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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Feb 28. 2020

[대사.ZIP]낭만닥터김사부 시즌2 2.

돌담에 잠자는 수자, 우리 수 샘의 코털을 건드리다니.

조직에서 위아래도 중요하지만, 해야 할 말은 해야지. 짧지만 명확하게 팩트를 집는 우리 수 샘. 역시 수 샘

자신이 일하는 곳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 세상이 다른 시선으로 본다 할지라도 맞고 옳은 일이라면 흔들리지 않고 나가는 돌담 사람들. 돌담- 이 이름하고 너무 잘 어울리는 태도인 것 같다.

회사를 구성하고 운영하게 만드는 데는 주력 산업이나 핵심 부서만 있지 않다. 큰 바퀴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 안에 작은 톱니들이 숱하게 엉켜 돌아가고 있다.

수 샘이 말한 폐업은 병원이 본래의 목적을 잃고 장사를 한다면 더 이상 병원이 아니기에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정말로 문을 닫자 말한 게 아니고, 수 샘의 의도를 장실장도 알고 있다. 하지만 서운함은 조금 다른 감정이다. 이해는 하나 느껴지는 감정은 별 수 없다. 나 역시 전문직과 함께 일하는 사무직원이다 보니 장실장 님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위기가 닥치고 평화로움이 깨질 때 우린 편을 가른다. 똘똘 뭉쳐 이겨낼 생각인데 우리끼리가 되기 쉽다. 이다음 회에서 수 샘은 우리 서로 편 가르지 말자고 말한다. 우린 한 배를 타고 가는 운명 체니, 무엇보다 본인도 그런 의도는 없었다며 상한 마음을 달랜다. 그리고 단단한 신뢰가 있었기에 두 사람은 서로의 말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번 시즌은 돌담 식구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서 좋았다.


드라마에는 왜 이렇게 트라우마에 갇힌 사람이 많이 나올까?

시즌 1의 서정 샘도 그랬고, 서우진도 유년기 시절에 겪은 가족 자살이  극단적 트라우마로 남았다. 박민국 원장도 사고 현장에서 의사로서 생명을 살리기보다 혼자 살기 위해 도망처 나온 그 날에 갇혀있다.


하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드라마다 보니 트라우마가 된 사건이 극단적인 것뿐, 내 역시 갇힌 트라우마가 떠올랐다. 비겁해지고 싶고 도망치거나 부정해버린다거나,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상황이 있다. 박민국 원장도 그랬겠지. 그 날 일을 후회하다 자신을 탓하다 그렇게 버스 안에 갇혀버렸다. 버스에서 내려오기 위해 그는 원망의 화살을 김사부에게 돌렸다. 하지만 제대로 대면하지 못 한 과거는 그를 여전히 버스 안에 두었다. 다만 본인은 그 버스를 나왔다고 생각할 뿐.


그래서 김사부가 이만 그 버스에서 나오라고 한 말에 박민국 원장은 또 잘난 척한다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 뒤로도 박원장은 김사부를 잘난 척하는 위선자로 봤으니까. 속 터졌는데 트라우마가 그렇게 쉽게 해결된다면 그것도 너무 드라마다 싶지.


DM과 댓글로 많이 요청했던 대사다.


소신을 지킨다는 것,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 일을 하며 잊은 지 오래다. '굳이'라는 단어를 붙이자 이런 일들이 순식간에 의미를 잃었다. 내가 김사부처럼 사람을 살리는 소명과 사명이 투철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불편하면 피하지 뭐 굳이.. 나 하나 지켜봤자 뭐 그리 달라진다고..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인격이 무시된 해고를 받고서도 그러려니 체념하려던 남도일 선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두면 그렇게 대우해도 되는 사람이 된다던, 차은재에게 한 김사부의 대사가 생각났다.


굳이 내가 할 필요는 없지만, 내게 주어진 불편함이라면 내가 움직이는 게 맞다. 가만히 있어 다른 사람이 나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대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되겠다. 행동이든, 글이든, 닿는 시선까지도. 김사부처럼 함께 해줄 든든한 동역자들이 있다면 더욱더.


짧지만 굵은 팩트 체크.  

아직은 내 한 몸 건사하면 되어 그런가. 높은 연봉보다 근무환경이 조금 더 중요하다. 그래도 가끔 변함없는 월급에 서글퍼지고, 급여만 보고 직장을 바꾸고 싶지만 그럴 때면 높은 연봉 뒤에 숨겨진 뜻, 다채로운 노동에 대해 생각한다.
버젓이 갑질과 성희롱이 고가며 눈치 보며 퇴근하고, 월차를 써야 하는 다른 직장 이야기를 들으며, 급여는 적지만 예의 바르고 배려해주는 이 회사를 떠날 수가 없다. 사탕 발린 돈에 넘어가지 않는 나 자신이 될 수 있길!

