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yourself'로부터 자유해지기

<뷰티 인사이드> JTBC

by 양보

'너 자신을 사랑해봐'

나는 이 말이 세상 어렵다.


요즘을 살아가는 세대가 중요시 여기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닐까 싶다. 타인의 인정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때 비로소 다른 사람도 너를 사랑해줄 것이라 말한다. 일명 'Love yourself'


하지만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가 싫어진다.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치거나, 버스 번호를 착각해 잘 못 타거나. 열심히 작업한 캘리그라피에 오탈자가 나올 땐 세상 내가 싫다. 멋지게 입고 나온 줄 알았는데 티셔츠를 또 거꾸로 입었다거나, 알고 보니 트렌치 코드 끈을 바닥에 질질 끌고 걷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은 물론이거니와 몸이 아파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민폐를 끼치는 내가 싫다는 생각이었다.


이제는 'Love yourself'라는 말에도 내가 싫어진다. 이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고, 사랑해주지 못하는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죄책감을 낳으면서 나는 또 내가 싫어진다.


어떻게 하는 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거냐고 물으면 자신에게 관대해져라, 실수를 용납할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의 평가에 너무 귀 기울이지 마라 등의 답이 온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편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류의 대답이 와 닿진 않았다. 억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한동안 무의식적으로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밀어냈다.



여기 자고 나면 얼굴이 바뀌는 여자가 있다. 잘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다. 성별도 나이도 예측할 수 없이 변한다. 그러면 일주일 동안은 모르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실력 있는 배우지만 이런 사정 때문에 갑자기 촬영장에서 사라지거나 며칠 씩 잠수를 탔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알리 없는 대중은 그녀가 인기를 얻자 변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생기면 원인이 무엇인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아내려고 한다. 원망하고 싶고 책임지게 하고 싶다. 하지만 그녀에게 생긴 일은 설명할 길이 없다. 절망 속에 신을 원망해 보기도 하지만 내가 한 잘못들만 생각난다. 모든 게 내 업보 때문인 것 같아 전생까지 긁어 모아 자신을 탓하고 미워하던 세계(서현진 분)였다.


그녀는 자신이 아프면 본인 탓을 하는 엄마를 알기에 이러한 변화가 있음을 엄마에게도 숨겼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아이로 변한 세기가 친구 우미(문지인 분)의 먼 조카라는 가짜 신분으로 그녀의 엄마와 며칠을 보내게 된다. 일주일 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는 엄마에게 슬쩍 물어본다. 자신의 모습이 변하면 엄마는 어떨 것 같냐고.


연예인인 딸이 또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가 싶어 엄마는 그런 말들 신경 쓰지 말라고 단호히 말한다. 그냥 너 대로 살라고. 네가 어떤 사람인지 엄마가 알아주고 또 너만 너를 알아주면 된다며 딸을 위로한다. 그녀는 데뷔 이후로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변한 건 겉모습일 뿐 연기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게 따뜻한 그녀 본성은 변한 적이 없다. 그 사실을 사람들은 몰라도 엄마가 알고, 무엇보다 그녀 자신이 알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 객관적인 기준을 찾아다녔다. 남들은 아니라고 하는데 나만 예쁘다고 하는 건 모두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추구한 객관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사실은 타인의 평가였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내가 보여주는 모습만 보았고, 때로는 보고 싶은 모습만 봤다. 타인의 평가야 말로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인정으로부터 벗어나라고 했나 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나를 사랑해야 할까. 엄마는 이어서 세계에게 말해준다. 자기애를 발휘해 너의 모든 순간을 사랑해 보라고. '자기애'라는 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아닌가. 결국 다시 원점인 듯싶었으나 캘리그라피로 옮겨 적기 위해 여러 번 더 쓰면서 엄마가 말한 사랑하라는 대상이 '모든 순간'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실수투성에 불안전한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사랑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초점을 둔다면 애틋해진다. 실망보다 응원해주고 싶다. 포기하지 않도록. 그래서 정말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다른 누구보다 내가 아니까.


말은 이렇게 해도 긴 시간 잡혀왔던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순간에 바뀌지 않았다. 자신을 좋아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던 영화「벌새」에서 선생님 영지(김새벽 분)가 은희(박지후 분)에게 해주던 말을 떠올린다.


천천히 시간을 기울이는 것. 이것이 내가 찾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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