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갑 포차> JTBC
예기치 못한 선물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 있다. 평소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주던 친구가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걸 보더니 마사지 샵을 예약해주었다. 스물 중반 생애 첫 마사지였다. 여유롭게 마사지를 즐기는 친구와 달리 나는 바짝 긴장해 있었다. 아프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누군가 내 몸에 손을 대는 일이 익숙지 않아서였다.
나를 담당하던 선생님은 긴장하지 말라면서 몸에서 힘을 빼야 뭉침이 더 잘 풀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마사지를 받는 60분 내내 들었다. 마지막엔 애원하는 듯 제발 몸에서 힘 좀 빼라고 했다.
구두도 뒷 굽이 빨리 닳고 축도 자주 깨지고, 조금만 걸어도 앞 허벅지가 아팠고 다리에 쥐도 자주 났다. 요가 선생님 말로는 몸에 힘을 주고 걷기 때문이라며 평소 운동할 때도 몸에 힘을 많이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도 내게 힘을 빼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힘을 준 적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힘을, 아니 무슨 힘을 빼라는 건지 답답하기만 했다.
닭강정을 먹는 방법은 실로 제 각각이겠지만 <쌍갑포차> (JTBC, 2020)를 운영하는 월주 이모(황정음 분)는 뜨거울 때 보다 조금 식은 뒤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한 숨 쉬는 동안 물엿이 딱딱하게 굳어 겉바속촉을 만든다고. 이 대사에는 주로 친구를 소환하는 댓글이 달렸다. 그 모습에서 자신이 느낀 위로를 친구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열심히 해라'는 말이나 '파이팅'도 좋지만 '한 숨 쉬었다가 해도 괜찮아'와 같은 말으 듣고 싶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열심히 사는 법, 이기는 습관에 대해서는 배우지만 쉬는 방법은커녕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가 없다. 그래도 예전보다 쉼에 대한 인식이 대두되면서 '워라벨'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지만, 멀리 떠나는 휴가나 고가의 물건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일시적인 기분 전환 말고 진짜 단단해지는 법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날도 요가 선생님이 동작을 취한 내게 다가와 힘을 빼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자 선생님은 내게 한 단계 전 동작을 취할 것을 권했다. 그리고 동작을 보다 완성도 있게 취하도록 세세하게 자세를 잡아주셨다. 몸에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편안히 자세가 취해졌다. 선생님도 한결 편안해진 내 몸의 상태를 느끼셨는지 "무리하지 말고 가능한 선에 머무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 말은 요가 시간마다 지겹게 들어온 말이었다.
요가를 하면서 무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일이 없다. 할 수 있는 선에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날 온전히 힘이 뺀 편안한 상태를 경험하고 나니 그동안 내가 무리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의 열심은 무의식 속에서도 그야 말로 열심을 내고 있던 것 이다. 선생님은 컨디션이 매일 같을 수 없다며, 자신의 상태에 맞는 난이도에 머무르며 그 상태에서 조금 더 완성된 자세를 만드는 게 좋은 수련 태도라고 알려주셨다. 옆사람은 물론 과거의 자신과도 경쟁하지 말고 현재의 컨디션에 맞추는 게 포인트였다.
난이도가 아닌 내 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뽐 내려는 마음을 접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완성도를 만들어가자 좋은 자세가 몸에 베였다. 차근차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발 판이 만들어진 것 이다. 숙련자처럼 보이고 싶어 무리하던 시절보다 동작의 난이도는 낮아졌지만 내 호흡에 맞춘 플로우도 충분히 멋있었다. 매주 2회씩 듣는 요가 선생님의 지도 편달 덕에 삶에서 의미를 잃은 체 행해오던 열심을 정리하고 있다. 매년 대상포진과 극심한 몸살을 앓아온 이유가 이런 과한 열심 때문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숨'은 숨을 한번 쉴 수 있는 짧은 시간이다.
나는 ‘열심’이 비어진 자리에 작은 쉼 들을 쪼개 넣었다.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분주한 마음을 잠재우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하지만 덕분에 나를 더욱 알아가게 되면서 힘의 발란스가 맞춰지는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한 숨 쉬어도 괜찮다. 별 일이 일어나기엔 ‘한 숨’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