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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Aug 30. 2021

너는 나의 봄 : 대사 편 4

“‘그을린 사랑’이라는 영화에서 그런 말 나오거든요. 유년시절은 목구멍의 칼 같아서 쉽게 꺼낼 수가 없다고. 올 해가 그 칼을 꺼내는 해인가 봐요. 근데 저번에 주영도 씨랑 거의 다 꺼내 놔서 이제 그냥 뽑기만 하면 되는 거 같아요.”


11화 대사를 보니, 아마 이 날 다정은 마음속 깊이 박혀있던 칼이 어느 정도 뽑힌 것 같다. 상상만 해도 저린다. 목구멍 깊이 칼이 박히는 것도, 뽑아내는 일도 엄청 쓰리고 아플 것 같다. 전부를 다 말하기 힘들면 한 마디만 해보라던 영도였다. 힘든 이야기를 억지로 하게 하지 않을 그라 여겼기에, 힘들면 다음에 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 솔직해질 수 있는 기회가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라던 #뷰티인사이드 대사가 떠올랐다.


자신의 유년 시절을 직면하는 일도, 쏟아낼 수 있는 이를 만나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쏟아 낸 뒤 텅 빈 마음에 다시 악한 감정이 쌓이지 않게, 따뜻한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만나기 힘드니까. 그러니 뽑을 수 있다면 뽑고 싶다. 내내 나를 미워하다 타인을 미워하며 접힌 마음으로 살고 싶지 않으니까. 남에게 하지 않을 모진 말을 내게도 그만 하고 싶으니까. 나를 사랑하고 싶으니까.


아픔에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 하면서도 목구멍의 칼을 꺼내는 다정을 보면서.. 나는 아무 말도 생각도 못 했다. 그저 보는 내내 쏟아내지 못 한 나의 눈물이 목구멍을 타고 안으로 들어가느냐, 먹먹한 가슴을 꼭 끌어안고 있었을 뿐.

엄마는 엄마부터 안 챙기니까, 챙길 줄 모르니까 내가 더 챙겨드려야 하는데 …  엄마가 엄마부터 챙겼으면 좋겠다고. 바람에 날아간 미란의 소원이 불안했는데 … 약속 지켜줘서 … 고마운데 또 슬펐네 …


말보다 표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말의 표현보다 의도를 생각해주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좋아하는 모습을 따라, 그런 삶을 그리며 살다 보니 조금은 그런 흉내를 낼 수 있게 된 것도 같다. 물론 완벽하게, 매 순간 성숙한 표현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부족함 마저도 의도를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저 무심한 사람도 있어 그런 사람을 만날 때면 무척이나 힘들다.


그리고 어떤 모양으로 말 해도 뭉툭하고 뾰족하게 듣는 사람도 사실 힘들다. 체이슨을 어렵고 무섭게도 느끼던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던 그의 일곱 살이 성년이 된 지금도 그를 경계시키고 마음을 닫게 했다. 곁을 내준 적 없고 곁으로 온 사람도 없었는데, 다정은 이름처럼 다정하다. 그녀가 바라보는 시선이 신기하고 그 시선으로 바라봐지는 자신도 신기했을까?


내가 무섭냐는 그의 마지막 말이 좀 쓰리다. 무서워하지 말라고, 가영처럼 살려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 #이안아_정안되면_옆집에_준완이라고_걔도밥먹을사람없어_나랑셋이서같이먹자❤️


우리 영도 당황했.. 겠다. 그런데 이젠 소용없는 이야기라도 마음 한편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면 쏟아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을 해봤자 달라질 것 없는 사이고, 달라질 생각도 없다 해도, 해야 할 말을 고르는 법을 아는 것이 어른이라고도 하지만, 비어 내야 다른 색을 담을 수 있으니까.  그런 경우가 있음을 아는 영도이기에 멋쩍어하면서도 들어줬던 게 아닐까. #오늘도영도는열일합니다 #갤럭시네잘못이아니야

다정은 아픈 과거를 어떻게 다르게 대할지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이제 종이꽃을 보며 더 이상 겁먹지 않게 되었다. 영도도 겁나던 마음에 다정이란 기억이 덧 입혀졌다. 가까이 오지 마, 제발 가까이 오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이해하는 그녀는 멀어지려 해도 결국 지구를 반으로 접어서라도 향하게 한다.

서로의 해마에 ◡̈ 다정이가, 영도가 두려움을 밀어내고 사랑으로 채워졌다. 

