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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an 09. 2021

런 온 대사 편 : 1

#신작시작 #드라마런온

코멘트 길이는 애정에 비례한다고 본다. 엄청 긴 코멘트는 뛰어넘으셔도 괜찮지만 대사는 눈여겨 봐주시길 :)



드라마를 소개하던 자막 중 ‘우연이 반복되면 인연’이라는 설정이 달갑지 않았다  그러다 인친분들의 쌓이는 추천과 실버님(@silvertrhee )의 소개에 시작한 1화. 생각보다 좋았다.


우연에 대한 나의 이 같은 생각에  드라마 [런온]에 함께 빠져있는 동진(@cosmos__j)님이 영화 <500일의 썸머> 대해 이동진 평론가 님이 남긴 한줄평을 보내주었다.

사랑은   사람일 필요가 없는 우연을 반드시  사람이어야만 하는 운명으로 바꾸는 


이 드라마는 내가 얼마나 고정된 생각 속에 좁고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는게 많이 깨닫게 하고 있다. 주인공의 대사도 좋지만 많은 영화를 오마주하며 장면에 섬세한 연출이 담겨 있어,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드라마다.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 출신인 박시현 극복.  작품이 입봉이라고 한다. 올해 마지막 회까지 좋은 기억으로  작품이 대부분 입봉작이었다. 그런 고로  연말은  온과 함께 달릴 듯하다.

선겸이 뒤에 숨는다고 숨어지나. 여주 이 세계 사람이 아닌 건 맞는구나.

아무튼 데이트 폭력으로 오해하고 선겸이 미주를 도와주며 인연이 시작된다. 가짜 총이라는 걸 아는데 흐르는 이 긴장감은 무엇인가. 르와르 물인 줄.


그런 와중에도 셋 다 할 말 다하는 거 보면서 웃었다. 새로운 티키타카 작가님 등장�‍♀️ 네네 박시현 작가님 이름 기억하겠습니다(제 취향입니다). 총 장전하고 빵 하고 쏘는 순간 터진 영화제 불꽃놀이 타이밍. 네네 이재훈 감독님, 기억할게요 :)


신인이지만 선배들 모두를 뛰어넘는 실력을 가진 루키다. 눈치가 있다면 하지 않을 말을 직구로 던지는 재주가 있는데 그건 상대가 선겸이라 그런 건지도. 선배들의 구박을 웃으며 넘기고 모진 대우를 괜찮다며 회피하는 우식은 사실 눈치가 빠른 쪽에 속할 테니까.


선겸은 무심하고 무덤 한 것 같지만 후배의 넉살 속에 담긴 뼈 있는 말을 놓치지 않고, 한 마디 건넨다. 그 말은 우식이에게 큰 위로였을 것이다. 이후에 일어날 모든 일은 어쩌면 이 말 때문에, 선겸이 때문에 참은 건지도. 참지 말라니까.


무튼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겉만 봐선 알 수 없다. 무심한 어투나 빠르게 주고받는 라임 좋은 문장이나 햇살 가득 품은 듯한 느낌의 배경음악에 넘어가면 영영 이들의 내면은 보지 못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드라마를 즐기기엔 전혀 상관없겠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또 대사 하나, 단어 하나에 집착해서 보겠지. 벌써부터 대사 양이 상당하다. 스타트업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손가락아 힘내!

도움의 손길을 어색해하는 미주는 아 후에도 두어 번 더, 자신을 왜 돕는지, 도왔는지 선겸에게 묻는다. 어쩌면 그녀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어린 시절마저 홀로 서야 했나 때문일지 모른다.


그에 반해 잘 나가시는 부모님을 둔 선겸은 모든 걸 가진 듯 보인다. 하지만 그의 누나가 말했듯이 이들에겐 집이 없다. 가족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고 그러다 다투기도 하지만 또 금방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사람 사는 모양의 집이 없다. 그래서 누나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호텔로 향했고 선 겸은 진작 집을 나갔다.


말이 적은 선겸과 통역사로 말이 많은 미주. 이렇게 봐도 두 사람은 너무나 다르지만 너무나 달라 닮아도 보인다. 그래서 이어지지 않는 문장 같은 이 대화를 두 사람은 이해했다.

우연이 세 번 겹치면 인연이라고 하는 거, 한드의 국 룰 같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우연한 만남의 연속을 인연이라 설명한 ‘자막’에 진부해, 유치해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운명을 믿는다고 하는 미주의 대사에 “정답”을 외치고 있.. 잘생기면 운명이지.. 그렇지만 비매품은.. 염병 맞...�아님 말고�‍♀️ 국룰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다르다. 역시나.


그러다 근래 읽은 #피프티피플 이 생각났다. 이 책은 오십 명의 인물에 관한 아주 짤막한 이야기다. 고작 두 페이지 남짓에 실린 이야기를 읽다 보면 구석에 스치듯 지나간 인물이 다음 회차에선 주인공이 되어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아는 사이라는 옛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걸 글로 풀어내고 하나의 세계로 묶는 건 여간 일이 아니기에 존경심으로 책을 읽었다.


