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관한 생각

by 프록시마

무언가를 할 때 항상 나를 주저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당장, 글을 쓸 때도 이왕 쓰는 거 좀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쉽사리 글쓰기 버튼에 손이 가지 않는다. 심지어 즐기기 위한 것들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게임을 할 때는 기왕이면 이기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면 아주 재밌는 것을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지를 고민할 때에는 최적의 여행지에 가서 속이 꽉 찬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상처받고 싶지 않고, 함께하는 시간이 가치 있고 의미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치면 좋을 텐데, 손해 보거나 낭비적인 관계일까봐 손을 뻗길 두려워한다. 일도 그렇다. 완벽하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으면 선뜻 시작하기가 어렵다. 성공 시나리오보다는 실패 시나리오를 그리게 된다. 잘 생각해 보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고, 잘 못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버리기 쉽지 않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심지어 이제는 AI에게도 물어볼 수 있다. AI에게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 인터넷에서 학습한 온갖 데이터를 제시하며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제시해 준다. 그래서 나는 잘 안되지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하고 싶다. 글이라는 것이 비록 누군가 읽는다는 것을 생각하고 쓰는 것이지만,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대로 결과적으로 망한 글이 되더라도 써지는 대로 쓰고 싶다. 특별히 재미가 없더라도 머리를 비우고 작품을 보고, 게임을 하고 싶다. 심심한 여행이라도 좋으니 그냥 떠나고 싶다. 상처받을 용기를 가지고 그냥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실패하더라도 잘하지 못하더라도 그냥 일을 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게 쉽게 되는 일이 아니란 건 스스로 너무 잘 안다. 그냥 그런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는 것에 관해 생각할 뿐이지, 막상 나라는 사람은 그게 잘 안 되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길게 글로 쓰게 된 것이 아닌가. 이제 곧 있으면 올 한 해가 끝나는데,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잘하지 못하더라도 그냥 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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