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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철학은 '삶의 의미는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대체 이 무의미하고 덧없는 세상에서 어떤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할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잘 모르겠다. 나는 교리나 이념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없는 사람이고, 홀로 세상에 던져진 입장에서는 정말 사소한 행동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말고는 뾰족이 방법이 없다.
예컨대, 손끝으로 키보드의 감촉을 느끼며 글을 쓰는 행위라든가. 그마저도 미친 듯이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종종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하고 싶은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한계 효용과 생산은 체감하기 마련이다.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2회 차 감상하면서 가장 주목했던 캐릭터가 있다. 케니 아커만이라는 캐릭터인데 이런 말을 한다.
"모두들 무언가의 노예였어... 술이었든, 여자였든, 하나님이었든. 가문, 왕, 꿈, 아이, 힘... 다들 무언가에 취해 있지 않으면 버텨낼 수가 없었거든. 모두가 무언가의 노예였어."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대체 뭘까. 나도 무언가에 취해서 삶을 살아가고 싶은데, 심지어 나는 취할 수 있는 것도 마땅히 없는 것 같다. 말했다시피, 글을 쓰는 데 취할 수는 있겠지만 하루 종일 글만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할 말이 제한되어 있는데. 아니다. 할 말은 없어도 계속 글을 써 내려가야 할지도 모른다.
타인을 도우면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저 이기적인 인간인지 반강제로 참여한 봉사활동에서도 그러한 의미를 느끼진 못하는 쪽이었다. 스스로의 삶을 버텨내기 힘들다는 적절한 핑계 때문일지도 모른다. 안타깝다.
나는 나를 명확한 동기로 움직이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존재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그런 것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나타났다가도 잠깐 머무르다가 사라져 버린다. 손으로 계속 모래를 움켜쥐어보지만, 틈 사이로 전부 빠져나가버리는 것처럼.
이런 고민을 하며 괴로워하기보다는 나는 그냥 무언가에 강렬히 취해 살아가는 쪽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당신은 무엇에 취해 살아가는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