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오는 어느 추운 날, 나는 단기 아르바이트 때문에 아침 일찍 시청의 어느 공연장에서 이틀간 일을 하게 됐다. 오랜만에 일을 해서 그런지, 많이 미숙해서 관리자에게 혼났다. 혼났기 때문에, 일을 잘 하자는 생각으로 무대 보조를 하고 있었다.
무대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지나갔다. ー난타 공연을 한 초등학생들, 합창을 한 중학생들, 뮤지컬을 보여준 초등학생 등
오랜만에 본 학생들은 생기 발랄했고, 그들의 생기는 잠깐이지만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줬다. 수많은 학생들 중에서 내 눈에 강렬히 들어왔던 공연은 어느 여자 고등학교의 밴드부였다. 그들은 피아노, 드럼 그리고 일렉기타 두 개, 5현 베이스 하나로 구성되었다. 심지어 학교 밴드부에서 5현 베이스 기타는 처음 봤고, 심지어 Fender 사의 베이스였다.
그들은 각자의 악기를 조율과 악기의 음향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기타의 솔로리프, 드럼의 필인, 피아노의 코드는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 5현 베이스를 들고 있는 친구가 슬랩과 자신이 연주할 곡의 리프를 연주하고 있었다.ー베이스를 보고 잠시 옛 생각이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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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나는 어느 한 중, 고등학교에서 밴드부를 했었다. 제일 처음 밴드부를 들어간 것은 중학교 때였다. 그때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보컬을 하려 했으나, 밴드부 트레이너가 노래를 너무 못한다는 혹평을 하여, 드럼으로 역할을 바꿨다. 물론 드럼을 잘 치진 않았지만, 보컬보단 훨씬 나았다.
나는 조금 더 드럼을 잘 치고 싶었기에, 엄마에게 졸라서 실용음악 학원을 다녔다. 실용음악 학원을 다녔을 때, 드럼을 쳤지만, 어차피 드럼은 학교에서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학원에서는 베이스 기타를 배우게 됐다.ー베이스 기타는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자미로콰이의 Cosmic girl, RHCP의 여러 곡들의 베이스 기타 리프는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그러다가 조금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베이스 기타를 팔고, 200$짜리 일렉기타를 사서 배웠다.
중학교 때 베이스와 드럼, 고등학교 때 일렉기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실력적으로 부족했지만, 내가 사는 곳이 촌이라서 내 또래에서 나만큼 연주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나는 우월감에 빠지기 충분했다. ー하지만 이 우월감은 오히려 자만이 됐고 결국에는 나에게 독이 됐다.
중, 고등학교 때 밴드부원들은 나에게 ‘우리 중에서 네가 연주를 잘하는 건 알지만, 너랑 같이 연주하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했고, 나는 밴드부에서 방출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레슨 강사는 나에게 “너 기타 너무 못 친다 “, “재능이 없는 거 알지? 지금이라도 공부해 보는 건 어때?”라는 말까지 들었다. ー나는 실용음악을 하기 위해서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하루에 10시간씩 연습했는데도 이 정도밖에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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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간의 실용음악 입시 기간 중 나에게 남은 것은 오만과 자만심뿐이었고, 실력은 온데간데도 없었다.
이후에 나는 실용음악 입시를 그만두고 1년 간 대학 입시를 준비한 뒤에 남들처럼 평범한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입학 후에는 어떠한 악기도 연주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행사의 스태프로 참여해 고등학교 밴드부의 리허설을 보게 됐다. 솔직히 말해 그들의 연주는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연주가 좋든 말든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나는 그 연주를 보고 느꼈다.
‘아 나는 평생 뮤지션으로서 무대에 설 수 없겠구나.‘
그렇게 그들의 연주를 바라보지도 못한 채, 나는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 Prosh 사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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