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을 통해 배운

<한 여름의 추억> JTBC

by 양보

10년 전으로 돌아갈래, 지금 당장 10억을 받을래?


주제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퀴즈를 맞추는 <유 퀴즈 온 더 블록> (tvN)의 그 날 주제는 '돈'이었다. 진행자 유재석은 출연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10년 전 시간 vs 지금 당장 10억 ". 현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질문이지만 우리는 가끔 질문과 같은 상상을 한다.


내 대답은 한 가지 전제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기억한 상태로 돌아간다면 나는 10년 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반대로 10년 전으로 돌아갔을 때 지금의 기억을 잃는다면 그냥 지금 당장 10억을 받을 것이다. 기억이 없다면 나는 지금과 다를 바 없이 살게 뻔하니까. 지금의 나는 살아온 시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한 여름의 추억> (JTBC, 2017)에서 여름(최강희 분)은 지난 사랑의 상처 때문에 자신을 애매하게 대하는 제훈(태인호 분)에게 어째서 실패를 나아가는 성장판으로 삼지 않느냐 묻는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숨기고 지겹게 싸우기만 했던 그 해 여름과, 가장 오래 만났지만 그의 마음을 믿지 못해 헤어졌던 지난여름의 일들을 떠올린다. 이제는 끝나버린, 지난 사랑이 남긴 것들이 당시에는 슬픔이었지만 돌이켜 보니 자신을 성장시킨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성인이라 불리기 시작한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16년을 살아오면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로 착실히 세상을 배워왔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머물다 가는 것과 회사원으로 조직의 구성원이 되어 일하는 것은 달랐다. 실적에 대한 압박과 냉정한 대우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 코피 터지게 일하고 대상포진도 두 번이나 걸리면서 내 멘탈이 쿠쿠다스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름의 고백처럼 내게도 가장 뜻깊은 시간으로 기억되는 건 치열했던 순간들이다. 슬펐거나 상처가 되었던 순간이다. 그 시기를 함께 보낸 동료들은 인생을 함께 걷는 소중한 관계로 이어졌고, 뼈 아픈 실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좋은 표식으로 남았다.


스펜서 존스가 쓴 『선물』이라는 책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과거보다 더 나은 현재를 원한다면 과거에 있던 일을 돌아보라고. 모든 시간은 의미를 가지며 가르침을 준다. 시간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선생이다.


그러니 비록 오늘 원하는 모습을 띠지 못했어도 그 순간에도 나는 자라고 있음을 떠올린다. 덕분에 성공에 대한 미련이 줄었다. 그저 시간이라는 좋은 선생님 밑에서 착실히 배워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게 현재 삶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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