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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ul 29. 2020

사이코지만 괜찮아 : 대사 편  4


6회에서 문영은 강태에게 형만 아니라 자신도 네가 필요하다며 책임지라고 했다. 그때 강태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강태는 상태에게 자신을 내어준다. 그게 형과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장면에서 한 참 웃었지만 그 끝이 좀 썼다.

나만 참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줄 알았던 때가 있었지. 참아서 해결될 일이 있고, 말하지 않아 더 꼬이는 일도 있던 경험이 피가 되고 살이 되어 간다.


형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었지만 혼자 감당해왔지만 순덕 여사 말처럼 이젠 형을 믿고 형과 함께 하는 법을 강태도 익혀 나가야 하지 않을까. 강태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고 자신으로 설 때 상태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역시 세트 세뚜. 강태 마음 알아주는 건 문영이뿐이고!

자주 피드에서 언급해서 민망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순기능은 나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것. 그리고 #괜찮아사랑이야 대사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길 힘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의 순 기능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더 나은 사람’이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과 같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동일한 선으로 그 사람을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려고 하지 말자, 매번 다짐한다.


오늘도 나는 나의 게으름과 용기 없음에 마음이 상했다. 서른 생 동안 굳어진 습관을 나조차 바꾸기가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상대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바꾸고 변화시키려기보다 알아가는 노력 속에 이해를 통해 조화를 이루고 싶다. 그리고 가능한 그 모든 순간이 사랑이길 바란다.



사랑을 잃지 않음으로 무례히 행하지 않고, 나의 유익을 위해 그 사랑을 구하지 않으며 오래 참고 온유하게, 시간을 함께 했으면 하기에. 사랑이라고 깨달은 문영이와 강태가 오랜 시간을 그렇게 함께 할 수 있길:)


오늘도 문영스러운 문학수업이었습니다.

모두가 강태를 뜯어말리며 참으라고 하는 판에 진짜 참은 건 문영이었구나. 선빵 맞은 후 어떻게 반격할까 싶었는데... 병원 정원에 저 크기 돌덩이가 실화인가 싶었지. 매번 참고 참던 강태의 안전핀을 정말로 문영이가 빼버렸어. 근데 강태가 안 쳤으면 내가 쳤을지도 �


정말 두 사람 #세뚜세뚜


포인트 하나. 우리 상태 오빠... 맨날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동생이 서 있으니... 죄송합니다 우리 형이..라고 자주 듣던 말이 나온, 이 어색한 상황이 나는 왜 사랑스러운 건지.

포인트 둘, 무급에 억울한 정직에 고소장까지 날아올 이런 상황을 강태가 몰랐을까. 매번 때리면 맞고 나가라고 하면 나왔던 강태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그건 아마 함께 놀아줄 문영이 있단 생각 때문이었겠지. 물론 문영이 자신을 책임져 줄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모두가 참으라고 하는 판에 잘했다고 편 들어줄 사람이긴 했으니까.

한 번은 이렇게 후련해도 되지 않을까. 해맑은 표정 참 좋네 강태.... (그냥.... 출근 안 해도 되는 게 부러워서 그런 건 아니고...)

모두가 참으라고 하는 강태에게 참지 말라고 해주고, 미친 거 아니냐며 탓하는 말들 사이 문영만 멋있다고 해준다.

살짝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나 역시 그녀에게 색안경을 쓰고 있었나 보다. 문영은 모두가 보고 싶은 것만 볼 때 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보고, 모두가 한 곳을 보며 외면할 때 봐야 할 것을 봐왔던 게 아닐까.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했지만, 예상외로 사람의 감정을 잘 알고 곁에 머물거나 멀어지거나 적절히 행동한다. 뭐, 이번엔 본인의 의지가 아닌 자연의 방해로 강태와 멀어져 버렸지만. 응, 고라니 ㅅㄲ 너 이 타이밍 아니었어. 경고 �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고, 내가 아는 것도 전부가 아니고.

문영이 강태를 처음 봤을 때 “운명”이라고 했다.


‘운명이 뭐 별건가. 이렇게 필요할 때 내 앞에 나타나 주면 그게 운명이지.’


문영이 첫 순간에 강태를 알아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담배 불을 끌 종이컵이 필요했을지도. 하지만 계속 얽히는 시간 속에 폭탄과 안전핀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세트임을 느껴갔다.


사랑에 빠지는 건 순간이지만 그 이유는 고작 한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두 사람이 서로에게 반한 이유가 그렇게 가슴 아픈 이유는 아니길 바란다.

사랑은 오래 참는 거라고 시작하는 성경 구절이 있다. 처음에 그 문장을 보았을 때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격이 급해 참을성이 부족한 성격 탓에 어릴 적 좋아하는 마음을 참지 않았었다.