서로의 과거, 아픈 일곱 살을 만났다. 그 시절의 다정을 영도는, 그 시절의 영도를 다정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내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으니까. 당신이 사랑하는 나는 그때 그 일곱 살까지였으니까. 완벽하진 않지만, 나아지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도 그때와 다른 지금 그 시절 나를, 당신을 안아줄 수 있는 힘이 생겼으니까. 일곱 살 그때 다정과 영도를 만나 함께 걷고, 마주 보는 장면에서 결승전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겸과 마라톤을 끝까지 뛰어 낸 #런온 속 미주가 떠 올랐다.


너는 그렇게 봄으로 내게 왔구나.

미쳤어 미쳤네 끼 영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귀는 건 아니니까 틀린 말은 아닌데, 그래서 사귀는 건 아니라고 말하기엔 어딘가 좀 그런 사이에서 소개법은 앞으로 이 장면을 매뉴얼로 합시다. 네, 그저 소개입니다. 고백 아닙니다. 네 저 설렜고 주접 맞습니다.

“왜 범죄자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가 왜 공감의 여지를 주는가. 그들은 결국 누군가의 이웃일 수밖에 없으므로.” 질긴 수초에 잡힌 발목을 풀어내기 위해 한 노력이 범죄라면, 아니요.라고 말한 14회 다정의 대답과 더불어, 생각하게 하는 점이 많았던 주영도 님의 논문.

나도 누군가의 손길로 어둡고 깊은 물속에 갇히지 않게 된 것이기도 할 테니.

체이슨의 상처 입은 과거엔 아무도 없었다. 반면 영도는 그와 같은 곳에서 지냈지만 그의 믿음대로 아버지가 왔고 그를 데려갔다. 그러니 나와 달리 그렇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거라고 체이슨은 믿었다. 이는 곧 자신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일이기도 했다. 더욱이 영도는 그가 논문에 적은 것과 달리, 피 묻은 교복을 빨고 있던 학생을 과거의 자신을 그냥 지나친 적이 있다.


하지만 영도에겐 어떤 시간이, 이야기가 흘렀는지 체이스는 모른다. 영도 만이 아니라 사람은 모두 저마다 이야기를 갖고 있다. 설사 유복하고 평화롭게 자랐다고 해도 그건 탓할 일이 아니고, 내가 한 옳지 못 한 행동에 면죄부로 삼을 핑계도 될 수 없다. 이해를 좋아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나 역시 다정과 마찬가지로 애쓴 노력이 나쁜 일이라면 '아니요'라 답할 것이다. 이해한다는 것이 모든 걸 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과거는 현재보다 어렸고 부족했다. 과거의 실수 중 지금의 나라면 하지 않을 행동도 있다. 그래서 나는 체이슨처럼 ‘그랬던 사람인데’라며 다른 행동을 하는 나를 가증스럽게 본 일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과거에 한 행동을 반복할 수도 없다. 이제 그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고, 상처를 주는 일임을 안다면 더욱이 반복해선 안된다. 어쩌면 부족함을 깨닫고 반복하지 않는 선택은 이전에 부족했던 행동을 책임지는 또 다른 모습이자 더 나은 내일로 가는 일이겠다. 영도의 '돕겠다;'는 말도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영도는 그때 그 소년을 그냥 지나쳤던 게, 그런 눈빛을 했던 게 내내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시그널을 보내는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게 됐다. 어쩌면 타인을 향한 도움은 자신을 치료하는 또 다른 방법일 수도 있겠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될 일이지만.


 오늘도 체이슨이 아프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들을 믿지 못하고 경계하는 모습이 상처 받기 싫어서,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목소리로 들린다.


그때 동생은 어렸으니까 다정은 자신만 기억하는 줄 알았다. 자라는 동안 동생은 한 번도 그때 일을 말한 적 없고, 큰 어려움 없이 잘 자라줬으니 더욱 동생이 괜찮을 것이라 믿었다. 동생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는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지만, 누나의 아픔을 먼저 염려하고 있던 동생에게도 그날 일은 목구멍에 칼날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다정보다 조금 일찍 그 칼날을 꺼냈을 수도 있고.


다만 엄마도, 동생도, 다정도 서로 그때의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입 밖으로 꺼내기에 너무 무거웠고, 간신히 목구멍까지 끌어올린다고 해도 목구멍을 넘기기엔 그 이야기는 감당하기 힘든, 큰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남몰래 홀로 울었을 가족들을 생각하니 그 또한 다정에겐 아픔이었을 테다 … 이럴 때 생각나는 드라마 제목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제목만으로도 모든 설명이 다 된다.

