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시대 시즌 1> JTBC '
가끔 드라마를 보면 내가 걷던 거리가 나올 때가 있다. 익숙한 그곳에서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주인공들이 현실감 없는 모습으로 대사를 주고받는다. 이 맛에 드라마를 보지만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그런 정신일 때는 피하고 싶은 괴리감이기도 하다.
아무튼 위로는 현실에서 와야 한다. 드라마에 푹 빠져 있더라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그럴 때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다. JTBC에서 방송되었던 <청춘시대>.
다섯 명의 주인공은 그들이 처한 상황의 특수성을 제외하고 성격만 본다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나는 그중 진명 선배(한예리 분)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다.
진명은 식물인간 상태로 입원해 있는 동생 병원비와 쌓여있는 빚을 갚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인다. 수업이 끝나면 과외, 새벽 편의점 알바, 주말이면 레스토랑 알바까지. 무표정한 얼굴과 상반된 분주한 몸짓이 그녀의 치열한 삶을 부각했다.
종종 거리는 걸음으로 진명은 오직 하나 회사원, 그 꿈을 향해 나간다. 이나(류화영 분)는 그런 진명을 보며 그렇게 열심히 해서 되고 싶은 게 (고작) 회사원이냐고 묻는다. 비아냥이 담긴 듯한 질문에 진명도 자신의 꿈이 유엔 사무총장이나 우주 비행사면 좋았겠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평범 이하라고 생각하는 진명에게 회사원은 유엔 사무총장만큼이나 평범하지 않은 꿈이다.
반면 이나는 돈 많은 남자들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했다. 세상이 보기에 그녀는 쉽게 사는 듯했고 치열함이나 열심, 이런 건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나는 치열하게 사는 진명의 삶이 한편으로 부러웠다. 그녀에게 있어 치열함은 가질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진명이 부럽고 같은 이유로 진명이 싫었다.
평범을 갈망하고, 치열함을 갈망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어느 인생을 감히 제삼자가 쉽다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데. 아니 그 인생이 되어 살아보지 않고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청춘'. 어떤 이들에겐 할 수만 있다면 억만금을 줘서라도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라지만, 정작 그 시간을 지나고 있는 '청춘'은 무엇 하나 쉽지 않다.
진명은 수 차례 진행된 입사 시험에서 줄줄이 낙방한다.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열심히 곱씹지만 그럴수록 떠오르는 건 면접장에 어울리지 않는 낡고 해진 자신의 신발뿐이었다.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 담긴 신발에 면접관의 냉소적인 시선이 닿았다. 마치 그녀에게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자리조차 과분하다는 듯, 세상이 그녀를 밀어내는 듯 보였다. 결국 그 날 진명은 무너진다. 이보다 더 무엇을,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울부짖는 그녀를 보며 나도 함께 울었다. 그녀만큼 치열하게 살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세상에서 쫓겨난 듯 한 박탈감을 모르진 않으니까.
이나는 뒤늦게 미술에 도전함으로 소위 말해 어렵게 사는 삶에 들어선다. 사춘기도 아니고 때늦은 진로 고민에 빠진 자신이 한심해 포기하고도 싶지만, 그건 또 자존심 상해 못하겠다며 이나는 이나답게 다시 종이와 펜을 잡는다. 울부짖던 진명은 잠시 방황하지만 그 시간 덕에 미리 걱정하는 버릇을 고쳐보려 한다. 딱 한번 무계획하게 살아보기로 하며 그동안 해온 열심을 잠시 멈춘다.
알고 보니 이나에게 예술적 재능이 있었다거나, 진명이 어느 대기업에 취직하는 엔딩을 예상했는데... 진명과 이나 외 예은(한승연 분), 지원(박은빈 분), 은재(박혜수 분)의 엔딩도 비슷했다. 마지막 회에서도 이들이 가진 과거와 상처, 어두운 면은 여전히 존재했다. 억지로 해피엔딩을 만들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함께 하며 겪은 여러 일을 통해 아주 약간의 빛이 삶에 들어왔을 뿐. 그리고 그 빛을 방향 삼아 앞으로 걸어감으로 이야기는 엔딩을 맞는다.
익숙하지 않은 열릴 결말은 시즌 2를 기대하게 했고, 기대처럼 시즌 2가 나왔지만 시즌 2의 엔딩도 다를 바 없었다. 특별하지 않게 끝난 마지막이지만 주인공들이 어디론가 이어진 길을 향해 나가고 있음이 보였다. 그리고 이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삶은 동화가 아니기에 '그렇게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엔딩을 맺을 수 없다. 진짜는 그 이후부터다. 삶으로 이어지는 질문으로 끝내는 <청춘 시대> 엔딩 때문에 어두운 내면에 부딪힐 때면 이 드라마를 다시 보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