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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시청자 Mar 16. 2020

이토록 인복이 좋을 수 있을까

취준생으로서 부모님께 감사한 순간


평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문장 있다. "  인복이 좋아" 역시  하나다. 자신 있게 인복이 좋다고 하는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단연 부모님이 가장  지분을 차지한다. 부모와 자식 관계는 다른 인간관계보다 특별한 부분이 있다. '선택의 부재' 부모도 자식도 서로를 고를  없다. (물론 부모님은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겠지만, 정확히 '' 사람을 고르지는 못한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천륜'  하늘이 정해  인연이라고 표현하는 거겠지.


아빠와 엄마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어떠한 불안감도 심어주지 않았다. 부모님은 내게 집의 경제적 형편-월급이나 빚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지방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다) 또한 부부 싸움은커녕 내 앞에서 언성을 높인 적 역시 한 번도 없었다. (아빠가 만취해서 집에 오면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긴 했다) 경제적이든 애정면이든 난 항상 안정감을 느꼈다. '부모님이 이혼할지도 몰라, 내가 이걸 하고 싶다고 해서 우리 집 형편이 어려워지면 어쩌지'와 같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차지한 순간은 단언컨대 존재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모든 부모님들이 우리 부모님과 똑같은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크며 친구가 생기고, 주변 이야기를 여러 방식으로 접하게 되면서 깨달았다. "아! 다 그런 건 아니었구나." 그리고 놀라움은 더 커졌다. 엄마와 아빠는 처음부터 경력 10년쯤 되는 것처럼 부모 일에 능숙했는데, 사실 그들은 나를 통해 처음으로 부모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우리 집에서 첫째, 즉  장녀이다. 서툴 수밖에 없는 여건임에도 어떠한 모자람을 느끼지 않은 나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런 부모님을 만나다니,
나는 참 인복이 좋구나!


진즉에 좋은 분들이란 사실은 알았지만, 2020년 2월 졸업을 기점으로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진짜 백수가 되면서 감사한 부분이 여럿 있는데 직접 말하긴 쑥스러우니, 글로 감사함을 전하고자 한다. 또 취준생 자식을 둔 부모님들께 자식의 입장을 살며시 전해드리려는 의도도 있다. (저희는 이럴 때 감사함을 느껴요!)






1. 공무원에 'ㄱ'도 꺼내지 않는다

"문송합니다" 대표주자인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백수 딸이 있다면, 나 같아도 한 번쯤은 공무원 시험을 제안해 볼 것 같다. 하지만 부모님은 나에게 공무원에 'ㄱ'도 꺼내지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내가 만들어 낸 결과기도 하다. 스무 살 무렵부터 "반복적인 일을 하는 공무원 업무와 나는 맞지 않는다"라며 부모님을 세뇌시켰다. (여러분, 꼭 관철시키고 싶은 의견이라면 지속적으로 말해보세요. 상대방을 세뇌시키는 것은 꽤 효과가 강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은 한 번쯤 꺼내볼 수 있을 텐데, 부모님은 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내 말을 귀 담아 들어주시는구나! 본인들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구나'라며 감사함을 느꼈다.



2. 힘이 되는 말 한마디

대학교 막 학기를 다니고 있을 때였다. 부모님과 근사한 식당에서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식사가 끝날 때쯤 아빠가 그러셨다. "살아보니 그래, 사회에 내딛는 첫 발이 중요해. 아직은 아빠가 서포트를 해줄 수 있으니까 너무 조급하게 아무 곳이나 들어가려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걸 알아봐." 크으- 다시 회상해 봐도 감동 그 자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곧 백수가 될 입장에서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부모님은 짐작했을까? 아마 이 정도로 감동받은 줄은 몰랐을 거다. 조언대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어떤 회사 어느 직무를 선택해야 잘 맞을지에 대해. 그리고 가야 할 길의 방향 정도는 찾은 듯싶다.



3. 스타트업? 창업? 무엇이든 응원해!

자식이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을 다니는 걸 바라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취준생 입장에서 대기업이 합격시켜주면 마다하지 않겠지만, 요즘 힘들지라도 재밌어 보이는 몇몇 스타트업이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합격하고 (이것 역시 김칫국  드링킹이지만) 얘기했을 때, 부모님이 당황스러워하실까 봐 슬쩍 흘려봤다. 스타트업 기업도 알아보고 있다고. 부모님이 어떤 반응일지 몰라 살짝 움츠러들었는데, "너에겐 그쪽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며 적극 지지해줬다. 심지어 아빠는 '창업'까지 언급했다. 나를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꽤 좋아졌다.



4. 코로나 바이러스로 동거 중...

원래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덕에 현재 본가에서 같이 지내고 있다. 부모님 입장에서 자식이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으면 초조한 마음에 이것저것 잔소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어학이나 자격증 공부 같은 것 말이다. 코로나 때문에 시험도 연기됐으니 나도 할 말이 있지만, 애초에 그런 류의 말을 하지 않는다! (놀라움) 대신 함께 운동하자고 제안한다. 중요한 건 '함께'다. "가만히 있을 거면 운동이라도 좀 해"가 아니라 같이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자고 하다니! 나 역시 운동은 해야겠다고 계속 생각(만)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외투를 입고 집 밖을 나섰다.





어쨌든 부모-자식 사이도 인간관계다. 상대방이 나를 존중한다는 게 느껴지면 감사함이 따라오는 건 순리 아닐까. 또, 결국 취준생이라고 특별히 다를 건 없다. 자식은 부모가 동등한 위치로 바라봐 줄 때 감동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 글을 발행하자마자 부모님께 링크로 보내드릴까 하다가, 아무래도 취직에 성공한 뒤가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당당히 글을 보여드릴 날이 오길 바라며!



*소재 특성상 언제 글이 업로드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많은 공감과 댓글은 취준생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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