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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Feb 17. 2020

스토브리그 : 대사 편 3

'그냥'

이라는 부사를 좋아한다. 나는 이 말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억지로 지어내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그냥-이라고 말하는 순간은 몸에서 힘을 빼는 느낌이다.


물론 애타는 상황에 상대가 들려주는 그냥-이라는 대답이 기운을 뺄 때도 있지만, 내 힘을 뺄 때도 사용한다.

'그래 그냥 해보자' 뭐 이렇게.

꼭, 잘하지 않아도 돼. 그냥.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도 충분하다니까.

#스토브리그 대사를 적고 있어서 그런지 자주 등장하는 표현에 시선이 간다.


스카우트 팀이 해야 하는 일은 좋은 선수를 발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이들을 봐주는 것도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자신들을 찾아와서 봐주는 스카우터로 인해, 대학 야구 선수들은 좀 더 열심히 연습하는 건지도 모른다. 좋은 선수는 그런 시선 속에 키워지고 발굴될 수 있겠지.


양원섭 팀장의 모습은 오래 봐주는 감독의 모습과 닮았고, 백단장이 일하는 결과하고도 닮았다. 그리고 일하는 양원섭 팀장의 모습 속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비쳤다. 이렇게 일 하는 사람을 우린 멋있다고 생각한다.



엄미선 팀장의 모든 말에 공감했다.

#스토브리그는 팀이 운영되기 위해 각 업무가 하는 일을 잘 들어내고, 직급이 갖는 무게도 잘 표현한다. 참 야구 드라마라기보단, 참 오프스 드라마란 인상을 받는 이유다.


회사 일이 지겨워진 걸까, 더 이상 성과가 나지 않아서일까, 업무에 열심을 잃은 이유는 무었을까? 어느 순간 나도 열심을 내지 않고 있었다.


잘한다, 잘한다는 말에 열심을 내어도 돌아오는 건 인정과 보상이 아니라, 더 큰 업무와 책임감이었다. 이런 현실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항상 아쉽다. 그런 아쉬움과 때론 상처가 쌓여 적당히가 되었다. 게다가 자신의 열심히 누군가의 해고로 이어진 경험이 있는 임 팀장의 경우, 자신도 그렇게 해고될 수 있다는 허탈감이 들지 않았을까?


백단장의 해안이 참으로 눈부시다.

마음속에 있는 불씨를 다시 지피는 건 본인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를 만족시키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만족해야 즐겁고 오래 할 수 있다. 드림즈를 향한 마음으로 능력을 발휘한 임 팀장은 모처럼 즐거웠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동기 부여해주는 조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강두기 선수는 참 우직하다.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는 바이킹즈에서 뛰기보다 만년 꼴찌인 드림즈로 돌아오길 처음부터 바랬다. 팀이 어긋나려는 것처럼 느껴질 땐 목소리를 높였다. 후배들에게 신뢰받고 리더에게 인정받는 강두기.


정직하고 단단한 그에 대한 애정이 높다.

많은 분들이 기다리셨던 대사 :)


이렇게 말해주는 팀원이 있다면, 그 리더는 얼마나 행복할까?


강두기 선수 그리고 이세영 팀장.. 아니다. 드림즈 전체가 안다. 백단장이 얼마나 책임감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그 책임감이 그를 힘들게 한다는 사실까지.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드림즈도 좋지만, 나와 너 소를 잃으며 누군가의 괴로움으로 거머쥐는 우승을 바라는 게 아니다. 열심히 훈련해서 정정당당하게 겨룬 시합이 가져온 결과는 어떠한 것이라도 값지다. 이세형 팀장이 오늘 백단장에게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한 수 제대로 가르쳐주었네 :)


좌절스러운 상황에서 주저앉아 있기보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이는 프런트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하 뭔데 심쿵)

물론 그 결과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한 몸부림이 모두 의미 없지 않다. 최소한 마음대로 하려는 걸 고민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정신이 더 멋있다.


계란으로 바위 쳐서 바위를 깨트릴 순 없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속수무책 당하는 것도 싫다. 이래도 깨지고, 저래도 깨진다면 흠집이라도 남기는 편이 능동적으로 폼나지 않나. 내 인생인데 누가 휘두르는 방망이에 맞고만 있을 수 없지.  때론 범도 하룻강아지 귀찮은 줄 알아야 한다.


가치를 나누지 않는 부의 축적, 성장은 공허하다는 백단장의 말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책임감은 대표나 단장 홀로 갖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동료, 조직도 함께 나눠지고 있다는 그의 인정은 기뻤다. 때로는 논리적인 수치보다 마음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분명 드림즈 매각 PT였는데 내게는 백단장의 성장 보고로 들렸다.  


또다시 백단장은 홀로 남겨졌다. 거침없는 그의 행보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적폐라고 불리는 부정한 방법들을 정리했을 뿐이다. 물론 소통의 기술이 부족했지만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백단장의 바람에서 생긴 부족이다. 거침없는 행보가 필요했던 상황이었음을 왜 감안하지 않는 걸까? 누군가 대신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불러 놓고 일을 제대로 하니 그래서 부담스럽다는 상황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의와 충성도 중요하지만, 회사에 일하러 오는 건데 왜 말 잘 듣는 사람을 선호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가 대표가 아니라 그릉가. 백단장만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건 내게 나름, 충격이었다. 그래도 그보다 더 귀한 걸 얻은 백단장이라, 이 또한 스토브리그다운 결만인 것 같아 마지막까지 좋았다. 무엇보다 백단장이 웃었으니까:D


이 대사를 왜 마지막에 둔 걸까?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건 해봐야 알겠지만 열심히 할 건데' 그건 다들 그렇다고 했다. 한결같이 백단장이 해 온 말이다. 그가 일에 대해 갖고 있는 신념이 아닐까? 열심히 하는 것,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내는 것. 기본 중에 기본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드림즈를 지킨 건 백단장만이 아니다. 운영팀과 스카우트 팀, 전략분석팀, 마케팅/홍보팀, 코치진과 선수들까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열심히. 그 결과 팀을 지켜냈고 정말로 우승을 기대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백단장 한 사람의 리더십이 조직을 변화시키고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저마다 가슴속에 있던 뜨거운 불을 지폈다. 그런 그가 모두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무심히 말해준 마지막 대사는 마치 격려 같았다.(아 울컥)


당연한 듯 보이지만 사실 당연한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는 내게 일하는 자세에 대한 기본을 이야기해준 드라마로 기억될 듯싶다.


안녕 스토브리그 잘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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