영도는 다정이가 걱정되어 일을 마치고 바로 강릉으로 달려왔다. 다정이 영도에게 보낸 문자에는 따뜻하고 나른한 거실 풍경이 상상되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영도가 본 다정의 현실은 홀로 문 밖에 나와 눈물을 삼키는 아픔이었다. 가족에게조차 보여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영도도 모른 척해주었다. 다정의 힘듬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선택한 시간을 존중하는 모습이었다. 다정이 그를 신뢰하지 못해 상처 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함이 아니라고 생각됐다. 가끔은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바다 앞에 있던 영도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슬퍼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는데 아무것도 해줄  없는 무력함을 느낀 것일지도 모르고. 걱정하는 마음은 사랑과 닮아서 여러 가지 모양을 띤다. 걱정돼서 달려온 마음, 그럼에도  발자국 멀리 있어주는 마음, 알면서 모른 척하는 마음까지 모두 사랑을 닮았다. 그러니 영도도, 다정도 부디 혼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혼자 있는 시간처럼 함께 있는 시간도 있어야 하니까.


대나무 숲 같은 영도는 그의 상담실이 아니어도 터놓은 마음을 비밀로 지켜주는 사람이었기에 모두 그에게 와 깊은 속 마음을 털어놓았다. 당장 나만해도 이런 이유로 주영도 씨를 만나고 싶으니까. 미란도 그저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답답한 속을 털어놓기에 그는 믿을 만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좋은 사람이니 다정 곁에 오래 있어주길 바랬다. 하지만 건강히 오래 살라는 덕담이 그에게 말 끝에 찌르는 검이 될 줄 몰랐다. 역시나 당연하거나 일반적인 건 없나 보다. 하지만 영도는 미란의 이야기를 듣다가 스스로 덫을 만들고 그 속에 갇힌다. 다정을 사랑하기에 자신은 너무나 연약했고, 어떤 미래도 약속해줄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으로 인해 그녀가 불행해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기엔 모르지 않고 '될 대로 돼라' 하기엔 어떻게 되는지 알거든. 해보기 전에 포기해. 포기는 손해가 없으니까. 열정은 유한하고 열정의 주인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야. 생존이지." #검색어를입력하세요www


타미에게 열정은 사랑보단 생존에 쓰였다. 유한한 것은 우선순위에 맞게 써야 지혜롭다. 하지만 생존 노래하던 그녀도 결국 모건과 사랑을 한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한 사랑이 '에라 모르겠다'도 '될 대로 돼라'는 아니다. 수 없이 고민하고 방황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사랑이었다. 그리는 미래가 달랐고, 모건이 원하는, 타미가 원하는 미래를 줄 수 있다고 약속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서로가 함께하는 동안 책임을 다하는 사랑을 한다.


언제라도 미래는 불안하다. 영도처럼 심장이 아픈 게 아니더라도 인간인 이상 우린 너무나 연약하다. 그러니 매 순간 완벽한 선택도, 완벽한 사랑도 할 수 없다. 그저 함께 하는 동안에 최선을 다해 사랑할 뿐이다. 대나무 숲 영도도 또 다른 대나무 숲이 필요해 보인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두니 영도 씨 심장이 아프지. 건강한 대나무 역할을 위해서라도, 부디 다정을 밀어내지 않길.

헤어지는 게 당신을 위한 거라 믿어서, 헤어져 주는 게 당신을 위한 거라 믿어서 두 사람 참 모진 말을 서로에게 했다. 헤어지는 방법을 몰라, 울지 않을 방법을 몰라 화를 낸다니 … 헤어질 일이 아니고 눈물 흘릴 일이 아니니까 그렇지 …


그래도 단숨에 서울로 올라온 미란에게 안 겨우는 다정이었다면, 아버지 전화를 받을 수 없던 영도가 너무 가슴 아펐다. 모두의 대나무 숲이 되어주면서 정작 자신은 울 곳 하나 없다는 게 …


그 옛날 삼순 언니도 말했다.

