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숨어서 일을 하고 그 결과를 묻어 두었다가 쓸모가 있다 싶을 때 드러내어 상황을 반전시키거나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든다. 그것이 정치이고 혹은 음모이며 사업이다. 이러한 정치와 음모가 함께 하는 사업이 첩보전이다.
H는 현장 요원으로 8년을 지냈고 사이버정보팀의 팀장 대리를 맡은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회사 생활 10년이면 모든 일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진행과 처리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추진력이 생긴다. H도 이제 한창 업무에 재미가 붙어서 회사에 있는 시간이 지겹지가 않았다.
그동안 서너 건의 굵직한 뉴스거리를 만들어 내는 활동을 했었지만 과실은 개인에게 씌워지고 공적은 나랏님에게로 향하는 회사였다.
비록 대리이지만 실내 정보행정의 한 팀을 책임지는 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잠시동안 인사차질로 발생한 공석을 대신하는 임시적인 팀장대리였다.
H는 첩보 요원이면 누구나 겪는 일들을 경험했다고 생각했다. 그 혼자만 특별히 위험하거나 별난 사건을 처리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수더분함과 겸허함이 조직에서 그를 더욱 필요로 하는 필수 요원으로 성장시켰다.
회사는 인턴으로 근무했던 지역방송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큰 빌딩의 지하에 위치한 정보 종합 상황실은 경찰과 소방서와 실시간 연결되어 모니터와 마이크로 서로 24시간 소통이 가능했다. 또한 안보 비상시에는 군의 합동참모본부의 종합 상황실과도 연결이 가능했다.
중요한 것은 H가 근무하는 곳은 정보를 취득하고 분석하는 곳이지 경찰이나 소방서가 하는 직무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관여해서도 안 되는 정보 상황실이었다.
그 빌딩의 1층은 대기업의 일반 속옷 가게 직영점이다. 사람이 뜸한 가게이다 보니 출입자들의 통제나 관찰이 쉬웠다. 그리고 2층부터 8층까지는 병원과 약국들이 있는 소규모의 메디칼 센터였다.
정보 상황실의 출입구는 따로 빌딩 사이에 있는 조그만 골목에 있었다. 마치 빌딩의 지하에 있는 기계실 출입구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