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비교해 볼 때 2020년은 드라마 기근이라 불릴 정도로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다. 가뭄에 콩 나듯 한 작품, 한 작품으로 간신히 버텨오다 드디어 <비밀의 숲 시즌 2> (tvN, 2020)가 시작되었다. (버텨온 내 자신아, 칭찬해!)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기대 속에 본 첫 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시즌 1과 마찬 가지로 사람이 죽는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됐지만 해무에 쌓인 사고 현장처럼 이 사건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첫 방 시청에 남긴 나의 반응에 대게 공감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는 힘이 있었고 그렇게 4회를 보는 순간 아, 역시 작가님! 두 손을 모았다.
4회에서는 제1회 경검 협의회를 진행하기 위해 경찰 측과 검찰 측 대표들이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영장청구권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이 설전을 벌이는 양측의 입장을 보는데, 뉴스 나오던 여러 이슈들이 떠올랐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부딪히는 일은 작가가 만든 허구가 아니다. 실제 하는 일이었음에도 뉴스가 드라마보다 더 현실감이 없었다. 설명 없이 팩트만 전하는 뉴스의 특성상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임에도 외면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때마다 나오는 검경 간의 부딪힘은 피로도만 높였다.
하지만 <비밀의 숲 시즌2> (tvN, 2020)에서 진행된 경검 협의회를 통해 이 다툼의 요지가 무엇인지, 현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드라마는 허구지만 제대로 된 허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실 조사가 필요하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그 이야기엔 더 많은 작가의 상상이 녹아있겠지만 적어도 드라마 속 경검 협의회에서 이들이 말한 과거 경검의 역사는 사실일 테다. 실제로 이 장면을 보고 경검 수사권 조정에 대한 기사를 찾아봤다는 댓글이 있었다.
이것이 내가 드라마에 기대하는 긍정적인 역할이다. 드라마의 대중적인 성격을 통해 기억해야 하는 의미나 관심을 둬야 하는 이슈에 주목하게 하는 일 말이다.
코로나 19로 일상이 무너진 삶을 살고 있다. 음압 병동이 부족해 긴급히 병동을 만들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드라마 <라이프> (JTBC, 2018) 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병원 운영을 흑자로 돌리기 위해 병원 총괄 사장으로 부임한 구승효(조승우 분)는 기업가의 시선으로 병원을 바라본다. 새로운 변화가 좋은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라는 이노을(원진아 분) 선생은 구 사장에게 병원의 이 곳, 저곳을 소개해준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음압 병동 앞에 멈춰 선다.
평소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데 유지비만 몇 천만 원이 드는 음압 병동. 이노을 선생은 혹여 구 사장이 비용을 계산해 수익이 나지 않는 이 곳을 없앨까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위기관리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어떻겠냐고 말한다. 이는 메르스 때 격렬하게 배운 교훈이라던 그녀의 대사는 지금 우리의 현재를 향해 있었다.
취객의 폭력으로 다친 경찰관, 음주운전을 피하기 위해 돌진하던 차에 치여 사망한 경찰관 이야기. 이런 뉴스를 볼 때면 경찰을 감정노동자로 보았던 드라마 <라이브>가 떠오른다. 우리는 경찰과 소방관 분들께 자연스레 사명감을 기대하면서 정작 그분들의 사명감, 존엄성을 지켜주지 않는 현실을 깨우쳐 주던 드라마 <라이브> (tvN, 2018) 덕분에 현장에 계신 분들을 이해하며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
드라마는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민감한 주제와 사회적 이슈를 일상의 언어로 들려준다. 등장인물을 통해 상황을 머리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그렇게 내 삶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던 등장인물은 내가 사는 사회, 나라 크게는 세상에 관심을 두게 한다. 보통은 알콩달콩한 로맨스 코미디 물을 선호지만 이따금 등장하는 시사 드라마인 듯한 이런 묵직한 드라마를 챙겨보는 이유다. 나는 오늘도 드라마를 통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