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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Feb 20. 2022

자부심을 지키며 사는 용기있는 삶에 대하여

#트레이서 시즌1, 2 (2022, MBC, wavve)

한적한 외곽도로에 자동차 한 대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떨어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고 현장을 지켜보던 황동주(임시완 분)의 내레이션은 그가 이 사고로 죽은 운전자의 아들이며, 아버지의 죽음은 단순 사고사가 아닐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혜영(고아성 분)은 동주의 아버지, 황철민(박호산 분)을 세무 조사하던 국세청 조사관이었다. 그녀는 황철민의 세무조사가 일반적인 조사가 아니라고 느끼던 중 그가 사고로 죽자 다른 목적이 있음을 느꼈다. 의심스러웠지만 조사를 중단할만한 힘이 없었던 그녀는 황철민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꼈고 조사자료 중 일부를 황동주에게 건넨다.


동주는 그 자료로부터 아버지의 죽음에 국세청과 PQ그룹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PQ그룹. 아버지가 한 때 이사로 몸담았던 곳. 하지만 회사의 비리에 대해 양심 고백을 함으로 아버지는 힘든 싸움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회사의 혐의점은 밝혀지지 않았고, 내부 고발을 하기 위해 아버지가 가담했다고 밝힌 일은 아버지 혼자 단독으로 진행한 일이 되어 아버지만 징역 8년을 구형받는다. 이후 아버지는 자주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 이유가 전부, 회사의 비리가 담긴 비망록을 찾으려는 PQ그룹과 그들을 돕던 국세청의 괴롭힘이었다는 걸 동주는 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상상인데, 동주는 이기지도 못 할 싸움을 시작 한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모진 말을 했었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 국세청 조사관이 되고 보니 어렴풋이 아버지 마음을 이해하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주가 조사관으로 고액체납자들의 자금을 추적하면서 알게 된 그들의 비리는 탈세만이 아니었다. 그가 추징 한 동호 증권 양 회장의 비자금만 해도 그랬다. 그의 비자금은 사기 펀드를 당한 피해자들의 피해를 보상해줘야 할 몫이었고, 오즈 식품의 탈세를 조사하면서는 회사 대표의 갑질과 살인방조까지 밝혀지게 된다. 돈의 흐름을 따라갔을 뿐인데,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돈들이 이들을 봐주며 또 다른 부와 권력을 쌓는 이권이 형성되면서 무고한 피해자들이 발생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피해자들의 피해가 돈이면 다행인 걸까. ‘골드 캐시’를 추적하면서 밝혀진 기업의 악행은 사회초년생들의 꿈과 미래는 물론 그들의 목숨까지 위협했고 실제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생겼다.

모두 국세청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국세청 조사관도 검경처럼 수사권을 갖는다. 하지만 이들이 수사를 하여 징계할 수 있는 건 조세 영역에 한해서다. 갑질이나 살인방조, 폭행이나 협박 등에 대한 징계는 국세청 조사관의 몫이 아니다. 하지만 대신 고발은 할 수 있다. 알게 된 범죄사실을 고발하여 검경이 조사를 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과 결탁한 국세청의 고위 간부들로 인해 제대로 된 추징은 물론 조사조차 하지 못 하면서 피해는 더 커져갔다.


기업 내부의 비리를 고발하려다 죽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던 피해 아들에게 동주는 “아무것도 아니던 일이 갑자기 부끄러워지는 때가 있어. 죽어도 쪽팔린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때가, 사람이라면 있어”라고 말하면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대상이 다름 아닌 아들인 너라고 말한다. 조사관이 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이런 현장을 목격하며 동주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갑자기 아버지가 내부 고발자가 된 이유에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닐까. PQ그룹의 비리를 폭로하기 위해선 자신의 잘못된 행동도 함께 고백해야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잘못된 고리가 끊어지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던 게 아닐까.


동주는 자신이 국세청에 들어온 목적을 “새로운 국세청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국세청에 들어온 것이지만 그의 목표는 관련자를 밝혀내 처벌을 받게 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거대한 재벌을 위해서 누군가의 인생을 재물로 바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 새로운 국세청을 만들기 원했다. 거대한 재벌에 의해 누군가의 인생을 재물로 삼을 때 국세청이 도움을 주고 있었다는 걸 알아버린 황동주는 한 두 사람의 처벌로는 안 된다 생각했고, 국세청의 판을 뒤엎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 것이다.


드라마 <트레이서>는 시즌 1, 2로 구성되어있다. 시즌 1은 황동주가 아버지  복수를 위해 국세청에 들어오, 4년 뒤 서울 중앙 국세청 조세 5국 팀장으로 발령받으며 본격적인 판을 짜는 내용이다. 체납자를 조사하면서 그들과 유착관계를 맺은 국세청 고위 간부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내사를 진행하게 하고, 그렇게 서울 중앙 지방국세청 인태준 청장의 사람이라 불리는 조세 1~5국 국장을 하나, 하나 갈아치운다. 아버지의 죽음에 관여했을 인태준 청장의 팔다리를 하나씩 잘라가며 복수의 끝자락에 왔다고 생각할 때 시즌 1이 끝난다. 시즌 2는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인태준 청장이 움직이면서 아버지 사건의 배후로 지목할 새로운 후보군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시즌 1에서 황동주가 쳐낸 국장들과는 차원이 다른 거물들이다. 거물인 만큼 그들이 그동안 국세청 고위간부들과 결탁해서 벌여온 짓은 대한민국을 흔들 정도였다.