하지만 자라면서 왜 사랑이 참는 건지 조금씩 깨우쳤다.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는 그 문장 뒤편에 사랑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내 마음에 맞게 상대를 바꾸려 들지도 않고, 나의 감정이 상대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대게 많이 기다려야 했다.


강태는 꽤 오랜 시간을 참는 삶을 살아왔다. 비단 사랑이란 감정뿐만이 아닌 삶의 모든 면에서.


좋아하는 마음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순간에도, 고라니처럼 날뛰는 문영을 꽉 안고 다독이는 강태에게서 더 크고 깊은 애틋함이 느껴졌다. 더불어 새벽 눈 뜨자마자 문영을 위한 꽃다발을 준비하러 나갔을 강태의 표정도 함께 그려졌다.


한편으로는 이 행복이 곧 닥칠 어떠한 불행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도망 포기 선언이 다시 문영에게로 향하게 해 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어차피 해피엔딩일 테니:-)

문영은 머리카락을 잘랐고 강태는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강태가 준 꽃을 어린 시절 문영이 받은 듯 보인 모습에서 과거 상처들과 하나씩 이별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렸고 여렸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가는데 정작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강태 부와 모는 나아가질 못 하고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는지 모르겠다.

네, 여러분! 우리 강태와 문영이 드디어 입을 맞췄어요�

#아는건별로없지만가족입니다 에서 사고를 치고 돌아온 막내가 엄마에게 애교와 함께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의 표정은 굳어있다. 그 화면 위로 은희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렇게 쉽게 덮어버리면 안 되는 거였다. 언제나 그게 문제였다.'


얼음 호수에 빠진 날, 홀딱 젖은 상태가 먼저 집에 돌아갔을 거고 한 참 후에 강태가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왜 형이 비 맞은 생쥐꼴로 돌아왔는지 형을 지키지 못했다며 강태를 혼냈을 엄마도 바로 전 상황에서 강태를 혼내놓고 마음 아파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강태 역시 꼴이 말이 아니었기에 그저 아이를 씻기고 재우지 않았을까 싶다. 암묵적인 합의로 그 일은 그렇게 묻어두게 되었을 테다.


하지만 결국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잘 걸어 잠그고 살았는데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 쑤서 박아 놓은 과거에 대한 기억과 상처가 시간 속에 낡아진 문을 부수고 쏟아져 나왔다. 동생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말하는 상태나 아니라고 말하는 강태 그리고 이 사건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기억하고 있는 문영까지. 모두가 상처 받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별은 사랑하는 사람 하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하고도 필요한 게 아닌가를 자꾸만 생각하게 한다.


배우들 얼굴 근육 하나, 하나 목소리의 떨림까지. 한 사람의 생에 오랫동안 축척된 상처가 얼마나 무겁고 두려운 건지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역시 연기 장인들.

좀 감동했어.

사랑을 논할 때 감정만 부각되고 함께 발맞춰야 할 책임은 잊히는 것 같아 불안했는데.


정태는 아름이를 위해 자신을 먼저 바르게 세우겠다고 말했다. 함께 이겨내자는 아름의 말은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사랑은 분명 이길 힘을 준다. 하지만 함께 해야 할 때가 있고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는 걸 정태는 알고 있는 듯하다.


단호한 그의 돌아섬이지만 내가 아름이었다면 믿음직한 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그도 사랑은 오래 참는 거라 하지 않았는가.

강태가 아니라고 해도 아닌 게 아니라고 찰떡같이 알아듣는 문영이. 다시 돌아와 자신을 붙잡아 준 강태를 기억하고 있다. 그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알고 있을 문영이다.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을 더 잘 알아본다던 말이 생각났다.

문영이 화려한 옷을 입고 못되게 말하고 때론 폭력도 불사했던 건 감정이 없어서,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지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라푼젤을 가둔 성처럼 그녀는 대저택에서 고립되어 자랐다. 마음에 드는 친구를 지키는 방법은 선물로 준 꽃을 땅에 던져 짓밟거나 꺼져라고 상처 주는 말로 멀리 떨어트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감정을 잘못 익힌 채 어른으로 자랐다. 외면해오던 과거를 들추는 강태의 등장으로 그녀도 잊고 있던, 꾹 꾹 숨겨 두었던 감정과 대면해 간다. 그래서 모든 걸 다 터트리고 쏟아낸 상태와 강태를 보며 문영이 눈물을 흘린 게 아닐까.


문영이 이토록 상처 받은 얼굴을 처음 본다.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숨기지 않고 가지 말라고 붙잡는 문영이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정말 이기적인 건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까지 나, 단 한 사람을 위한 유익을 위할 때가 아닌가 싶다.


주리가 말한 행복은 궁극적으로 함께 행복해지기 위함이다. 그 과정에 잠시 자신을 추스리기 위한 혼자만의 시간은 결코 이기적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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