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인터뷰

by 양보

올해 초, 동아일보 기자분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모르는 '야알못'과 직장인 사이에 인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여 기사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러다 <스토브리그>의 대사를 캘리그래피로 작업해서 올린 내 피드를 보았고, 대사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정리한 글을 보며 내가 느낀 <스토브리그>의 매력이 무엇인지 듣고 싶어 인터뷰 요청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해 주셨다.


인터뷰 제안을 받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내가 뭐라고 인터뷰를 하나,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다. 과한 걱정이라 여기지 않고, 불안해하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신 기자 분 덕분에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두 차례의 전화 인터뷰가 이뤄졌다. 그리고 한 주 뒤 기사가 나갔다.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인터뷰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신문에는 내 이름과 작업한 캘리그라피도 실려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기사는 아빠에 의해 지인과 친척,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나도 이런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지인과 팔로워 들의 축하를 받는 이런 상황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종이로 된 신문을 손에 쥐고 나서야 현실감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가 해도 되는 인터뷰였는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스토브리그_인터뷰.jpg


객관적으로 보면 내가 한 인터뷰는 정치/사회, 외교/안보처럼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내용은 아니다. 더욱이 기사에는 나 외에도 다양한 직급의 직장인들의 인터뷰가 함께 실려있었다. 그러니 내가 가진 불안은 상당히 과장된 게 맞다. 하지만 사실을 아는 것과 그래서 마음을 돌리고 행동을 바꾸는 사이에는 꽤나 큰 간극이 있다.


기쁜 일임에도 기뻐하지 못하고 못내 불안해하는 내게 가까운 이들이 이런 말을 해주었다.

"언니의 꾸준함이 만든 기회예요. 꾸준함은 진짜 귀한 거예요."

"네 생각에 같이 공감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을 사람보다 더 많을 거야."


내가 뭐라고.

이 말 참 많이 써왔는데 아주 못된 말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열심히 쌓아온 노력을 다른 사람도 아닌 스스로가 깎아내리는 건 분명 좋지 못한 태도다. 그리고 이런 자세는 내게 기회를 준 이의 전문성과 안목을 무시하는 일일 수도 있었다. 겸손하려는 마음이 지나쳐 교만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를 통해 나와 달리 내가 하는 일들을 넉넉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 봐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작가로 불러주며 부족한 글에 공감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분들이 떠오른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혹시나 나처럼 '내가 뭐라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면, 자신을 향한 시선에 갇히지 말고 가끔은 타인이 바라보는 넉넉한 시선으로 자신을 보길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생각보다 많은 위로와 격려, 인정을 받아 왔을지 모른다. 스스로가 아니라고 생각해 거절하며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자신을 객관화하여 자만해지지 않으려는 건 좋지만 그래서 더 잘할 수 있는 날개를 부러트리는 건 자신에게 가장 못된 행동이다.


사실 이 글을 마무리해 갈 때쯤 한 전자제품 회사에서 캘리그래피 작업에 관한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최종 선발 전 후보군이라고 했지만 보이스피싱은 아닌지 '왜 내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최종적으로 광고에 함께 하지 못했다. 많이 속상하냐고 묻는 엄마에게 진심으로 아니라고 답했다. 어쩌면 진짜 실력이 부족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서 그동안 내가 열심을 기울인 노력을 폄하하진 않았다. 오히려 이런 기회가 내게 왔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 올지 모를 다음 기회를 위해 더 열심히 하자! 건강하게 반응했다. 다행히도 내 안에 처음 든 '내가 왜?'라는 생각이 오래 머물지 않았나 보다. 하긴 그렇기엔 난 너무 많은 격려와 사랑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부디 당신도 누군가가 건넨 마음을 감사히 받아 싹을 틔우고 나무로 키우길. 그래서 정말 당신과 주변을 흔드는 거센 바람이 왔을 때 흔들림 없이 서서 모두에게 안정을 주는 존재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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