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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Sep 07. 2018

사랑에 담긴 망상과 이성

선미, 사이렌
‘사랑에는 언제나 약간의 망상이 담겨 있다.
그러나 망상 속에는 언제나 약간의 이성이 깃들여 있다.’
 니체 <차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을 자기 방식대로 오해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몰라요. 또 어쩌면, 자기 방식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죠.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매력적이었으며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나 달라 보였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구두가 딱딱 거리면서 돌길 위를 걸을 때 왜 아무도 자기처럼 정신을 잃지 않는지
그녀의 베일에서 나오는 숨소리에 왜 아무도 가슴 설레지 않는지 그녀의 땋은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거나 손이 공중으로 날아오를 때
  왜 모든 사람들이 사랑에 미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중에서
 
네이버 웹툰 #간 떨어지는 동거 (목 연재) 중에서

사랑은 미친 짓. 현대 의학이 유일하게 허락한 정신병. 망상 속에서 시작되어 진실된 아름다운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 이런 일을 나는 멀쩡한 정신으로 하려고 했다.


상대가 내게 갖는 기대를 충족시켜주려 애쓰느냐 탈진 해 버리거나,사실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원하지도 않는 해명 하려 했다. 필요 이상의 정직함이 사랑의 망상을 깨트렸고, 섣부른 행동이 여물어갈 시간을 빼앗아 나를 이해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다.


사랑할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자꾸 미뤘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면 그때 해야지 라며 사랑의 기회를 뒤로 미루었다.


그러나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지 못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음으로 성장해 온 것을 생각해볼 때, 내가 놓친 기회는 단순히 사랑을 할 기회가 아니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기회였을지 모르겠다. 사랑을 망상으로만 보아서, 그 속에 담긴 이성과 이해를 생각지 못한 나는 아직까지도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어린애인가 보다.


웃자고 본 웹툰에서 나는 버릇처럼 쓸데없이 진지해졌다. '왜 모든 사람들이 사랑에 미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는' 그 망상의 세계로 가고 싶다.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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