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은행 영업점 풍경

by 프록시마
다운로드 (12).jpg

얼마 전에 일이 있어 규모가 작은 도시의 은행 영업점에 다녀왔다. 지은 지 그리 오래돼 보이지 않는 건물 안 은행 입구에서 안내를 하시는 분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나이가 꽤 있으신 중년 신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시는 분이었다. 약간은 의외였는데, 그분이 나에게 "외국분이세요?"라고 물어보셔서 나는 더 당황했다.


처음에는 '내가 그렇게 이국적으로 생겼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순번을 대기하며 왜 그렇게 물어보셨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영업점을 방문하는 일반적인 손님은 크게 두 부류였다. 외국에서 온 것 같은 손님들, 그리고 중장년층. 그래서 나는 굳이 따지자면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혹은 정말 내가 이국적으로 생겼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굳이 따지자면 나도 소위 '젊은 층'에 해당하다 보니, 영업점에 방문할 일이 없어서 정말 오랜만에 방문한 것이었는다. 그러나 의외로 은행은 이런저런 일들로 방문한 손님들로 꽤 북적였다. 세금을 내러 오신 어르신도, 달러를 환전하고 싶어 휴대폰에 한글로 된 문장을 적어온 외국인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은행 지점을 방문했을 때와는 꽤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젊은 청원경찰, 그리고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하다 못해 다소 적막하게까지 느껴졌던 그 풍경과는. 온라인 채널의 보편화와 업무 확대로 영업점이 점차 줄어들고, 어디선가는 ㅇㅇ은행, ㅁㅁ은행이 바로 옆에서 '적과의 동침'을 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사진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도 서울에 있던 은행을 방문할 때는 지점이 줄어드는 걸 체감할 수 있었던 반면, 오늘 다녀온 은행에서는 왜 여전히 지점이 필요한지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은행에 계시던 할아버지 한 분은 은행 직원조차도 못 미더워하시는 눈치였다. 나는 '은행 직원을 믿지 못하면, 대체 누굴 믿는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걸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러한 분들이 잘 모르시는 것이 그분들의 잘못도 아닐 테고, 그렇기에 영업점이 존재하고 일할 인원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그분들의 삶의 깊이와 지혜는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다소 불경한 감상에 잠겼던 것일지도 모른다.


도시와 소도시 또는 시골의 삶이 대조적인 것처럼 영업점의 풍경도 꽤 많이 대조적이다 싶은, 어찌 보면 정겨운 그런 풍경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꾸준히 한다는 것은