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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ul 29. 2020

사이코지만 괜찮아 : 대사 편  3


되로 주고 말로 정말 말로 받고 있는 강태. 그러니까 너도 문영이를 잘 모르는 거야.

이성적 사고보다 감정이 먼저 앞서 눈 앞을 보지 못 하고 달려 나온 너와 빨갛게 부은 강태의 뺨을 보고 화를 낸 문영이 같은 맘이라는 거지. 문영을 이해하는 과정일지도 :)


그나저나 정상훈 배우님은 잠깐 나오셔도 존재감 확실히 가져가시네. 정말 독보적인 배우임 인정!

문영이는 일부로 감정을 읽지 않는 게 아닐까? 그녀가 쓴 동화를 읽다 보면 감정을 모르는 사람이란 생각이 사라진다. 무엇보다 놀랍도록 정확하게 강태 속마음을 집어낸다. 


오히려 잘 알아서, 알기 때문에 제대로 모른 척하는 듯 보인다. 자신에게 가까이 오지 못 하게 소리 지르고 못되게 구는 것도 멀리 떨어트리려고 하는 행동처럼. 그 누구보다 온기가 그립지만 내가 아닌 상대를 위해 밀어내는 듯. 좀비 아이는 문영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지.

그동안 어디서도, 누구에게도 할 수 없던 이야기 아니었을까? 자칫 형을 부담스럽게 여긴다고 느낄까 봐. 자신의 진심이 왜곡되거나 폄하될까 봐. 그래서 자신마저 흔들릴까 봐.


그런데 오히려 노골적으로 위선자라고 했던 문영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대사를 적으면서 나는 문영이 왜 이렇게 강태를 상처주나 속상하다고 했는데, 인친들은 문영이 강태를 탓하는 게 아니라, 그래도 괜찮다는 말로 다가왔다고 했다.


모두 완전할 수 없으니 형에게 그런 마음이 설령 들지라도 그건 잘 못된 게 아니라고. 그럴 수 있다고. 놀고 싶은 마음이 뭐 죄라고. 상태를 향한 강태의 마음과 그의 공허함까지 이해해준 듯했다고. 위선자라는 말에 놀랐지만 강태도 나처럼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문영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지 않았을까. 그 뒤로도 계속 강태의 마음을 알아차렸던 문영에게 강태는 조금씩 솔직해지고 있다. 강태의 삶에도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건가. 실상 엄청난 변화다.


강태는 형을 보며 자신이 자유로워서도 행복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자신은 형을 보살펴야 하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니까. 재수가 강태에게 문영을 조심하라고 한 말, 문영의 폭력성을 봤기 때문에 친구를 걱정해서 한 말인 건 알지만, 그 말이 또다시 강태를 현실에 묶는다. 

오랜 시간 가족처럼 함께 한 재수보다 문영만이 강태의 갈급함을 알아차렸다. 상처도, 나비도, 형도 잊지 않게 자신의 상황을 자주 상기시켜 달라는 강태의 모습이 나는 왜 문영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였을까.

어린 시절 문영은 자신이 사는 집으로 찾아온 강태를 보며 기쁜 마음에 뛰어 내려간다. 그러나 누군가 그녀 앞을 가로막고 달려 나가는 마음까지 큰 저택에 묶어 버렸다. 강태를 묶어 두는 현실과 문영을 묶어 두는 저주. 풀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형이 동네 아이들에게서 맞고 돌아온 날, 왜 형을 지켜주지 않았냐고 다그치는 엄마에게 강태가 말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그 날의 기억이 강태를 붙잡고 있다. 그렇다고 달아나지도 않는 착해 빠진 강태는 오랫동안 마음에 자유를 품어왔을 테다.


문영은 자신도 책임지라며 강태를 밀어붙이지만 강태는 강태 것이다. 상태 것도, 문영 것도 아니라. 그리고 그 사실을 빠르게 인정해 나가며 강태가 자유를 찾아가도록 돕는다. 서로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가 감동적인 이유 :)



형을 응원해주라는 순덕 씨의 말에 지킨다는 행동에 다양한 모양을 보았다.

강태는 이제껏 형을 보듬어 안아 지켰다. 누군가에게 맞고 오지 않도록 보살피라는 엄마의 말을 기억하고 그렇게 형을 동생처럼 곁에 두고 보살폈다. 


여태 살 수 있게 보살폈다면 이제는 할 수 있게 밀어주는 단계로 갈 때다. 강태가 누구의 것도 아닌 것처럼 상태도 상태 본인 것이다. 어른으로 자신의 인생에 책임지는 법을 상태도 알려줘야 한다. 이 또한 지키는 행동이다.


따뜻하게 마주 잡은 두 손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진심으로 형제를 위하는 마음까지 전해진다. 여태껏 누구도 이 형제에게 건네주지 않은 마음이다. 어른의 지혜다. 강태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문영이 상태에게  '푸른 수염' 이야기를 통해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를 메시지를 전했다. 상태와 강태는  '푸른 수염'은 다르다는 것이 차별의 이유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신부가 강태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주받은 성에 갇힌 공주는 문영이고.


하지만 세 번 재즘 캘리를 쓰기 위해 장면을 보고 또 보면서 사람들이 푸른 수염을 무서워 한 이유가 정녕 수염이 푸른색이었기 때문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랬다면 그를 무서워하기보단 차별하고, 무시하는 경계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을까? 아니 그런 무시와 차별로 '푸른 수염'이 무섭게 변한 것일까?


다만 '푸른 수염' 집에 들어간 여자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다는 점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인간의 부족함보다 자신이 정한 룰에 맞춰 강압적인 질서를 만다는 공포에 집중하게 했다. 그리고 공포로 몰고 가는 푸른 수염 백작이 문영이의 엄마와 비슷해 보였다. 


원작 속 푸른 수염에 대한 시선도 다양했다. 극악무도한 살인마로 보기도 하고 정치적 희생양으로 보기도 했다. 대화를 주고받는 대상에 따라 이야기의 메시지가 달라진다는 점이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즐거움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이처럼 떠들고 있다.

 


문영이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 밀어내던 그 모든 행동이 사실은 가지 말라고 붙잡은 애처로움이었다.

코멘트를 다는 게 쓸모없게 느껴질 정도로 동화 같은 영상미와 두 배우님의 비주얼 ♡



밤에 내는 개소리 (바로가기)



#아는건별로없지만가족입니다 를 보면 기억이라는 녀석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 나온다. 같은 날의 일을 언니와 동생이 다르게 기억했다. 그건 앞서 벌어졌던 상황이 달랐기에도 그랬겠지만 그 뒤로도 많은 시간이 소위 말해 자매의 성격대로 기억됐다.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해, 오해하고 미워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도 두 사람은 재회하여 부딪히는 가운데 진심을 알게 되었다.


강태도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과거에 대한 기억의 조각이 이렇게까지 잘 못 남아있진 않았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래도 상태를 통해 이제라도 기억을 바로 잡을 수 있어서, 오랫동안 상처 받아온 강태의 마음이 위로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봄날의 개' 이야기도 전부 듣고 싶은데, 고문영 작가님 도서가 출간되었더라고요 :) 

환자도, 문영도, 강태도 오래 메어 있던 과거의 줄을 하나씩 끊어냈다. 

자유로워진 만큼 더 많이 가까워지고 사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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