그러고서 느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인연이구나. 옷 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국 룰은 이유가 있구나. 남들은 보지 못 하는 선겸의 빈 부분을 알아봐 준 미주는 만나야 할 운명이었구나. �

동생에게 진심인 단아. 진심으로 밀어내는데도 질척 거리는 동생은 감정 기복도 장난 아닌 아이돌이라니. 갑자기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에서 도재와 사라가 연상되면서 단아의 못된 말이 착하게 들린다. 물론 동생은 못 알아듣는 듯 하지만.

관계 설정이 매력적인데 그보다 나는 단아라는 캐릭터 자체에 매력이� 아무래도 화가 꿈나무와 연결될 것 같은데 그저 그런 캐릭터로 소비되지 않길�� #입담좋은드라마

선겸의 말투가 처음엔 어색했다. 캐릭터 설 정인건 알겠는데 한 긋 차이로 비호가 될 수 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계속 보다 보니 그건 선겸이 갖고 있는 일종의 무심함을 표현한 듯했다. 육상은 비인기 종목이나 그가 국대가 되자 주목받는 종목이 되었다. 잘생긴 외모 덕도 있지만 정치인으로 유명한 아버지와 연예계에서 사랑받는 어머니, 누나까지도 실력 있는 운동선수다. 도겸 이름 앞엔 너무 많은 수식어가 붙어있었고 그러니 자연스레 그는 세상과 거리를 두었다. 자신과 화보를 찍은 배우의 얼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그는 세상에 무심하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이 속해 있는 세상에서 그는 확실하다. 노릇하며 톤이 일정한 말투지만 문장에 힘이 있고 말하다 보면 휘말리게 되는 건 아마 소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맞고만 있는 유망주 후배를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어쩌면 그가 갖고 있는 배경이 그를 지켜줄 것이다. 그래서 후배가 하지 못 하는 건의를 그가 나서서 일을 키우면서 까지 항의한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표, 단아의 반응은 다르다. 무조건 내 선수 보호가 우선이겠지만 가볍게 던지는 말투에선 되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서늘함도 묻어있다. 아마 서명 그룹의 유일한 적통이지만, 연년생으로 태어난 후처의 아들 때문에 후계 서열에서 밀린 영향으로 공사가 확실한 칼 같은 사람이 된 듯하다.


티키타카가 훌륭해 시작했는데 언뜻 보면 무거운 대사를 상큼한 효과음과 부드러운 배경 노래를 사용함으로 절충시킨다. 희석시키는 게 아니라 감하는 수준이다. 어차피 로맨스 물이니까 그럴지도. 드라마 소개에도 나와있듯 같은 한국말을 스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세대, 이 드라마는 언어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들의 말투, 억양 이를 담는 분위기까지 신경 써서 듣게 한다. 대사 분위기를 중요시 여기는 내 취향 저격.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추천 고맙습니다.

드라마 소개처럼 우린 단일민족으로 모두 한국어를 쓰지만 자주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생각도 그걸 표현하는 방식도 모두 다다르니까, 애초에 사람은 다 다르니까.


이를 말하는 드라마다. 다 같으면 편할 텐데, 관계만큼 비효율적인 일도 없겠지만 그랬다면 매력도 없었겠지. 관계에서 빚어지는 사랑과 우정, 질투와 배신은 그래서 영원한 스테디셀러인 게 않을까.

#모진척하지만_선겸과다툰것같아_마음쓰는대표님 #그런대표핸들링최강자_실질적먹이사슬최상위_실장님



앞 만 보며 달려야 하는 남자는 매일, 빠르게 달려야 했다. 그의 달리기는 제일 처음에 도착해야지만 의미가 주어졌다. 반면 여자는 맨 마지막을 지키는 사람이다. 중요한 이야기가 끝나 사람들이 다 떠나도 그녀는 마지막까지 자리에 남았다. 그렇게 일을 완성했다.


빠름이 중요하고 강조되던 그의 세계에서 아마 이 날이 처음으로 천천히 뛴 날이 아니었을까. 너무 빨라서 놓쳐버린 순간들. 때로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야 볼 수 있는 소중한 것들. 사람은 모두 다르듯, 정해진 정의도 의미도 달리 보면 또 다른 뜻을 품고 있다.

서로의 잔을 부딪히며 천천히 대화가 이어간다.

뒤에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포장마차의 정취를 전해준다.


번역가가 된 이유, 육상선수가 된 이유. 상대를 알아가는 질문에서 우리도 선겸과 미주를 알아간다. 말과 말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는 건, 영화라는 한 세계를 오롯이 자신이 번역한다는 건 두 손에 무언가 가득 쥔 부자가 되는 기분이다. 결승선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미주에게로 달려온 선겸은 오늘 비공식 최고 기록을 수립한다. 해맑게 웃는 선겸의 표정에서 미주는 어떤 말을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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