김사부가 뒷짐을 쥐고 있다. 앞서서 해결하기보다 뒤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로 격려한다.

내가 여기 있다고. 당신들은 내게 짐이 아니라 힘이라는 이 말은 건강한 격려가 된다.

<이태원 클라쓰>에서 학교 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주먹을 휘두른 아들에게 그래도 잘못된 방식이었다고 가르치는 아버지가 나온다. 이후 갑질을 당하여 아버지와 아들이 부당한 처분을 받아도 폭력을 행했다는 잘못이 있기에 겸허히 받아들인다. 목적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선해야 한다는 것과 잘못을 하면 벌을 받는 다는 걸 깨우친 아들은 소신 있고 강단 있는 인물로 자란다.


상황이 대조되어 보인다. 잘못은 잘못한 사람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건 초등학교 입학 전에 배운다. 똑똑한 사람은 안 배워도 된다, 그런 게 아니다. 당연하다고 인식될 정도로 기본적인 개념이 사회에 나오면 흔들린다. 도대체 왜 때문일까.


차은재 엄마는 그녀가 돌담에 와서 이상해졌다고 하는데 나는 그녀가 비로소 어른다운 어른을 만났다고 본다. 김사부는 그녀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도왔다.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하러 가는 그녀를 끝까지 말리지 않았다. 부딪히며 배우는 방법으로 존중해주었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지는 법을 깨우치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라는 주체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넘겨주고 받아야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김사부 시즌2에서는 핑계에 대한 일침이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해고 통지를 받아들이던 도일 샘, 자신의 마음과 달리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사과하러 가는 은재에게 그리고 환자를 포기하려던 박민국 원장에게 핑계를 대며 피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 꾸지람은 환자라고 피할 수 없었다.


"누가 그럽디다. 포기하는 순간 핑곗거리를 찾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하는 순간에 방법을 찾는다고"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대신했던 멈춰 선 행동을 생각한다. #명대사를기억하자

차은재는 김사부로부터 울렁증 극복 약을 받고 들어간 수술실에서 김사부와 뼈 선생, 배문정 선생으로부터 인정과 격려를 받는다. 사실 그 날 은재의 압박 울렁증은 극복되었다고 본다.

다만, 이 울렁증을 완벽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은재 스스로가 자신을 믿어줌이 필요했다. 열심히 해왔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온 자신을. 마지막을 은재가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의 손길까지.. 너무나 벅찼던 장면들.

하 역시 우리 김사부 #열린꼰대



와, 이 대사 뭔가요. 정말 너무 명쾌해서 속이 다 뚫린 기분.

#검색어를입력하세요 에서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되지'에 이어 #인생대사 예정


엄연히 다른 개념인데 욕심과 양심이 무척 닮게 느껴진다. 조금 더를 위해 잠시만을 선택하는 순간, 짧아 보였던 그 간격이 갑자기 늘어나 돌아오기 힘든 강이 돼버리는 듯하다. 정말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 욕심과 양심을 잘못 선택하는 일이 없도록 개념 정리 확실히 해둬야지!


이 대사를 듣는데 '악플' 이 생각났다. 주먹만 안 썼다 뿐이지 그보다 야비하고 불쾌한 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인 마냥 구는 모습까지.


참지 말아야 할 일에 참지 않고, 해야 할 말을 주변 상황이나 관계 때문에 무리하게 삼키지 않는 은재. 정말 폭풍 성장한 은재의 나이스 뒤통수 씬으로 정말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 장면 :)

남자 사람과 어쩌다 단 둘이 있는 모습을 보면 꼭 사귀는 사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아니라고 하면 잘해보라고 한다. 흠 그렇지 않아도 우린 이미 서로에게 잘하는 사이인데, 왜 꼭 그렇게 엮고 해석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성 친구를 멀리하고 괜한 거리를 둔 시간이 있었다. 난 왜 가까이에 있는 사람보다 멀리에 있는 사람의 시선을 더 의식했었는지, 하등 쓸데없는 시간 낭비였다.


김사부에게 야무지게 배운 은재. 마음에도 없는 불필요한 사과, 그런 시간 낭비 감정 낭비는 더는 없다는 저 단호함. 배워야지!

근래 본 #스토브리그 나 #이태원클라스 에서도 신념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김사부도 말할 것 없다.

