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삼족오와 호랑이

by 천동원

H는 J를 삼족오라고 불렀다. J는 H를 호랑이라고 불렀다. 두 사람은 일본 문부성 장학생 명단 유출 사건 이후로 1년에 한두 번씩 만나 우애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J는 벌써 신분을 세탁하여 일본 유수의 일간지의 한국 지국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그러나 외형적인 직업이고 여전히 일본국 첩보원이라는 사실을 J는 미루어 짐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 개인적인 우애도 있었지만 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첩보원들은 상대국에 혼란을 줄 목적으로 거짓 정보를 줄 수 있고 또 확실한 정보를 은연중에 서로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단, 자국에 이익이 될 경우에만 그렇게 한다는 게 서로의 암묵적인 거래 조건이었다.



J는 H를 만나 한국의 팬더들이 러시아 선원들과 모종의 거래가 있을 거라고 했다. 그 거래는 팬더가 동남아에서 밀수한 마약을 러시아 선원들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금을 받는다는 정보였다.



그런데 왜 중국인과 러시아인이 한국에서 거래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유는 간단했다. 동남아에서 거래를 하려면 해상이나 육로를 통해야 한다. 육로는 중국 본토를 지나서 러시아 국경까지 가는데 거리가 멀고 위험이 따른다.



해상 거래도 안심할 수 없다. 러시아 국적 선박이 남중국해나 인도양에서 중국이나 동남아 국적 선박과 만난다면 위성으로 추적될 게 뻔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가 쉽게 출입국이 가능하고 쉬운 제3국인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러시아산 명태나 기타 수산물이 한국으로 수입되고 또한 러시아 어선이나 상선이 한국 조선소에서 수리나 점검을 받기 때문에 한국은 러시아 선원들의 출입국이 용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