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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Sep 02. 2019

보답


  내 곁엔 좋은 사람이 많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성실히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짧게 나누는 메시지에서도 전해지고 나는 자주 건강한 자극을 받는다. 무탈히 잘 살아주는 지인들에게 항상 고마웠다.


  바쁜 삶에 자주 만나진 못 해도, 두어 달에 한번 만날 때면 우리 손엔 무언가가 들려있다. 서로를 생각하며 준비한 작고 때론 큰 선물이다. 생일이나 특별히 축하할 일이 없어도 우린 만날 때마다 무언가를 꼭 챙겨 온다. 그냥, 니가 생각나서.


  처음에는 그 선물이 한없이 부담스러웠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받고만 온 날엔 고마운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커서 불편했다. 이기적이고 사랑이 부족한 나란 사람을 들킨 것 같아, 제 발 저렸나 보다.


  그래서 지금보다 어렸을 땐 일부로 무언가를 준비해 가거나, 약속을 잡아서 선물을 갚았다.


  시간이 지나서 알았다. 그건 갚고 말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준비해 온 물건은 일부로 산 것도 있고, 집에서 쓰던 것도 있고 종류와 범위가 다양했다. 하지만 한 번도 빠짐없이 내 취향을 저격했다. 즉, 내 생각을 했다는 뜻이고 그 사람의 관심과 마음이 담겼다는 걸 의미했다.


  누군가의 마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지만, 환산할 수 있다 한들 갚을 능력도 없었다. 얼마나 어렸던 건가.


  한 예능에서 차승원 배우에게 평범한 삶에 대해 물었다. 자신은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결코 평범해질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하루하루 별 일 없다면 그게 평범한 거라고. 하지만 그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별 일이 없어야 가능한 거란 걸 깨닫고 난뒤 그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많은 사랑과 관심, 보살핌 덕분에 지인들의 마음에 어떻게 보답해야 하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냥 기쁘게 받아 아주 잘 쓰면 되는 것이었다.

  잘 쓰고 있다는 이야기로 한 번 더 연락하고, 나도 그들에게 건강하게 별 일 없이 살고 있다는 평안을 전하면 충분했다.



 “참 좋은 인연이다. 귀한 인연이고, 가만히 보면 모든 인연이 다 신기하고 귀해. 갚아야 해. 행복하게 살아. 그게 갚는 거야.” -나의 아저씨 중-


  그래서 열심히 살려고 한다. 주변에 참 좋은 사람들을 위해서, 잘 살아내는 가장 큰 보답을 실천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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