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도 벽이된다

by 양보

지난 한주간 너무 지치는 일이 있었다.


갑자기 핸드폰이 고장나서 A/S을 맡기러 센터에 갔다.

핸드폰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고, 무상 수리 기간도 끝났기에 수리비 걱정이 컸다.

직원은 원인을 알 수 없기에 본사에 보내야하니 접수를 하라고 말했다.

수리비가 얼마나 나오냐고 물었으나 알 수 없다며 본사에 보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본사에 접수에 하면 견적이 나오고 그 안내를 받은 뒤 수리 여부를 정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내 폰은 수리가 불가능하여 리퍼폰으로 되돌아 왔고 어마어마한 수리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안내 받은 절차와 달랐기에 당황스러웠다.

직원이 신입이어서 안내가 잘 못되었다고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는 듯 하였으나

센터에서 내게 제안한 보상은 수리비를 내고 리퍼폰을 찾아가면 이후 6개월간 무상으로 수리를 해준다

또는 고장나서 폐기처분된 내 핸드폰의 중고가 3-4만원 정도를 주겠다 였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당장 가서 따져야 한다,

가서 소위말해 진상-을 부려야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넌 너무 무르다-

등 등 내 대신 거품을 물어줬다.


고마웠다. 그런데 힘들었다.


논리적으로 따지는 건 잘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떼를 쓰는건 내 영역이 아니었다.

아마도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아프셨기 때문에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것들이 많아 떼를 써본 일이 없는 탓이 크겠다.

잘 하지도 못하는 '실랑이'를 벌이느냐 일주일동안 업무적으로도 실수가 많았다.

지치고 지첬기에-


3-4만원에 합의를 보려고 했으나, 뭔가 이건 내게 너무 손해인 것 같단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말만하면 출동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농담으로 "그래- 가서 넉넉히 보상금 받아다 줘! 그럼 내가 10% 띄어줄게"

했지만, 진짜 매장에 가 있다는 문자에 - 소란 피우지 말고 돌아 오라고 했다.


마음 한 편에선 누군가 나 대신 가서 이야기 해주었으면- 했지만,

이 건 내 문제이니, 내가 해결해야만 한다-는 마음이 컸다.


양보 생각, 양보 손글씨


그리고 얼마 후, 나 대신 매장에 찾아갔다 돌아 온- 동생과 치킨을 뜯었다.

"난 말야, 든든한 남자를 만나고 싶어. 내가 기댈 수 있게- 든든한"

그 말에 동생은 코웃음을 쳤다.

"언니는 그런 사람을 만나도 안 기댈거야. 그게 폐라고 생각하니까-

어떻게해서든 주변 사람에게 폐끼치지 않으려고 혼자 하겠지. "


생각해보니 대체로 그랬다.

엄마가 다시금 쓰러져 응급실에서 대기하고 수속을 밞는 상황 속에서도

다쳐서 피가 철철나서 패닉이 찾아오는 상황 속에서도

회사 이직 등 마음이 소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내 일이니, 내가 감당해야지-

다른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

내 일이니, 내가 선택해야지-

다른 누가 대신 책임져 줄수 있는게 아니잖아.

누구에게 말해봤자, 어차피 내가 해야 할 내 몫이니까.

정신 차리자-

울지 않고 입술을 꽉 깨물었고, 괜찮다-고 말했다.




"배려도 벽이 된다."

지난 주 동상이몽- 프로그램에서 김구라씨가 한 말이다.


평소엔 미주알 고주알 수다스럽지만

나에게도 힘든 문제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도움을 청하는 건

굳이 그 사람이 감당할 필요 없는 문제를 하나 만들어 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부탁을 피하게 되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다소 불편함이 있어도 이해하고 넘어가다보니

정작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사람도 얼마나 힘든지 아니 도움을 거절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 꽤 외로웠다.

똑 뿌러지고 당차보이고 씩씩해보이지만,

난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무섭고 감당이 안되고 두려운데... ...

누군가에게 부탁하기 미안했다.


필요해, 김필 부름, 양보 손글씨

이런 내게 엄마는 반대로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너가 아끼는 그 동생이 '언니 나 상황이 이래. 와서 좀 도와줘' 라고 하면 갈꺼야?"

당연히 갈거다. 자존심 쎈 그 아이가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에게 도와달라고 했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다, 나에게 도울 줄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귀찮거나 버겁다기보단 고마운 마음이 들것 같다고

대답했다.


혼자 무엇을 감당해야한다는 건

나를 외롭게 만들지만,

반면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예의라는 이름으로

배려라는 생각으로

벽을 만들어 나를 향한 기꺼이, 돕고자 하는 마음들을 다른 형태로 무시하고 평가절하했던건 아닐까 - 생각지 못한 교만한 내 모습에 오싹해졌다.



혼자는 너무 안쓰러운 일이다.

사람 인(人)은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이제는 내게 내 밀어준 손을 잡아야겠다.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동행, 김동률, 양보 손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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