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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Sep 01. 2021

너는 나의 봄 : 대사 편 5

하늘이 영도에게 괜찮은지 물었고, 영도는 하늘에게 술이 얼마나 취했는지 물었다. 하나도 안 취한 것 같은데 하늘은 능청을 부리며 내일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날 거라고 했다. 기꺼이 영도의 대나무 숲이 되어준다. 드디어 대나무 숲을 만난 영도는 다정을 향한 진심을 고백한다. 저기 영도 씨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늘이한테 하나요! 싶었는데 이 순간은 피디 양반의 철없음이 도움이 되었다. 마음은 표현해야 하고, 표현이란 곧 전달됨이 필요한 일이니.


과거는 고단했고, 아팠다. 코뿔소에서 쿵 하고 받힌듯한 충격이었고, 그렇게 불시착한 곳에선 외로웠으며 불안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이어져 다정을 만났다. 그 모든 괴로움을 다시 겪는다 해도 다정을 만난다면 몇 번이라도 겪을 수 있다면 아무 일도 아닌 게 될 정도로, 다정에게 그리고 영도에게 서로는 구원이었다. 언제까지고 곁에 있어주겠다는 영원을 약속하지 못해도 괜찮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라도 괜찮다. 두 사람에게 앞으로라는 시간이 있기에, 함께 있다면 그 순간은 영원이고, 함께라면 도울 수 있으니까. 다정끼 영도는 한 세트니까. 건네진 손을 마주 잡음으로 서로의 봄이 되었다.

여러분 주영도 씨 여자 친구 생겼대요. 네네 명칭만 바뀐 거 맞아요. 여자 친구로. 이렇게 사람 귀여울 줄이야 #그래도그포머드는안돼 #글로연애를배울때생기는불상사 #아직친구들에게비밀연애이지만_전국민보는뉴스에는나와줘야지 #사내연애_비밀연애특징이_복사기_가로수까지_다_아는데_너네둘만모르는거죠

이안은 다정에게 당신도 어릴 때 옆집 딸이 되고 싶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안은 다정도 자신과 같이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다는 막연한 동질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반면 영도에게는 당신이 나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래도 논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안에게 주영도는 손을 내밀어야 할 어린 학생을 그냥 지나쳤던 사람이었기에, 그가 쓴 논문이 겉만 번지르르한 위선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안은 자신이 한 선택은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생각하며, 잘못된 당위성으로 자신을 지켜왔다.


하지만 어떤 상황일지라도, 악몽 같은 시간을 벗어나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고 해도 그것이 나쁜 행동이라면 "아니요" 울어 줄 수 없다. 아픔은 이안에게만 있었던 게 아니니까. 영도도 다정도 그리고 나와 당신도, 모두 저마다 아픔을 갖고 산다. 태어나는 것부터가 고통이라 하는데 아픔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그렇다고 모두가 옳지 못 한 행동으로 그 시간을 벗어나지 않는다. 대부분 타인의 삶을 무관심하게 지나가지만, 그런 무정한 시선 속에도 분명 한 사람을,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아픔을 바라보는 이가 있다. 손 내미는 사람이 있고, 전화를 걸어주는 이가 있으며 영원을 약속해주는 이가 있어 어두운 터널을 지난다.


이안과 채준은 그런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스스로 자신을 지키려 애썼다. 하지만 정말 그들에게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도, 단 한순간도 없었을까? 이안은 계속 그렇게 마음 문을 닫았고 세상을 오해했다. 반면 채준은 다정을 찾아다녔다. 과거는 어땠는지 몰라도 적어도 다정을 만나기 위해 채준은 더 나은 사람이 되려 하지 않았을까? 그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까?


다정은 채준이 자신을 찾아다닌 이유를 궁금해했고 그건 그가 내게 왜 이렇게 했는지 추궁함이 아니라, 공포였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혹 자신이 잘 못한 건 없는지 묻기 위함이었다. 다정은 타인을 향하기 전 자신을 먼저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었고 그 사실이 채준에겐 일찌감치 위로가 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항상 추궁을 받아온 이안으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 한 다정의 이유에 그의 표정은 놀람과 안도로 변하는 듯했다. 나의 착각일지 몰라도.


'나라도 도와주고 싶다'라고 말한 다정은 역시나 큰 사람이다. 그녀는 영도에게도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돕는 건 주체가 따로 있는 표현이다. 영도가, 체이슨이 긴 터널을 나올 수 있게 다정은 돕는 사람으로 곁에 있겠다고 했다. 설사 방법을 모를지라도, 지금이라도 더 나빠지지 않게.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은 그 존재만으로도 위안을 준다. 그리고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시선 역시 그 사실만으로도 주의를 갖게 된다.


