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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Dec 31. 2020

"함께"여서 좋았어요.

#2020드라마연말정산

올해도 2020년 시청한 드라마를 정리해보았다.


시청한 신작 드라마 32편, 정주행으로 다시 본 드라마 8편. 작년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의 드라마를 시청했다. 시청 편수가 많아진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해진 영상 플랫폼의 영향이라 생각한다. 작년만 해도 공중파와 종편 채널에서 드라마를 선택했다. 이 또한 5년 전과 비교하면 채널의 다양화라 볼 수 있지만, 올 해는 드라마를 보여주던 플랫폼들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선택지 폭이 2-3배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이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슬기로운 집콕 생활에 드라마는 큰 도움이 되었다. 매우 안타까운 이유지만, 이러한 배경으로 40편이나 되는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기 위해 대사를 올린 피드를 살펴보면서 또 하나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작년에는 게시글 당 좋아요 수가 높았다면, 올해 게시글들은 댓글 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얼마만큼 동의할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작년에는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는 작품들이 있었다. 눈이 부시게, 멜로가 체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동백꽃 필 무렵 등의 작품은 모두에게 인상 깊게 남았다. 해당 대사 게시물들은 기본 5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던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이 이 작품들을 보았던 게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2020 인스타그램 베스트 나인


반면 올해는 위 작품들처럼 마음이 하나로 모인 작품이 없는 듯하다. 올해는 드라마 TOP3을 뽑지 못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에도 다양해진 플랫폼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한드를 넘어 영드, 미드, 중드까지 폭넓게 제공되면서 사람들은 그야말로 자신의 취향에 따라 드라마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작품에 좋아요 수는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각 게시글에 달리는 댓글 수가 늘었다는 건, 내가 보고 있는 작품을 보고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즐거운 반응처럼 보였다. 나 또한 내가 보는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아, 처음으로 영업 내용으로 코멘트를 달기도 했다. (브람스 사랑합니다:)     


그래서 그런가. 올해 나는 인친들의 반응에 함께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썼다. 함께 봐서 즐거웠다. 내가 느낀 감정을 당신도 느꼈다는 사실이 반가웠고, 내 마음 알아주는 이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느낌이 위안이 되었다. 어느 잡지 기사에서 MBTI 유형별 코로나 대처법을 봤는데,  INTJ인 나는 자가격리에 최적화된 유형이라고 나왔다. 이미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 집순이인 데다, 고양이 과라 누구와 '함께'보다 '각자', '혼자'가 편한 타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해서 즐거웠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을 체감했다. 작은 인사말에도 한참을 드려다 보며 감동을 받았던 건 우리가 예상치 못 한 이유로, 너무나 오래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드라마 덕에 렌선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함께 웃고 설레어하고 울기도 하면서 다채로운 감정을 풍부하게 느꼈다. 바람이 있다면 내년에는 렌선 말고, 직접 만나 이런 즐거움을 나눌 수 있길.

올 한 해 함께 즐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함께 봐요..

#양보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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