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넘어지는 건 일어나는 걸 배우기 위함이다.’
베트맨 비긴즈에 나온 대사라고 하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혼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았을 미주를 생각하면 이 대사가 갖는 무게는 크다. 미주의 사연은 뒤에서 나올까. 기분 좋은 술 한 잔과 서로를 알아가는 대사, 선선한 밤공기. 실수할 것 같다고 먼저 자리를 뜬 미주였으나 버려진 강아지 같은 저 얼굴을 두고 갈 순 없지. 아무럼 잘 생기면 운명인데.
알쓰 기선겸 선수의 주사는 입맞춤인가 보다. 술 한잔 같이 하고 싶네. #저도알쓸입니다만
술 먹고 뻗은 선겸을 집으로 데려올 수 밖에 없었다. 미주네 집에 정확히는 매이 언니랑 함께 사는 집에서 아침을 맞고, 해장 겸 매이 언니 어머니표 갈비탕을 먹는다.
얼마 뒤 선겸은 혼자 호텔 룸에 있던 비싼 양주를 마신다. 미주랑 술을 마시고 난 다음 날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했던 것을 생각하며, 울적한 날 비싼 술을 마셔 봤다. 하지만 홀로 깬 아침은 전혀 상쾌하지 않았다. 어딘가 더 씁쓸하고 쓸쓸한 기분이었다. 선겸은 그 날 알았을 것이다. 술이 기분을 풀어주는 게 아니라 누군가 함께 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음을.
물론... 그날 선겸과 술을 마신 건 사람이 아닌 아저씨.. 아니 개... 였을지 모르지만 ;;
선겸은 참 이상한 사람이다. 만년 2등이면서 1등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 1등보다 더 유명하고, 아빠, 엄마, 누나도 있지만 가족은 없다. 가족을 선거 유세 도구로 생각하는 아버지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태어나면서부터 이용만 당한 인생인데도 흠 없이 잘 자랐다. 가진 것으로 자랑하지 않고, 타인의 말에 휘둘리기보다 사건의 진상을 찾는 날카로움이 있다. 하지만 도와야 할 사람이 있을 때 자신의 가진 것을 사용하고, 평소 느릿하며 무심한 말투가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순간엔 거침없이 나온다. 재수 없는 게 매력인, 이상한 나라의 선겸이다.
그런 와중에 자기 자신도 좀 챙기지, 안쓰러운 선겸이다.
가족 식사 자리에서 영혼까지 상처 입은 선겸은 미주가 사는 동네로 간다. 미주를 만나기로 한 것도 아니다. 이러나저러나 혼자라면 호텔보다, 그래도 그녀가 사는 이 동네가 그에겐 조금 더 가고 싶은 곳이었나 보다. 함께 먹었던 갈비탕이 아주 맛있었고. 성냥팔이 소녀도 아니고, 선겸은 공원에 앉아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잡채를 먹지 않았을까 싶다. 우연히 미주가 지나가다 그를 발견해서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내가 유기견 신고 센터에 전화를 걸었을지도...
선겸의 상처를 봐주는 미주를 보며, 그런 상황에서도 미주의 상처를 보던 선겸은 역시나 선겸스럽다. 이후 미주는 선겸이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모든 일에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겸을 알아간다. 그래서 그런 노력은 그만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적어도 그가 미주를 향해 기울이는 노력만큼은 계속하라고 응원하련다. 그녀가 궁금하고 신경 쓰이고, 알고 싶은 건 결국 선겸 본인을 향한 노력이라 생각하니까.
그에게 미주는 집처럼, 돌아가고 싶은 곳이니까.
처음에 선겸이가 왜 이 일에 이렇게 나서는 걸까, 그가 집안도 좋고 돈이 많아서, 그럴 수 있었다는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선겸과 폭력에 휘말린 후배들도 선겸을 위선자, 가식이라 말한다.
하지만 선겸은 국가대표지만 만년 2등이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2등이지만 유일하게 기억되는 사람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2등. 그건 그가 정치인 아버지, 칸에 간 여배우를 엄마로 두었고 프로골프선수의 동생이기 때문이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도 참 별로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의 그림자로 기억되는 건 더 별로다. 더욱이 선겸의 가족은 아버지의 정치 생활을 돕기 위해 태어난, 만들어진 가족이라 생각한다. 만연 2등인, 그것도 비인기 종목 국가대표인 아들은 아버지 마음에 든 적이 없다. 모진 구박과 핍박을 받고 있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선겸이 잘난 척, 도련님 노릇 한다고 생각한다.
3회에 들어 선겸이 그야말로 빚 좋은 개살구라는 걸 알아버린 지금 그를 향해 가졌던 삐딱한 시선을 고쳐 잡았다. 기선겸. 자기 자신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 한 삶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부모님과 세상 시선에 휩슬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선겸은 심지가 굳고 바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비겁하지 않게 살려고, 옳은 일에 움직인 것이다. 그마저도 옳은 일이라는 정의감이나 영웅심이 아닌 그저 기선겸, 자신답게 살기 위한 행동일 뿐.
부유하면 뭐하나... 이 곳 남주 참 안쓰럽다.
