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이 풀리지 않았다. 내 차에 누군가가 흠집을 세 번이나 내놓고 가만히 있으려니 속에서 열불이 났다.
경비원 사장님들도 불법 주차를 단속해 달라는 요구 사항을 더 이상 귀담아듣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아파트 정문 입구를 다니면서 보니 입주자가 아닌 차인데도 그냥 바리케이드를 열어 주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정문 주차경비원 사장님에게 보여주니 정기 방문객이라며 그냥 들여보내 준다고 말했다. 나는 정문 경비실에 기록된 방문 호수를 찾아갔다. 그러나 아파트 문은 잠겨져 있었고 벨을 몇 번이나 눌러도 응답이 없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집을 방문하려고 했던 차를 찾았다. 미리 자동차와 주차 장소를 사진으로 찍어 놓아서 찾기가 수월했다. 운전석에 핸드폰 번호가 있어 전화를 걸었다.
“아주머니, 몇 동 몇 호 방문하셨어요?”
“○○동 ○○호요. 왜 그러세요?”
“그곳에 가보니 인기척도 없고 문이 잠겨 있는데 지금 그곳에 있어요?”
“지금 시장에 강아지 사료 사러 왔어요.”
“강아지 사료요? 그 집에 벨을 눌러도 강아지 짖는 소리도 없었던걸요?”
“아, 저는 파출부로 일하는 사람이고요, 주인댁에 전화 걸어보세요.”
파출부 아주머니로부터 주인아주머니 전화번호를 받아서 전화를 걸었다.
“○○아파트 ○○동 ○○호 주인 되십니까?”
“예, 그런데요.”
“파출부 아주머니가 강아지 사료를 사러 갔다고 하는데 아파트엔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서 확인차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희 집에 일하는 아주머니 맞아요.”
“아니 ○○평 아파트인데 반려견 돌보미 아주머니가 있을 여유가 아닌 것 같아 이상해서요.”
사실 그 아파트는 평수가 가장 작은 동이었다. 아뿔싸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을 무심코 뱉어버렸다. 주인아주머니께 큰 실례를 범했다.
아차 싶었지만 뱉은 말을 다시 담을 수 없었다. 나 자신이 생각해 봐도 상대방의 자존심을 긁는 말에 당장 말다툼이 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걸 어쩌나, 하면서 일단 심호흡을 했다. 말실수에 대한 마땅한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어쩌나, 어쩌나, 실수했네, 하면서 말을 되뇔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