옆에 아무도 없었다고 말하던 이안의 슬픈 눈이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았는다. 어쩐지 그 순간 이안은 그가 붙잡고 있던 과거의 원망을 놓은 듯해 보이기도 했다. 그만하고 싶단 그런 얼굴. 놓는 게 그의 생이 아니길 바라며, 자유로워진 손으로 다정의 손을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정은 영도와 (잠깐) 헤어졌을 때, 그에게 반창고 하나 못 붙여준 게 미안했다. 가끔 친구와 만나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하고 돌아올 때, 나만 위로받은 건가 싶은 기분이 드는데 다정도 그렇지 않았을까. 언제나 그는 상담자로서 들어주고 위로해주었으니까.


그래서 다시 만나기로 하면서 다정은 영도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말했다. 그에게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가까운 이들은 어렴풋이 알 것이다. 그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도. 묻지 않음은 영도를 향한 배려였고, 사랑이었다. 하지만 영도는 한편으로는 물어봐주었으면, 그래서 꺼내 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내가 영도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다정의 마음에 이미 위로를 받았을 것 같다. 이 사람이라면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낀 자신의 과거도 이해받아지고, 가엾이 여겨줄 거란 신뢰가 있을 테니 목구멍에 걸린 유년시절을 꺼내는 게 조금 더 쉬웠으리라.


다정은 나라면, 이라 생각함과 동시에 그러니까 당신이라면, 이라는 자세로 상대의 자리에서 생각해보았다. 그녀가 말한 ‘돕는다’는 게 이런 모양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덕분에 영도는 마음속 큰 응어리를 꺼냈다. 그 시절 영도는 그럴 수 없었겠지만 지금이라면 그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다정에게 지금의 자신이 일곱 살 다정에게 말을 건네보라 한 것처럼, 영도는 지금의 자신으로 당시 엄마에게 말을 걸었고, 오랜 상처와 작별했다. 사실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 텐데 엄마를 오랜 상처로 남겨두었던 영도는 이제 정말로 괜찮아졌다. 엄마에게 받았던 많은 사랑도 기억나지 않았을까.

어린 영도에게 가장 상처였던, 형의 장례식에서 만난 첫사랑.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 만들어 놓은 민들레 울타리에 영도는 작고 동그란 위로를 함께 놓았다. 그때부터 내내 영도의 시간을 위로해준 첫사랑. 동그란 위로라니 :) 이제까지 영도의 첫사랑 찾기였습니다 ~

엄마가 어떻게 시시해 …

미란은 자신이 한 사랑이 자신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상처로 나았다는 생각에 미안해한다. 하지만 미란이 목숨을 걸고 구한 다정과 태정이다. 미란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고 했지만,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도 귀한 두 아이를 보석처럼 여겼고, 아이들에게 보여준 사랑은 용기 있었다. 두 아이가 잘 자란 건, 주변에 다정한 시선을 가지며 살 수 있던 건 미란의 사랑을 보고 자라 서라 생각한다. 이런 엄마가 어떻게 시시할 수 있을까.


그리고 미란의 사랑은 다정을 타고 옆으로 옆으로 흐른다. 일찌감치 은하는 일이 있음 강릉에 있는 미란을 엄마 삼아 찾아왔다. 이 뒤에 보면 가영이도 피자집을 찾는다. 모두를 내치지 않고 미란은 무심한 듯 따뜻이 맞이해준다. 그리고 영도에게도 솔직히 자신을 고백한다. 숨기지 않는다는 건 미란이 이제 괜찮아졌단 의미 같았다. 그렇게 미란은 영도에게도 손을 건넨다. 영도에겐 다정이 있지만, 좋은 사람이 곁에 많은 건 감사한 일이다. 이런 어른이 있다는 건 크나큰 위로이며.


#너는나의봄 은 다정과 영도가 서로를 만나 목구멍에 칼처럼 들어있는 유년시절의 상처를 꺼내는 일종의 구원 서사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 사람을 만나 하나의 문이 열리자 그 앞엔 또 다른 사람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영도는 다정을 통해 미란을 만났고, 가영은 영도를 통해 다정을 만났고, 또 갤럭시와 미란을 만났다. 패트릭은 가영을 만나 다정과 영도를 만났고.


한 사람만으로도 좋지만, 좋은 사람은 많을수록 마음의 충전에 이롭다. 혼자가 아니라고, 이렇게나 많은 인연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만 같아 등장인물들이 만날 때마다, 그런 의미로 무척이나 설레었다.

