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불곰

by 천동원

H는 정보상황실 실장의 지시로 두 개 팀의 정보 자산을 러시아 선박이 입항하는 부산 감천항에 집중시켰다.



곡물 창고인 사일로(곡물 저장고) 위에 별도로 CCTV를 설치하였고 선박이 보이는 부두 가까운 건물에도 보조용 망원 카메라를 설치하고 상황실에서 화면을 통해서 상황 통제를 하고 있었다.



수산물 하역 작업에서는 이상 징후가 없었다. 그리고 모든 수입 수산물은 부패를 막기 위해서 냉동 창고로 보내져서 며칠 혹은 몇 달간 보관하게 된다.



왜냐하면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수입품처럼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세관 검사가 있기 때문에 하역된 수산물에 대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이미 세관에서 철저히 조사하였다.



이틀이 지난 후 1톤 봉고 트럭이 러시아 선박 앞에 정차했다. 항해 중에 필요한 신선 식품을 조달받기 위한 식품운반용 트럭이었다.



H는 저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선박에서 러시아 선원들이 내려와서 식품을 배로 옮기려는 찰나에 숨어서 마냥 대기 중이던 형사들이 급습했다. 그리고 잠시 후 경찰 병력들이 도착해서 선박 주위를 에워쌓다. 러시아 사람들 특히 러시아 정부 관련자들을 불곰이라고 불렀다.



식품들을 검사했다. 다른 것은 별 이상이 없었다. 남은 검사 물품은 마요네즈 통이었다. 10킬로 들이 플라스틱 마요네즈 통이 10개나 되었다.



마요네즈는 러시아 사람들이 대부분의 요리에 사용하는 기본 음식 재료였다. 모든 통을 검사했다. 그러나 팬더들의 마약은 발견되지 않았다. 허탕이었다.



정보상황실은 일순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실장은 실장실로 돌아가고 상황을 통제하던 H와 또 다른 팀장은 허탈감으로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전장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했다. 사업을 하면서 어찌 백전백승하겠는가? 과녁을 빗나가는 총알도 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