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에서 발렁솔까지
아직 마주하지 않았는데 생각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존재. 가는 길 내내 생 라벤더 향기가 난다. 아마도 라반딘이겠지. 목욕할 때나 바디클렌저에서 살짝 풍겨 코 언저리로만 맡던 향. 그 축축한 향이 아닌 신선한 생 라벤더의 향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벤더. 이 호사스러운 향을 맘껏 맡을 수 있는 곳.
오늘의 일정은 오롯이 라벤더를 위한 여정이다.
Avignon - Abbaye Notre-Dame de Sénanque- Gordes - luberon - valensole - Sault
'조용히'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따라 도착한 세낭크 수도원 <Abbaye Notre-Dame de Sénanque>
라벤더를 품은 엽서 속 수도원의 모습에선 느낄 수 없던 고즈넉함 과 평안함 속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진다. 여행자들이 모두 찾는 관광지는 내 여행루트에서 그다지 환영받을 수 없지만,2년 전 수도원을 찾았을 때 느꼈던 마음 언저리까지 아늑해졌던 그 평안함이 지금 내겐 꼭 필요했기 때문에.
입구에 '수도원이니 조용히'라고 새겨져 있는 걸 보니 아 이제 되었다. 이곳에서 만큼은 내 마음. 잠깐은 조용해도 되겠구나.
그다지 세지 않게 기분 좋은 미스트랄을 맞으며 마음 가득 라벤더를 담았다.
굳이 무얼 했다고, 무얼 남기었다고 할 수 없지만 '행복' 했다.
하루 종일 아 좋다, 좋았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새어나왔고, 입가의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저 이곳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이유는 충분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