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절된 수면, 분절된 걱정

분절: 사물을 마디로 가르는 것

by 프록시마

나는 최근 잠을 나눠서 잔다. 정확히는, 잠을 길게 자고 싶어도 자다가 자꾸 잠에서 깬다. 원치 않게 세이브와 로드를 반복하는 것처럼. 분절된 수면은 어떻게 보아도 그리 좋지 못하다. 아무래도 삶에서 겪는 분절된 걱정들에 따라 수면도 같이 분절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푹 자고 성탄의 아침을 조용하고 평온하게 맞이하는 건 아무래도 올해는 그른 것 같다. 걱정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거나 걱정을 해도 뾰족이 방법이 없는 걱정이라는 내용의 글을 아주 오래전에 접했다. 그렇지만 나는 굳이 따지면 걱정을 파는 상인에게 찾아가 '비싼 값이라도 좋으니 걱정을 사겠소'하고 사서 걱정을 하는 타입이다.


심각하게 걱정할 것이 무엇이 있나를 걱정해 보면, 사실 당장은 그렇게 크게 걱정할 일이 없는데도 걱정을 한다. 예컨대 내 글을 누군가 보고' 글을 참 재미없게 쓰는 재주가 있다'라고 생각하거나 '알맹이가 없다'라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라든가. 어쩌면 그 걱정은 글이 아니라, 내가 텅 빈 사람으로 보일까 봐 겁내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런 내 모습이 공공연히 드러난다면 나는 겁쟁이인 것이 들켰다고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걱정 많은 성정이 잠을 깨우긴 했지만, 동시에 인생을 제대로 마주하게 하는 연료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서 하는 걱정은 줄이고, 필요한 걱정은 잘 소화해내며—잘 자고, 잘 걱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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