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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an 09. 2021

말과 말 사이에 다리를 놓고, 런 온

드라마 <런 온>을 보고 있다.

보통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본다. 보면서 손글씨 작업을 하고 싶은 장면이 나오면 바로 캡처해야 속이 시원하다. 눈 앞에 컴퓨터가 있다면 핸드폰으로 캡처를 하며 대사를 받아 적는다. 그러면 드라마에 집중이 안 될 것 같은데? 크게 상관없다. 모든 장면을 다 옮기는 것도 아니고, 중요하다 싶은 대사를 옮기다 보면 뒷 이야기에 담긴 의미가 더 잘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런 온>은... 대본집 수준으로 대사를 옮겨 적고 있다. 1회 분을 보고 나면 사진첩에 못해도 500장 넘는 캡처 사진이 저장된다. 그래서 보고 바로 다시 본다. 그 정도로 모든 대사가 좋다. 그러니 이 글은 일종의 영업 글이다.


사실 <런 온>에 대한 글은 진작부터 쓰고 있었다. 하지만 애정 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런지  문장이 중구난방, 길을 잃었다. 그래서 오늘은 수백 가지 매력 중에 딱 하나만 말하려고 한다. <런 온>은 대사 맛집이다.   물론 연출과 음악 모두 좋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드라마에도 흥미를 가질 것이다. 극 중 여자 주인공 미주(신세경 분) 직업이 통번역가인데 주로 영화를 번역한다. 영화 이야기나 촬영 현장, 영화 음악, 대사가 이야기 중에 자주 등장한다.


다 같으면 과연 편할까 :)   달라서 소통이란 어려운 일이 낭만이 되고 의미로 남는 거 아닐까. 사랑이 꽃피고   

드라마 <런 온>에 대한 소개 글을 보면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향해 ‘런 온’하는 로맨스 드라마” 라고 나와 있다. 미주가 통역번역사가 된 계기는 어릴적 본 영화에서 마음을 울리는 대사를 만나면서다. 누군가 그 말을 번역해줬기 때문에 자신에게 의미로 다가왔다는 사실에서, 자신도 이런 일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가 통번역사라는 여주 직업적 특성이 대사에 묻어 난다. 자신이 하는 일을 ‘말과 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라고 표현했는데, 사랑을 향해 두 사람을 달려 나가는 과정에 있는 '언어'에 주목한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중심 생각이 담긴 대사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연출도 대사에 집중할 수 있게 조화를 이룬다. 이야기가 흐르면서 어렴풋 미주가 어린 시절 어렵게 지내왔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과거를 진부하게 회상 씬으로 꾸며 동정을 사려기보다 그랬구나 정도로 느낄 수있겠금 말과 말 사이에 흘려 보낸다. 이제 과거에 큰 의미가 없다는 듯. 개인적으로 이런 연출도 좋았다. 구구절절하지 않지만 명확하게 이해시킨다. 그러면서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선을 긋고 경계하는 미주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풀어낸다.


반면 선겸은 부잣집 아들이다. 4선 의원의 아들이자 칸의 여인이라 불리는 국민 여배우의 아들 그리고 세계 랭킹 1위 골프 여제를 누나로 두었다. 그 역시 육상 국가대표다. 육상이 비인기 종목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속에서 1등보다 유명한 2등이다. 그는 멋지고 훌륭한 가족은 있었어도, 따뜻한 관심과 적당한 훈계를 해주는 가족은 없음을 비꼬는 거다. 그런 덕에 선겸은 세상을 향해 마음 문을 닫는다. 그의 느릿하고 어딘가 답답한 언어가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이런 두 사람을 보면 세상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말 할 것이다. 드라마 소개의 '다른 세계'는 이런 환경적 차이를 두고 말하는 걸까, 성별의 차이를 두고 말하는 걸까. 모두를 아우르는 소개일까. 통번역사인 미주에게 선겸의 언어는 2시간짜리 외화 영화보다 어렵다. 그건 아마도 그녀가 문장을 직역하는 게 아닌 말하는 이의 목적, 의도 때로는 화자의 성향까지 파악해서 전달하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다. 그렇게 선겸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언어를 공부한다. 말과 말 사이의 다리를 만들어 런 온, 그에게로 달려가는 미주를 선겸은 느리지만 정확한 걸음으로 마중 나온다. 아직 완벽하게 그녀의 말을 다 이해하지 못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선겸은 성실히 노력함으로 그녀에게 화답한다.


두 인물을 통해 작가가 말에 대해 갖는 자세를 자연스레 전달된다. 이 드라마를 집필한 박시현 작가는 김은숙 작가 보조작가 출신으로, 김은숙 표 찰진 티키타카를 이 드라마에서도 맛볼 수 있다. 날렵한 티키타카 속에서도 의미와 감정을 담고, 현실적이며 사실적인 표현으로 몰입시킨다. 어느 사이 나는 미주와 선겸을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준영과 송아처럼 응원하고 있었다. 극 중후반으로 가면서 서사가 커질 단아와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말처럼 정말 다른 세계의 사람인 단아와 그는 또 어떻게 말과 말 사이 다리를 놓아 서로에게 향할 것인지 궁금하다.


+

이 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자랑거리가 너무나 많지만 그건 차차, 풀기로 하면서 드라마 #런온 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이어질 대사 편을 봐주시길 :) 감성과 음악, 영상미는 두말하면 입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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