지금까지 미디어에서 온갖 비리를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시즌2에서 국세청과 PQ그룹이 판을 짜서 벌인 일들은 가슴 안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게 한다. 국세청이 갖는 수사권은 검경 수사권에 비해 다뤄지지 않았기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몰랐는데 시즌 2에서 PQ와 산조 은행, 국세청이 만든 판이 무너트린 피해자들의 삶을 보니 죄 없는 사람도 한 번에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막강한 힘임을 느꼈다. 동주가 국세청의 판을 새롭게 뒤집을 계획으로 오영 국장을 국세청장으로 만들려고 했던 게 그러면 이 조직이 가진 힘이 누군가의 인생을 빼앗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던 대사가 기억난다.


동주와 혜영은 저들이 짠 판에 가족을 잃었다. 오영은 그들의 판에서 말로 쓰이길 거절하자 동주 아버지가 당했던 것처럼 누명을 쓰고 좌천당한다. 동주의 복수에 이들이 함께 하는 건 각 자의 복수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동주의 복수를 위해서도 아니다. 조사관으로서 자신들이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동주는 “조직의 끄트머리까지 밀려나서도 자부심이라는 걸 잃지 않은 사람의 세월”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세월을 믿는다고 말했다. ‘자부심’은 자기 자신 또는 자기와 관련되어 있는 것에 대하여 스스로 그 가치나 능력을 믿고 당당히 여기는 마음이다. 스스로 당당해지려면, 눈앞에 ‘쉬운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남들처럼 그냥, 한 번쯤 눈감고, 하던 대로, 해오던 대로가 아닌 매일을 어렵게 살아가는 일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의 책임과 무게를 아는 오영과 혜영에게는 그런 ‘자부심’이 있었다.


결국 <트레이서>도 살아가는 이야기다. 추리극, 복수극이라고 생각했고 황동주가 보여주는 이기는 싸움에 매회 통쾌한 짜릿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주의 국세청 판을 뒤엎겠다는 목표를 세운 의미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리고 혜영과 오영이 ‘자부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받은 위로가 더 컸다. 그리고 이런 삶이 용기있는 삶이란 생가이 들었다. 시즌 1  5-6회에서 혜영과 통화 중 어떻게든 살아내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대사나 시즌 2  3회에 나온 대사는 힘든 과거를 마주하는 일에 대한 대사는 마음이 아린다. 어쩌면 동주, 혜영, 오영이 하는 일 아니 그보다 더 어쩌면 황철민이나 오즈 그룹 내부 비리를 고발을 한 누군가의 아버지의 행동은 ‘나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내밀어준 손 같은 거’ 일지 모른다. 포기하지 않고, 눈 감지 않아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하는, 누군가 인지도 모르를, 누군가를 위한 용기.


드라마 <트레이서> 기획의도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미치도록 이기적인 세상에서, 사람다움을 지키며 사느라 힘들고 고독했을 모두에게 따뜻한 용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 통쾌함도 통쾌함이지만, 따듯한 위로를 느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본격적인 싸움에서 황동주는 시즌 1에서 보여준 것같은 ‘이기는 맛’을 보여줄 것인가? 황동주는 조세 국장들을 해임시키는 그림을 그리며 그 자리에 앉을 사람까지 미리 점찍어 두었다. 그리고 앞서 말한 ‘자부심’을 잃지 않은 사람들로 채운다. 그들은 끝까지 그 ‘자부심’을 잃지 않을까? 국세청은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을까? 우린 ‘자부심’을 지켜내는 ‘용기’를 낼 수 일을까? 말도 안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류의 드라마일수록 유토피아적인 해피엔딩을 꿈꾼다. 그런 엔딩이 마치 현실에서도 이뤄지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


새롭게 시작한 드라마 <트레이서>의 시즌2는 다음 주 25일부터 매주 금토에 MBC를 통해 방송된다. 하지만 이미 웨이브에 전편이 공개되어있다는 점! 몰아보면 더 재미있는 통쾌한 추리 활극 <트레이서>는 웨이브에서 만나요!


트레이서 총 16회 (시즌 1. 8회, 시즌 2 8회)
제작사 웨스트월드스토리 방송사 MBC
제작 이나영 감독 이승영 각본 김현정
임시완, 고아성, 손현주, 박용우, 박호산 등 출연


 리뷰는 웨이브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주관적 평가를 포함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웨이브 #웨이브오리지널 #웨이브트레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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