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검사를 그만둔 이유

by 김정호 변호사

1. 법복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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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좌), 검사 명패와 법복(우)


작년 10월, 평생 꿈이었던 법복을 벗었다.


검찰청 폐지가 가시화 되던 무렵이다.


시기가 맞물려 주변에서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퇴직한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2. 운명처럼 찾아왔다.


PPT 모터 투어 중 스위스 산길(좌), 스위스 한 마을(우)


몇 년 전 여름, 친한 형과 둘이 여행을 떠났다.


당시는 나는 대구지방검찰청 상주지청, 그 형은 인근 지청에서 검사로 근무하고 있던 때이다.


여름휴가에 특별한 계획이 없던 나는 여느 때처럼 집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여름 법원 휴정기(보통 7월 마지막 주, 8월 첫째 주는 재판이 없는 법원 휴정기이다) 직전, '여행을 가자'라는 제안을 받고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처럼 즉시 계약금을 이체해버렸다.


'PPT 모터 투어'


자동차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그러나 자동차 유투버들만이 가는 그런 것인 줄 알았던 패키지 여행이다.


2인이 한 팀이 되고 총 5~6개 팀, 즉 10인 내외의 인원이 떠나는 여행이다.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본고장 독일 슈트트가르트에 있는 포르쉐 뮤지엄 관람을 시작으로, 그곳에서 각 팀 마다 포르쉐 911을 한 대씩 렌트한 뒤 직접 운전하여 스위스를 거쳐 다시 독일로 돌아오는 5박 6일 일정이었다.


그곳에서 운명처럼, 유럽에서 운전을 해 보고 싶어 어머니를 모시고 온 한 여성분을 만났고 그 여성분과 작년 초, 어린 시절 나를 꼭 닮은 아들을 낳았다.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밀려 들어오는 사건들, 내가 하는 결정의 무게로 인해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압수수색 등 나의 수사활동이 실시간으로 뉴스에 보도되는 경험도 했고, 많은 검사들이 선망하는 특수(반부패) 수사 우수사례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사건의 관계인들로부터 감사편지를 받기도 하는 등 검사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았다.


이런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 것은 앞서 말한 여행에서 만난, 운명처럼 나를 찾아온 여성분 그리고 그 사이에 태어난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함이다.


검사는 2년 마다 임지를 옮겨 다니는데, 지역에 제한이 없다.


전국팔도를 돌아다녀야 하고 거기에 야근, 주말당직까지, 가족과의 시간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


고민 끝에 검사직을 내려놓았다.



김정호 변호사

前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

前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검사

前 대구지방검찰청 상주지청 검사

前 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 검사

現 법무법인 청목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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