내심 가영이 미란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 다정이 다정한 건 역시 미란의 딸이라서�

가영은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영도와 다정의 일에도 관심을 가졌다. 일 년 전보다도 더 회복된 것 같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셋이나 늘었다. 패트릭, 은하 그리고 미란 씨까지 ◡̈


다정한 위로가 겹겹이 쌓인 만큼 가영은 삶에서 하던 연기를 그만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회로 갈수록 감사한 모습이 많은 #너나 봄 ❤️

앞서 <너는 나의 봄>이 전하는 위로가 어떤 모양인지에 대해 페스트리 빵에 비유한 적이 있다. 겹겹이 쌓이는 위로. 얼마 전에 본 <노멀 피플>도 구원 서사가 흐른다. 다만 <노멀 피플>이 <너는 나의 봄>과 다른 점을 찾자면 주인공 메리안과 코넬이 서로에게 구원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 다정과 영도도 서로에게 구원이 되었다. 하지만 <너는 나의 봄> 속 구원은 두 사람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두 사람을 시작으로 주변으로 뻗어나간다. 마치 페스트리 빵처럼, 겹겹이 쌓이는 위로다.


이안은 자신이 이제 와서 다른 선택을 하는 게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일이라 여겼다. 그래서 영도가 피 묻은 교복을 빨고 있던 어린 시절 자신을 못 본 척 지나갔던 일을 지적하며, 그의 논문을 입에 발린 말로 여겼다. 하지만 영도는 과거가 그랬다고 해서 현재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며, 지금 당신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울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정은 이안에게 지금이라도 당신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돕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 아무도 없다면 자신이 그 한 사람이 되어주겠다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건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주인공 서로에게만 그 영향이 미친다. 인생에 그런 사람을 한 명이라도 만나는 것도 귀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든든하게 생긴 아군을 힘 입어 마주 잡은 손에 남은 다른 손을 옆으로 건네는 영도와 다정을 보면서 더 넓게 퍼져나가는 위로를 보았다.


이안은 또 한 번 자신을 찾아온 검은 유혹 앞에 영도와 다정이 떠올랐다. 이제와 이안이 예전과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해서 그들과 앞으로 함께 아무 일 없던 듯 살 수있는건 아니지만, 자신에게 보인 마음을 저버릴 순 없었던 것 같다. 이안은 주치의로서 양심을 지키고 수술을 끝마친다. 이안이 회장의 수술에서 집도 방향을 고민하는 이 장면은 이런 의미로 내게 꽤나 큰 인상을 남겼다.


마냥 이안의 편을 들 수 없어, 그게 좀 마음 아팠다. 채준을 위해 조금은 슬퍼할 수 있게 된 건 그나마 다행인 걸까. 지난 일에 ‘만약에’를 붙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만약에’를 말하는 건, 그만큼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는 뜻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이안이 이제라도 다른 선택을 하게 된 건 다정과 영도의 마음을 받아들인 이유라 본다. 설사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다 해도 이안에게 닿은 두 사람의 온기는 그의 삶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아무리 주위에서 손을 내밀고, 발에 엉킨 수풀을 끊어 주려해도 본인의 의지가 없인 안 되는 일이기에, 나는 이안의 후회가 행동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반갑다. 미국으로 돌아가 시작한 상담도 변화의 한 부분 일터. 아직 그는 자신이 갖는 죄책감을 불편함과 혼동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를 잠식하던 흐르는 피에 대한 환영이나 환청이 빠르게 사라지는 걸 보면, 이안의 다가오는 시간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음을 기대한다. 그리고 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

너나 봄에 흐르는 위로의 메시지는 마지막 회 주영도 선생님이 라디오에서 전한, 이 대사로 정리할 수 있겠다.


“사람을 살리는 건 결국 그런 거예요. ‘내가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 내가 네 앞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줄게. 네가 혼자 있게 두지 않을 게 내가 널 지켜보고 있을게.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고 손끝만 살짝 닿아도 그걸로 충분하거든요. “


“ 왜 범죄자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가 왜 공감의 여지를 주는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결국 누군가의 이웃일 수밖에 없으므로. 교정과 교화, 용서와 공존을 포기할 수 없음으로. “


영도와 다정의 구원 서사 속에 흐르는 메시지는 내내 일관되었고, 여러 인물들 그리고 영도 병원 찾은 내담자 등을 통해 실제로 우린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는지 보여줬다. 너나봄을 보며 자신에게 건넨 위로를 느꼈다면, 주변을 생각하게 됐다면 그건 그만큼 나나봄의 서사가 일상적이고도 섬세했단 뜻이 아닐까. 입 아프도록 너나봄이 좋다고, 피드를 도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바다에 살고 있지만 바다를 찾는 삶은 얼마나 고단할까. 언젠가 행복할 거라고, 언젠가 편안해질 거라며 ‘언젠가’를 향해 가는 매일은 어쩐지 행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어떤 시간은 그저 숨 쉬고 있기만 해도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 크게 반짝이지 않는다 해도 빛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더 소중하다. 이미 넉넉한 바다에 살고 있으니 숨을 크게 쉬어도 괜찮다. 당신의 봄도 곁에 있을 테니. 언젠가 말고 오늘, 지금부터 부디 행복하길. 편안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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