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로 하는 불편한 행동.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출근 길에 단골 카페에 들린다.
거의 매일 커피를 사가는 편이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 걸어서 출근하는 내게 아이스 음료는 필수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들어서면 사장님은 자연스럽게 내 텀블러를 받아 음료를 만들어 주신다.
사무실에 도착해 컴퓨터를 부팅시키고 그 사이 물을 뜨러 탕비실로 향한다.
내 지정 컵은 아무 무늬 없이 투명한 유리컵이다. 여기에 물을 따라 마시면 왠지 더 시원한 느낌이 든다.
이따금 단골분식집에 대표님의 점심을 사러 다녀온다.
도착과 함께 픽업하기 위해 전화로 미리 주문을 해 둔다. 일주일에 두세번은 가는지라 이제는 설명하지 않아도 포장 봉투 없이 김밥이 든 상자만을 건네 주신다. 비닐 봉투에 담아 가는 대신 에코백을 들고 오는 나를, 알뜰하다며 예뻐해주시는 아주머니는 참치를 더 많이 넣어주신다. 비록 그 참치김밥은 내 입으로 들어가진 않지만... :) 정이 느껴져 참 좋다.
얼마 전에는 지독한 열대아를 버티게 해준 나의 동지, 아이스팩이 터져버렸다.
어떻게 버려야 할지 고민하는데 다들 그냥 쓰레기통에 버림되지 않겠냐고 하더라. 그러자니 부피가 너무 크고, 물로 흘러보내자니 그 속에 담긴 액체괴물이 과연 물에 녹을까 싶었다. 이 녀석을 분해하려면 어마무시한 물이 필요할 것 같았다. 결국 지식인에게 SOS를 구했다. 아이스팩을 햇볕에 말리면 액체가 가루가 되니 가루만 쓰레기통에 버리고 비닐은 분리 배출하라고 했다. 아이스팩을 자세히 보니 직사광선을 피하라는 문구가 있었다. 액체가 마르기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쓰레기를 버릴 때 분리수거 기준이 애매한 경우 검색찬스를 쓴다.
사실 텀블러를 쓰게 된 이유는 부끄럽게도 환경보호에 있지 않았다.
거의 매일 한 잔 이상의 음료를 마시다보니 회사 탕비실에 비치된 분리수거 통의 플리스틱은 죄다 내가 먹은 일회용 컵이었다. 된장녀같이 보일까 싶었고(ㅎㄷㄷ) 나 때문에 탕비실이 지저분해지는 것 같은 기분에 텀블러를 챙겼다. 그리고 커피를 오래두고 마시는 탓에 온도가 유지되는 스테인 재질의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유도 있다. 요즘은 버스 안에 일회용 컵이 금지다보니 여러모로 텀블러가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
비닐 봉투나 대신 에코백을 쓰고 매번은 아니지만 통을 가져가 음식을 사오는 이유는 연립주택이라 분리수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손을 씻고 휴지보다는 손수건에 딱거나, 분리수거 방법을 구체적으로 찾는건 생필품들인 휴지나 쓰레기봉투가 비싸서였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먼저가 아니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나는 일회용품 줄이기, 쓰레기 최소화하기 등에 대해 찾아보았다. 환경보호의 관점으로 기사들을 찾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쓰레기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도 줄어들었다고 하나같이 말하고 있었다.
텀블러와 에코백을 챙겨서 다니는 나를 보며 ‘혼자 열심히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이야기를 자주 듣늗다. 불편해보인다는 말도 들었다. 맞다.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이다.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숨도 못 쉴 정도로 더운 공기 속을 걷는 요즘, 이 불편하고 귀찮은 행동이 갖는 의미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 행동을 하다보면 느끼게 된다. 불편할 뿐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 행동의 결과가 나와 동떨어져있거나 먼 훗날의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삶의 불필요했던 부피들이 줄어드는 것도 함께 경험해 볼 수 있기에. 환경을 보호한다는 착한 행동이 주는 덤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
글의 마무리를 카페에 나와 하고 있다. 내 뒤로 직원이 음료를 주문하는 고객들에게 머그컵을 권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행동의 의미를 알고 있는 듯 하다. 외부로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머그컵에 음료를 받아가고 있다. 나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장 동료, 가족 등 하나 둘씩 텀블러를 사용하고 있다. 좋은 변화는 영향력이 강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우린 변화할 것이다. 때론 다짐하는 것에 비해 자주 일회용품들을 사용하게 된다해도 이 행동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어떠한 불편한 행동을 일부로 하고 계신가요? 지혜를 나눠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