나도 처음에 불안했다. 한 직장에 오래 있지 못하고 이직을 하는 그녀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이직률이 높다며 그녀가 일하는 세계를 이해했지만, 그럼에도 한 곳에 오래 있으면서 배우며 안정적으로 일했으면 좋겠다는 어르신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보니 그녀는 일을 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이 느껴질 때마다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해왔던 셈이다. 최근에는 창업 컨설팅 회사에서 카페 메뉴 및 교육을 담당하는 일을 시작했다. 가게를 오픈하기에 경험해 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의 걱정은 역시나 섣불렀고 믿음이 부족했다는 생각에 그녀의 첫 일본 방문을, 그녀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여기 별이 떴네."
그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얼마전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친구는 우연히 오래 전 알고 지낸 동생을 만났다고 했다. 20대 중반 캔 맥주 한, 두 개로 늦은 밤까지 수다를 떨던 그 시절의 동생은 연락이 안 닿았던 몇 년 사이 청년대표가 되어 나타났다. 몇 년간 인간이길 포기하며 매달린 봐 이제는 안정적인 사업체의 대표가 된 것 이다.
오랜만에 만나 어떻게 지냈는지,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긴 수다를 나누고 헤어지는데 그 동생이 친구에게 “예전에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누나 눈에 별이 열 개였는데, 지금은 여섯 개 정도인 거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성숙해졌다, 차분해졌다 라는 말이 뒤에 붙었다지만 그 말을 전해 들은 나조차도 씁쓸해졌다. 동생의 말은 친구를 나무라는 말이 아니었음을 안다. 그저 만나면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하고, 아이디어가 쏟아지며 열정적으로 움직이던, 반짝이던 우리가 과거의 한 페이지가 된 것 같아 우리의 쓴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갖고 싶은 것은 없어도 하고 싶은 건 많은 사람이었는데...
출간 계획은 몇 년째 이루지 못한 채 미뤄져 신년 계획에 붙박이가 되었다. 글을 쓰는 대신 협조문 같은 공문을 쓰느냐 주말에는 자판을 채고 싶지 않았다. 놓고 싶은 자수 대신 정신줄을 놓기 일수였고 그러면서도 누군가 출간을 한다고 하면, 매끄럽게 잘 빠진 글을 보면 부러워했다. ‘좋겠다’는 말이 입에 배어버렸다. 꿈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고 꿈은 포기당하는 것이라며, 일상을 소비하기에 바쁜 나 자신에게 자조적인 농담을 내뱉어보았으나,
역시나 나는 눈에 별이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내가 훔치고 싶은 건 누군가의 꿈이 아니라, 꿈을 꾸는 마음일지 모르겠다.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 나가는 뚝심 일지 모르겠다. 변명도 핑계도 없는 당당한 삶의 자세일지 모르겠다.
오늘 하루를 책임지고 살아가는 삶도 훌륭하다. 하지만 그러한 삶에 반짝이는 별까지 뜬다면 어둑한 시절을 지나갈 때 좀 더 좋을 것 같다. 반복되고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삶에 꿈은 그런 조미료가 되어주는 것 같다.
하, 나의 표현력이 이 정도뿐이란 사실에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또 접고 싶어지만, 잘하든 못하든 이루든지 못 이루든지 반짝이는 별을 띄우며 살고 싶어 오늘도 글을 써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