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디버깅할 수 없을까?
인간은 때로는 강인한 존재인 것 같지만, 거의 대부분의 순간은 참으로 나약한 것 같다.
호르몬에 쉽게 휘둘리며, 중독에 취약하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행복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면, 쇼펜하우어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그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갈뿐
동화처럼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날 수 없는 게 인간의 삶인 것 같다.
게다가 가만 보면 사회는 너무 빠르게 변한 것에 비해, 우리 뇌는 아직도 원시시대의 그것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뇌를 운영체제(OS)라고 생각하면 우리의 OS는 버전 V 1.0에서 V1.0.x 정도로 밖에 변화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어쩔 땐 그냥 1.0에서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우리 뇌도 패치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뇌를 패치한다는 것은 마치 금단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경계통의 약물 하다 못해 카페인이나 우황청심환 같은 것만 먹어봐도 우리 뇌가 얼마나 작은 변화에 쉽게 휘둘리는지 알 수 있고, 우리는 이미 매일 니코틴, 알코올, 카페인으로 혹은 쇼츠와 자극적인 컨텐츠로 뇌를 패치하고 있다.
BCI(뇌 컴퓨터 인터페이스)는 현재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치료 목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아주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결국에 우리는 언젠가 컴퓨터와 연결해서 뇌를 패치하고 디버깅하며,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직접 인젝션(주입)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패치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치명적으로 버그나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실제로는 엄청난 주의가 필요하겠지만, 정신 없고 살기 힘든 어지러운 세상에서 몇만년 전의 뇌 버전 1.0으로 살아가기엔 삶이 너무 벅차지 않나 싶다.
업그레이드가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나는 업그레이드 패치를 받아들일 것 같다.
당신은 당신을 패치할 수 있다면
"패치하시겠습니까?"에 확인 버튼을 누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