귀는 항상 열려 있다.
코는 감기에 걸리면 막히기도 하고, 입은 다물 수 있고, 눈도 감을 수 있지만 귀를 막는 건 쉽지 않다. 인위적인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귀는 항상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어떤 소리는 아무리 말해도 들리지 않는다.
꽤나 원칙이고 도덕적인 선겸에게 어떤 이들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그의 아버지. 돈으로 막고 쉽게 갈 수 있는 건 그렇게 해결하면 된다는 그의 아버지는 선겸에게 피곤하게 살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듣지 못하는 건 선겸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선겸은 아버지가 그럴수록 더욱 아버지와 반대되는 정직한 신념을 지켰다. 다시 한번 드라마 소개에 나온, 다 같이 한국말을 씀에도 서로의 말을 못 듣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번엔 미주가 그에게 말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그게 뭐든. 그 말은 언뜻 듣기엔 선겸의 아버지가 한 말과 비슷하다. 다만 미주는 진심이었다. 선겸의 아버지는 자신의 명성에 해가 될까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 선겸의 행동을 제한한 거라면 미주는 진실로 그가 다른 사람 아닌, 주변 상황 아닌 자신을 챙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다.
이런 걸 보면 진심은 귀가 아닌 마음이 듣는 것 같다.
트랙을 뛰는 선겸을 보며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미주는 궁금했다. 선겸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대표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헤아렸는데 만난 지 얼마 안 된 미주는 벌써부터 선겸의 속을 궁금해했다.
그건 그녀가 말과 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직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통역은 문장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닌 문장이 갖고 있는,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는 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되어 생각해야 봐야 안다. 일종의 직업병일까.
선겸이 선수 생활도 포기할 마음으로 벌인 일을 아버지가 돈으로 무마했다. 사건의 본질이 희석되고 말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밤에 미주가 말했다. 하기 싫은 건 하지 말라고. 극복이라는 게 꼭 매 순간 일어날 필요는 없다고.
미주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에게 건넨 건지 선겸도 알았던 것 일까. 선겸은 그대로 문제를 덮지 않는다. 외신 기자들 앞에서 달리기 선수가 달리지 않는 모습을 통해 충격적으로 사건을 키운다. 그리고 선겸의 생각은 미주를 통해 통역된다. 문장에 담긴 상대의 마음을 전달한다.
나는 이런 시선이 담긴 대화가 좋다. 이런 시선은 문장에 담기진 않지만.
필요할 때, 필요한 모습 있을 때만 사랑하며, 그런 순간만 사랑이라 생각하는 부모 밑에서 선겸도 그의 누나도 참 잘 자랐다. 돈이면 모든지 다 된다는 저런 사람이 4선까지 올랐다는 게 신기한데 아니다. 신기한 건 현실감 없는 배우들 외모지, 저런 인물이 4선을 했다는 건 되려 현실적일지도.
그 덕에 선겸은 아닌걸 아니라고 생각하고, 책임감 있는 자리에서 행동해야 할 무게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선겸은 항상 타인을 먼저 생각한다. 자신의 민낯을 보인 이 상황에서도 미주를 생각했고, 달리지 않음으로 메시지를 전하려 할 때도 실격이 아니게 그 와중에도 룰은 지켰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마음도 지켰으면 좋겠지만.
무튼 가끔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이거 좋은 거야.” 라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강요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널 좋아하니까 내가 하는 행동은 모든 네게 좋은거야라는 사고에 가끔 소름이 돋고 숨이 막힌다. 악의가 아닌 순수한 마음이면 모를까 대부분 위와 같은 행동에는 자신이 좋으려는 순수치 못 한 마음이 더 크다. 슬프게도 그런 어둑한 마음을 알아차리는 눈치만 늘었다.
뭐 그런 덕분에 이제는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지내는 법도 익혔다지만, 선겸이처럼 가족이 그러면 어떨까. 반면 나는 진정 타인을 위할까? 아마 그렇지 못 한 사람일 테니 적어도 ‘널 생각한다’는 말이나 좋음을 강요 치는 말아야겠다.
단아 대표 대화법 좋네. 상황 파악 빠르고 오해할 상황 정리도 빠르다. 물론 가끔 태생부터 대표였다는 고압적인 자세가 재수 없긴 하지만, 이를 지적하면 그에 대한 인정도 사과도 빠르다. 뭐 그 속도만큼 고쳐지는 것 같진 않지만.
상황을 책임지고 수습함에 있어 당사자의 생각, 이를 벌인 목적을 간과하지 않는다는 점도 멋진 대표 마인드라 생각되는데 태도가 기분이 되어 엄한 사람에게 화풀이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래서 모두가 받들어 모시는 기선겸 아버지한테도 들이 받으러 가는 그 포스가 더 좋다.
여러분 사이다는 이런 건가 봐요.
