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다이어트 결심기
"너는 좋겠다. 어떤 바지를 사도 다 스키니진일 거 아니야!"
푸하하하.
웃음소리가 교실 문을 뚫고 복도를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도미노처럼 시작된 웃음소리는 짓궂은 남자아이의 말을 끝으로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 것 없이 까르르 번져가기 시작했죠. 웃음바다가 따로 없었습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당시, 달라붙는 바지가 유행이었어요.
지금은 마른 몸매보다는 건강한 몸매, 나만의 몸을 가꾸는 시기였지만 그때만 해도 무조건 마른 게 최고일 정도로 마른 몸매에 대한 열망이 높았던 시기였죠.
그래서 그런지 달라붙는 바지와 티셔츠,
짧은 치마들이 정말 많았어요.
불행히도 저는 입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옷들은 전부 사이즈가 맞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당시 입었던 바지는 정말 평범한 일자 바지였습니다. 비록 아이들의 눈에는, 달라붙어 꽉 낀 일명 스니키진처럼 보였을지 몰라도요.
뚱뚱하다는 걸로 놀림을 받는 건 정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어요.
돼지, 멧돼지라는 호칭은 귀여운 애칭 정도의 수준이랄까요.
하루에 한 번쯤 뚱뚱하다는 소리를 안 들어본 적 없었지만, 그날은 유난히 민망하더라고요.
아마 오랜만에 제가 청바지를 입었던 날이라 그랬던 걸까요? 맞는 청바지의 브랜드를 드디어 찾았던 날이었거든요.
아니면 속으로는 혼자 꽤 좋아하던 아이가 말해서일까요?
어린 나이라, 반에서 가장 인기 있던 남자아이가 장난치며 던진 말에 퍽 상처를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 그날 그 시간이 꽤 곤혹스러웠나 봅니다.
엄마는 제가 우량아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셨죠.
사실, 갓난아기였을 때 제가 뚱뚱 했는지까진
저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어렸을 때는 많이 말랐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얼마나 어릴 때인지 저는 기억조차 나지 않으니까요.
제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항상 뚱뚱했었고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었어요.
그 가장 첫 번째 기억은
초등학교 1학년 때로 또 거슬러 올라갑니다.
꼭두각시 춤이라고 아시나요?
사실 이게 정확한 명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꼭두각시 춤이라고 해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키 순서 혹은 출석 번호 순서대로 짝을 지어서 추는 일종의 전통 춤이었어요.
그 춤이 어떤 춤인지, 어떤 동작이었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데 단 하나 확실한 건 그 춤 중간에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업고 일정 거리를 움직이는 동작이 있었단 거예요.
저희 반은 키 순으로 그 춤의 순서를 정했는데,
저는 7번이었어요.
행운의 7이었죠.
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자아이도 7번이었거든요.
하지만 7은 결코 제게 헹운의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업고 가는 동작을 선생님이 설명을 하시는 순간,
그 남자 아이가
"나는 못 업어! 너 무거워!"
라고 말했어요.
저도 오기로
"나도 너한테 업힐 생각 없어. 그 가느다란 다리로?"
라고 맞받아쳤고요.
그렇게 저희 둘은 다른 아이들이 박자에 맞춰 춤을 연습할 때 멀뚱멀뚱 서있었어요.
선생님들도 못 본 척 고개를 돌려주셨었죠.
그러다 마지막 연습을 하는 수업시간.
밥을 많이 먹고 왔으니 한 번 도전해 보겠다던 아이.
그래라, 싶어서 업혀줬어요.
제가 조금 봐준다고 발을 땅에서 떼지도 않았는데,
그만 앞으로 꼬꾸라져 버리던 아이.
그 모습을 보던 다른 친구들의 왁자한 웃음소리.
그리고 빨개진 얼굴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함께 웃어야만 했던.
저의 유년시절이 떠오르네요.
하지만 엄마가 그랬습니다.
원래 어렸을 때 뚱뚱하지 않았으니까,
곧 다시 돌아올 거라고요.
그래서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엄마가 하는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셨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꽤 말 잘 듣는 어린이었습니다.
어릴 땐 성장기라서 잘 먹어야 한다고 해서,
당연히 식단을 하지도 않았죠.
그 나이에 식단이라는 걸 알았을 리도 없었지만요.
곧 다시 돌아올 거라는 엄마의 말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돌아올 거야에서
중학교를 들어가면 돌아올 거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잘 먹고 건강하고 튼튼하게만 자라면 됐지,
라고 생각하던 엄마가 조심스레 저에게
"운동을 좀 해야겠다"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입니다.
교복을 사야 하는데 맞는 교복이 없었거든요.
잘 먹고 건강하게만 자라면
지금 찌는 건 다 키로 간다고 하셨지만,
다 옆으로 갈 줄은 엄마도 모르셨을 거예요.
물론 저도 몰랐죠.
그리고 저는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게 정말 많았습니다.
무작정 운동을 시작한다고 해서 살이 빠지는 건 아니라는 것도, 비단 교복이 안 맞기 때문에 옷에 나를 맞추려고 시작하는 운동은 의미가 없다는 것도요.
하지만 저는 이때까지 운동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제가 마음먹고 운동하기 시작하면 이까짓 늘어진 뱃살쯤이야 금세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뭐...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함께 한 세월이 13년인데 말이죠.
긴 세월 묵은 똥배가 그리 호락호락 빠지겠냐만은요.
그 생각을 그때는 하지 못했던 거였죠.
그렇게 운동을 시작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
그게 제 첫 번째 도전이겠네요.
유난히 춥고 매서웠던 바람.
그 바람에 흔들리는 깡마른 나뭇가지 마저 부러웠던,
어느 추운 겨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