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무시무시한

by 천동원


J가 첩보원이라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회사 주재원으로서 자기 나라를 옹호하는 것이 죄가 될 수는 없었다.



H가 J의 첩보 활동을 밝히고자 했던 결과는 수포였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본 첩보원들에게 주의를 주었던 사건이었다. 이것으로 인해 그들의 활동은 당분간 제약을 받고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H가 J의 사무실에서 가져온 파일은 일본 문부성 초청 한국 장학생 명단과 현황을 정리한 파일이었다. 이것은 J의 첩보 활동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J는 그것이 잠정 고객 확보를 위한 자료일 뿐이라는 항변으로 사건은 그냥 묻히고 말았다.



일본 문부성 장학금을 받고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귀국한 유학생들은 수 십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사회 곳곳에서 지도층 계급을 형성했다.



더 무서운 것은 대학에 교수로 있었던 대부분의 일본 문부성 장학생 출신들은 젊은 대학생들에게 알게 모르게 일본의 사고방식을 주입시키고 있었다. 교수들이 말로 표현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은연중에 드러나는 친일식 행보나 강제식 복종을 의무화시키는 학습 방식은 권위에 대한 복종을 무의식적으로 학습시키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정치, 사회적으로 일본의 지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일본 문부성 유학생 출신의 지배층이 기득권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대주의 팔로워들이 국내에서 기득권을 형성하고 그들이 권위주의를 내세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동남아의 몇몇 국가의 경제에서 화교는 자본을 대어주었고 일본은 경제를 운용하는 실질적 역할자이다. 일본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곳에서 일본 기업의 이름을 내건 회사들이 정보전을 수행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의 정치와 경제는 계획적으로 움직여진다. 세계의 정치나 경제 상황에 따라서 그들 내각을 책임지는 수상은 수시로 바뀐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정치적 지향점은 바뀌는 것 같지 않다. 정치적 얼굴 마담이 대외적으로 바뀌어서, 그들 자신에게 유리한 면은 그대로 지향하고 불리한 면은 사람이 바뀌어서 그렇다고 회피해 버린다. 왜 그럴까?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속담이 있다. '구린 데는 덮어라.' 그래서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가해자로써 책임을 지어야만 하는 역사를 회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