단아 앞에서 말 한번 제대로 못 하는 선겸 아버지를 보는데, 속이 다 시원 #단아활명수
단아가 돈은 많아도 돈으로 장사하고 사람 매수하고 상황 정리하려는 1차원적인 재벌이 아니라 좋았다. 돈이라는 게 손에 있다고 다 능력, 권력이 되는 게 아니라 그걸 손에 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나를 해하는 칼이 될 수 있다는 걸 4선 의원님은 낙마해봐야 아실까. 그렇게 잘난 권력으로 자기 아들, 딸, 부인을 해 집고 결국 가족을 망가트렸다는 걸, 그건 사랑이 아니라는 걸 언제 아실까.
단아는 선겸이 원하는 일을 해준다. 국내 여론은 선겸 아버지가 돈으로 막을 테니 후배가 외신 기자들과 인터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 선겸의 폭력 발언과 달리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후배를 통해 외신에 전한다. 선겸이 자신이 사람을 죽였든 때렸든 상관하지 않을 거라던 그 외신 기자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도 한방 먹이는 듯했지만 ◡̈
무튼 선겸이 통역사로 참여한 미주에게 후배 통역을 잘 걸러 달라는 월권을 행사해 미주 속 썩일 때 우리 단아 언니(오늘부터 언니예요)는 후배를 불러 그녀답게 코치하고, 눈치 없다던 후배는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그건 단아도 후배도 마음 써서 나선 선겸이 더 이상 다치는 꼴을 볼 수 없었던, 같은 마음이 만든 통함이었다.
사실 단아가 이렇게 멋진 대표라는 걸 아직 사람들이 모른다는 게 함정인데, 그렇기에 앞으로 풀릴 단아의 매력을 무한 기대 중 ◡̈
슬기로운 의사생활 후로 주인공들이 먹는 장면이 이렇게 많은 드라마는 처음인 듯싶다. 식구의 ‘식(食)’은 식사의 ‘식(食)’ 과 같은 한자를 쓴다. 食 에는 밥 식/먹을 식, 먹이 사, 사람 이름 이 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같이 밥 먹으면 그게 가족이지, 라는 그 문장은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도 밥 한 끼의 정이 없음 다정하다 말할 수 없다는 게 아닌가. 두 사람을 보며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자주 만나도 밥 한 끼 한 사이가 아니라면 친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겠고, 술을 못하는 나로서 뜨끈한 밥 한 끼 나누지 않고서는 얼어붙은 속 마음을 나눌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갈비탕을 먹고 오분자기인지 김칫국인지 모를 시간을 나누는 게 좋았다. 이게 사람 사는 것 같아서. 매일 유명 세프가 해주는 음식을 먹어도, 그게 혼자서 그것도 호텔 라운지에서 먹는 선겸에겐 이런 시간이 얼어붙은 그의 마음도 녹여주는 것 같아서.
결국 이렇게 밥 먹다 걱정하고, 김칫국 마시다 정 붙고 그런 거니까.
세상 모두에게 다정한 박애주의자가 정작 자신에게 제일 무관심 하니, 옆에서 보는 사람으로서 정말 억장이 무너진다. #브람스를좋아하세요 준영이 다음으로 너부터 행복해지라고 말해주고 싶은 남주다.
걱정하는 마음에 꼬박꼬박 말대답하는걸 꿀밤 한 대 쥐어주고 싶은데, 같이 가는 이 길이 저승길이라면.. 갑자기 백년해로 한 기분이 들어서 그러지도 못 하겠네.
불쌍해지면 끝나는 거라던데, 미주는 선겸이 불쌍하다. 고통에 익숙한 사람의 모습을 이미 알아버렸다. 남들은 모르는 모습을 본다는 건 이렇게나 마음 쓰이는 일이다. 선겸이 본인을 좀 소중해 대해주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지키지 않고선 누구도 도울 수 없다는 것도 알았으면 싶다. (이건 어디서 들은 대사던가..) 가진 걸 포기하고, 감내하는 게 아니라 가진 것으로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선겸아_준영이라고있는데_만나서좀이야기해_넌배워야할게많아
서로, 잠시. 그렇게 설레었다.
선겸은 자신을 위해 자신보다 더 화를 내는 미주에게, 미주는 자신을 향해 언제나 도움의 손을 내밀던 선겸에게. 하지만 설렘을 기정사실의 감정으로 만들기엔 두 사람 다 확신이 없다. 아니 자신이 없다는 게 맞일까.
먼저 가버린 미주를 향해 손이 나가던 선겸은 그 대신 살며시 주먹을 쥐었다. 자신이 아니라 자각이 없는 게 맞겠다. 둘 다 없는 건지도.
+ 사심 플러스
이런 상황에서도 미주 기분 먼저 생각하는 건, 기선겸 이 답답이의 매력. 서로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걸 보니 정말 #브람스를좋아하세요 쏭쭌 커플이 계속 생각나네요. 정말 여러분 왜 때문에.... 런 온 안 봐요? � 난 좋은데........................... 안 좋을 수도 있지만........... 같이 보면 좋겠다........... (또 오랜만에 드라마 영업 들어갑니다 ◡̈ )
#아무튼아는거많이없는기선겸은_순수해서_뭐든저렇게직구야 #송아지같은눈망울에_흔들림없는_대쪽같은미주는_대나무 #청정하다_송아지와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