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내게 가르쳐준 것

by 프록시마

나는 사실 수포자에 가까웠다.


수학만큼은 극복이 잘 되지 않아, 고3 때는 거의 하루 종일 수학 공부만 했으면서도

당시에는 세상을 잘 몰라 '수학 따위 배워서 대체 어디다 써먹는다는 거야'라는 볼멘소리를 하며 공부를 했다.

늦은 밤까지 수학과 씨름하던 날들이 부지기수로 많았는데, 막상 모의고사를 보면 점수는 제자리걸음인 걸 볼 때마다 얼마나 낙담스럽던지... 그때의 내게 수학은 풀리지 않는 거대한 벽이었고, 나는 그 벽에 가로막혀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낙오자 같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또 인생의 정답 찾기 놀이를 하며 괴로워하던 와중에 갑자기 수학시간에 배운 방정식의 해에 관한 내용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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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차 방정식은 N개의 해를 갖는다.


인생은 몇 차 방정식일까? 아마, 2차나 3차 방정식 정도의 간단한 방정식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복잡한 N차 인생 방정식은 아주 많은 N개의 정답을 가질 거라는 생각에 도달할 수 있었다. 또한, 나는 무의식적으로 수학의 정답은 언제나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방정식의 해는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해가 없거나, 해가 무수히 많은 경우도 존재했다. 인생으로 치면 정말로 답이 없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선택도 다 답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5차 방정식 이상에는 일반적인 근의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각자의 고유한 인생이라는 방정식에서, '어떤 공식'에 맞춰서 답을 찾으려고 하는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수학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실컷 이런 말을 해놓고도, 또다시 인생도 일종의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답을 찾아 헤맬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답은 없지만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살아가는 게 각자의 삶의 무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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