두리뭉실하게 신념이 어떤 뜻인지 안다. 하지만 뭐라고 똑 부러지게 설명하긴 어려웠다.


소신이란 굳게 믿거나 생각하는 바다. 하지만 굳게 믿거나 생각하는 바 모두를 소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말장난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박민국은 자신이 굳게 믿은 바 김사부가 위선자라고 생각했다. 이를 소신으로 삼고 그는 돌담과 김사부에게 무례한 행동을 일삼았다.


그 미묘한 차이를 김사부가 알려줬다. 욕심과 망상이 만든 집착은 소신이 아니라고.


박민국은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를 속였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자기 합리화가 이어지며 숨어든 마음을 들키면 안 되었기에 집착이 된 게 아니었을까. 김사부는 박민국 속에 숨겨진 소신을 사칭하는 그 집착을 끄집어냈다. 그제야 박민국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마주했고, 비로소 돌이킬 수 있었다.


동시에 김사부는 내게 소신이 있는지, 그 소신이 욕심이 둔갑한 집착은 아닌지 물었다.

김사부의 소신이 돌담 병원 곳곳에 가득하다.

수 샘의 마지막 대사는 김사부가 말하던 낭만적 삶의 태도와 닮았다.

세상은 불편해하는 낭만, 이 개멋부림을 좀 연마해봐야겠다.

대사를 옮겨 적는데 너무나 김사부-어투였다. 이 대사는 김사부가 해도 어색함이 1도 없을 정도로. 그 선생의 그 제자. 김사부가 뿌듯해할 만하다.


앞서 대사들을 통해 욕심과 양심, 소신과 집착에 대해 배웠다면 이 대사를 통해 정치질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정리했다. 그리고 때로는 앞서는 감정을 뒤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한 수 배웠다.

감정에 사로 잡히면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단어를 쓰고 문제 해결이 아닌 인신공격하며, 본질을 흐릴 때가 있다. 억울하다 생각이 들어도 말과 태도에 예의를 갖춰야 하겠다.

김사부의 소신은 사람이다. 사람을 살린다, 그거 하나다. 이는 몸의 병뿐 아니라 마음의 병이 든 이에게까지 향한다.
모두가 고구마 여주라고 생각한 차은재의 성장이 눈부시다. 그 뒤에는 기다려주고 믿어준 김사부가 있었다. 바로 나오는 성과는 기대하지만 사회와 먼저 나온 선배들은 알아서 크라고 말한다. 거대 병원에서 차은재 담당 교수의 모습이 그렇다. 많은 분들이 기다렸던 대사다. 특히 마지막 김사부가 은재에게 해준 말을 가슴에 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경쟁 시대에 넉넉한 마음의 격려가 고픈가 보다. 어쩌면 누군가를 믿어준다는 건, 상대의 어떠함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내 선택이고 내 의지라면 그런 나의 선택에 대한 믿음도 있어야 함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보기에 돌담은 작은 시골 병원이지만 도심의 대형 병원보다 사람을, 환자를 품는 그릇이 크다. 그녀가 거대로 돌아가지 않고 돌담에 남은 이유마저 좋다..


원장님의 마지막 얼굴이 아이처럼 행복해 보였다. 윤아름 선생의 앳된 목소리와 동요 가사까지,

마지막 이별을 존중하는 모습이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웠다.

시즌 1과 같은 내레이션으로 마무리했다. 김사부의 낭만은 더 어려워진 삶의 물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처음 시즌1과 비교하며 차은재를 고구마 여주로 봤고, 서우진을 괴롭히는 사채업자를 치워 주지 않아 짜증이 났으며, 꼼냥꼼냥 연애 스토리에 팔짱을 껴버렸다. 하지만 작가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모난 돌 프로젝트를 완성한다.
가장 좋았던 건 시즌 1에서는 김사부를 앞세웠다면 시즌2에서는 김사부의 낭만 정신을 이어받은 돌담 식구들이 그 역할을 함께 한다는 점이다. 수 샘, 도일 샘, 장 실장님 뿐만 아니라 조용히 함께하는 뼈 선생과 서우재에게 일침을 가하러 온 도인범 샘까지. 모두 돌담스럽게 성장했다..

사실 강동주와 윤서정 그리고 도인범보다 서우진과 차은재는 더 어린 느낌이 들었다. 김사부는 이들을 강제로 이끌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게 좋은 질문을 던지고 기다려준다. 그렇게 모두 돌벤젼스로 자라났다. 낭만 있는 삶과 열린 꼰대로서 나의 미래를 꿈꾸며, 낭만 있는 자세로 외상센터를 세워나가는 시즌3이 나오기도 꿈꿔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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