"심장이... 딱딱.. 해졌으면 좋겠어.. 아버지"


삼순 언니는 서른이 되면 가슴 두근거릴 일도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힘든 일도 없을 거라고 했는데, 김삼순이 2005년도에 방영되었으니까 약 16년이 지난 우린 사랑 때문에 여전히 가슴이 아프다. 너무 아프니 심장이 없거나, 딱딱해졌으면 좋겠다고 애꿎게 심장 탓을 한다. 만약 그때 삼순 언니의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미란처럼 말해주었을까?


그저 나는 쓰레기 자석이라 불리면서도 마음 주는 일에 문을 닫지 않았던 다정이, 영원을 약속할 수 없어 깊은 관계를 두려워했음에도 결국 그 문을 열고 나온 영도가, 거지 같은 사랑 속에서도 예쁜 거를 만든 미란이 대단해 보였다. 내겐 딱딱한 심장보단 이렇게 뛰어 숨 쉬는 심장이 더 강하고 멋지고, 아름답게 보인다.

"살다 보면 누구든 아플 수 있는 건데 그게 꼭 잘못인 것처럼 말했잖아."


아픈 형을, 환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의 짐이 있는 영도에게 자신이 아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는 지켜야 할 사람이 많았기에 자신의 아픔을 더 무기력하게, 또 다른 죄책감으로 받아들이진 않았을까.


그런 그에게 미란이 건넨 건강하라는 말은 처음엔 부담이었을지 몰라도 나중엔 위로가 되었을 것 같다. 승원과 하늘이 영도네 집 문턱이 닳도록 찾아갔던 것도 그를 위해서였다. 외롭지 말라고, 혼자 아프지 말라고. 하지만 입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을 미란은 모르기에 할 수 있었다. 영도에겐 오랜만인 말. 미란이 진심이었기에 영도는 다정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딸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미란은 이번엔 영도의 목숨을 구해왔다. 물론 다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미란이 가져온 목숨은 영도에게 "아파도 괜찮다. 큰 문제 아니다. 사람이라면 아플 수 있지."라는 말이기도 했을 테다.


그의 생에 처음 들은 위로가 아니었을까.

너나봄에 흐르는 위로는 페스트리 같다. 겹겹이 쌓여서 더 깊은.

헤어진다는 게 어떤 일인지, 왜 몇 날 몇 밤을 잠 못 이루고 먹지도 못 하고, 웃긴 이야기에 웃을 수 없고 차라리 심장이 없었으면 하는 건지… 다정의 말을 듣는 영도는 이제 알겠지. 네 녀석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가영이 말 하나 틀린 게 없다.

오죽하면 간호사 선생님이 소금 들고 왔다가 아군 소리하고 퇴장하셨을까.


영도의 다정함을 보면서 마음속에 느꼈던 불안은 그가 자신에겐 다정하지 못 한 사람이라 그랬던 것 같다. 그는 아픈 형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자신을 아끼지 않음으로 스스로를 벌주고 있던 게 아닐까. 그가 한 헤어짐은 다정을 위해서였지만, 가영의 말처럼 그래서 지금 다정이 깨춤 추며 웃고 있는 게 아니니 이별 통보가 아닌 대화를 했어야 했던 게 맞다. 헤어짐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았다.


영도는 자신이 모두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도야말로 가영을 비롯 하늘과 승원, 고진복 형사, 주치의 등 모두의 관심과 사랑 속에 지켜지고 있었다. 그 누구도 혼자 서 있는 사람은 없기에.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고. 그러니 이제 영도 너도 좀 행복해져야 한다. 그건 자신의 행복임과 동시에 자신을 응원해주고 편들어주는 이들의 행복이기도 하니까.

헤어진 이유는 두 사람 외엔 정확히 모른다. 간혹 당사자도 모르는 이별의 이유도 있다. 은하는 언제나 다정의 편이었으나, 그녀를 편들 때 가끔은 자신의 안위를 위한 마음이 있었을까? 영도 편을 드는 다정과 영도를 생각하는 가영을 보면서 은하는 섭섭하기보단 자신의 생각이 짧을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했기에 나는 은하가 정말로 자신을 위해 다정을 위로하고, 다정의 편을 들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건 다정도 마찬가지고. 우리도 그렇지만, 다정은 더욱이 말에서 말하는 이의 마음을 잘 알아보는 사람이었으니까.


오히려 은하와 가영을 통해 다정은 자신이 얼마나 영도를 아끼는지, 위하는지, 그에게 받은 사랑의 모양은 또 어떠한지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그가 없었다면 그녀는 자신을 쓰레기 자석이라 치부하며, 또 쓰레기통에 넣었을 테니까.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만남들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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