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건 즐길 수 없다? 그럼 즐기지 않으면 돼!
이젠 정말 안 되겠다, 한계가 왔구나.
늘어가는 뱃살과 그저 공존하기로 결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큰 바지의 버클이 잠기지 않았을 때 생각했습니다.
바지춤을 잡고 껑충껑충 뛰어도 보고,
배에 힘을 훅 주면서 양옆 바지허리를 당겨도 보았지만
맞지 않는 건 맞지 않는 거더라고요.
더 큰걸 사면되지.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에는
더 이상 그 위 사이즈는 없었습니다.
불현듯 20대 끝자락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는
정말 막연한 생각이 스쳤습니다.
20대만 입을 수 있는 짧고 나풀거리는 치마,
짝 달라붙는 진바지.
짧아서 뱃살 보이면 민망할 것만 같은 상의들.
입은 모습이 좋아 보이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입어보지 못한 옷들이라는 열망 때문에
한 번은 입어보고 싶었어요.
입어봐야 스스로에게 어울리는지, 아닌지.
꼴불견인지, 의외로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렇게 또 N번째 다이어트를 결심합니다.
늘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주로 옷이 안 맞을 때이지만)
곧 실패할 다이어트를 결심하는데 이번엔 좀 달랐어요.
조금 더 본격적으로 해보자 싶었습니다.
우선, 다이어트를 꼭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를 생각했죠.
막연하게 옷을 입고 싶다...?
안 입어도 그만인 그런 이유 말고,
조금 더 구체적이고 이뤄내야만 할 것 같은 이유요.
꼭 해야만 하는 이유를 생각하자,
목표는 정말 간단해졌습니다.
사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어요.
어떤 이유든 결론은 다이어트하면 돼, 로 생각했습니다.
요즘 몸이 너무 무거운 것 같아.
다이어트하면 가벼워지겠지.
요즘 힘이 좀 없네.
다이어트하면 운동으로 인해 활동적이게 될 거야.
지쳐서 빨리 잠들면 밤낮 바뀐 생활습관도 고쳐지겠네.
날이 안 좋아서 그런가, 온몸이 아픈 것 같아.
비만을 너무 오래 유지해서 몸에 적신호가 켜진 거야.
등등...
결론은 다이어트가 되었죠.
그럼 이제 실천하는 일만 남았는데,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제가 이때까지 실패한 이유였습니다.
흥미가 없으면 끈기가 부족한 저는,
재미없는 운동도 오래 하지 못했고
맛없는 식사도 오래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럼 원인을 아니까,
해결방법도 꽤 간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때까지 보아온 다이어트 성공 비결은,
생각보다 같은 맥락이었고
그 맥락들은 퍽 단순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나요?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 돼요.
이건 아마 초등학생도 아는 대답일 거예요.
그런데 그걸 왜 안 하나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에 가깝지만,
정론을 아는데 그걸 왜 하지 않느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봐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야 하기 싫으니까요...
세상에 즐거움은 먹는 거고
움직이는 건 귀찮으니까요.
그렇다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재밌게 바꿔보자,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천성은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싫어하는 걸 어떻게 즐기겠어요.
싫어하는 사람과 계속 마주치는 걸 즐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듯이,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걸 즐기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피할 수 없다고 즐기는 건 못 하겠고.
강압적으로 하는 건 어떨까?
학교에는 공부하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앉힐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셨고
직장에는 출근하기 싫지만 내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월급이 있었다면,
운동에는 그런 게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